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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진] 국제교류협력의 유산화; 송병규 해외문견록의 함의안철진/ UNITAR 제주국제연수센터 기획예산담당관
제주투데이 | 승인 2018.06.27 06:10

[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미래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안철진/ 현) UNITAR 제주국제연수센터 기획예산담당관, 제주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 조직위원회 기획위원, 민주평화통일자문위원회 자문위원, 제주대학교 대학원 정치외교학과 박사과정 수료

‘국제교류협력’이라고 하면 미지의 세계에 대한 감정적 동경이 우선 떠오른다. 그리고 나서 막상 실천으로 옮기려 하면 만남의 목적이 갖는 시공간적 의미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감성과 이성을 둘 다 만족시켜주는 교류협력은 어떻게 해야 잘하는 것인가?

화려하게 보이는 ‘국제(문화)교류’, ‘국제(개발)협력’의 분야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은 이 질문이 일상적인 고민이면서도 가장 답하기 힘든 고민거리이다. 하지만, 요즘처럼 국경을 넘나드는 일들이 빈번하고, 화상통화가 무료로 가능한 세상으로 바뀌어 오면서 이 질문은 그다지 어렵지 않은 만남을 주선하는 가벼운 고민거리 정도로 폄하되는 것 같다.

제주가 꿈꾸던 ‘국제자유도시’는 2002년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 시행 이래로 ‘국제교류협력’의 관점에서 그 위상이 얼마나 달라졌을까? 한국에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외국인에게 제주를 아는지 모르는지를 필자가 물었을 때, 시행 이전과 이후를 비교해 보면 그 위상이 확연히 달라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제주국제자유도시’라는 브랜드인지 ‘제주’라는 브랜드인지라는 브랜드 가치의 개념 문제는 ‘지역적으로 활동하고(Act Locally), 범지구적으로 생각하고(Think Globally)’라는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의 관점에서 새롭게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즉, UN이 주도하여 전 세계가 동참하기 위한 목표로 설정된 지속가능한 개발이라는 관점과 지방자치분권의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점검해야 할 시점이라 할 수 있다.

조선시대 제주는 유배지이자, 섬 밖으로 나가서는 안 되는 고립된 공간이었다. 필자가 제주목사 송병규의 해외문견록에 관심이 생긴 이유는 문서 생산 방법에 기인한다. 제주라는 공간과 인연을 맺게 된 외지(육지 사람과 외국 사람을 포함하는 타지역) 사람들을 대상으로 얻은 정보를 가지고 제주에 대한 역내 정보는 역외에 알리고, 역외의 정보를 역내에 공유하는 기록물을 제주 목사의 주도하에 관이 정리하여 기록 유산으로 전해 주었다. 이러한 사료는 ‘국제교류협력’ 행위가 자의든 타의든 기록할 가치가 있는 희소 유산가치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

한국의 국제개발협력은 OECD DAC(개발원조위원회) 회원국 가입으로 수원국에서 신흥 공여국으로 위상이 변화하면서 국제사회의 수원요구를 일정정도 충족시켜야 하는 책무성에서 비롯되어 기하급수적으로 확대해 왔다. 또한 지방분권의 강화는 지방자치단체의 국제교류 역량강화와 교류협력사업의 발굴 및 국제 네트워크의 참여 활동을 촉진시켜 왔다. 이러한 국제교류협력 사업의 양적인 확대는 그동안 성과관리의 모호성과 기준의 편차로 인해 질적인 성과물들을 체계적으로 종합할 수 없다는 한계를 묵시적으로만 인정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이와 더불어 사업의 범위와 투입 자원의 확대는 지속적이어야 한다는 논리의 메아리는 점점 더 커져가는 것 같다.

국제교류협력 활동의 주체가 곧 평가자가 되는 것은 객관적일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기록자로서 활동을 하는 자세가 유산 가치를 만들 수 있으며, 이는 꼭 현재를 위한 것이 아니라 후대와 미래를 위한 것으로 사업 성공의 유무를 떠나 활동가로서의 책무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올해 컬쳐 리포터라는 자격으로 선발된 제주의 청년들이 올 한해의 국제문화교류 사업을 일일이 관찰하며, 기록하고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청년들이 미래의 주역이며, 이들의 눈으로 유산 가치를 발견하는 식견이 제주의 국제문화교류의 인적 자산이 될 것이다. 이들이 보는 국제문화교류는 ‘문화클래스’에 참여하는 제주의 친구들이 주체이며, 친구의 참여가 다른 국가의 청년들의 역량과 상호작용하는 신문화 융합과 창출의 현장에서 그들의 손으로 어떤 장면을 기록하고 경험으로 기억할 것인지를 상상하는 것은 신선하고 유쾌한 기대감을 선사한다.

기존의 청년 국제교류협력 프로그램이 일회성 또는 단기간에 걸친 참여 행사 위주였다면, 이번 프로그램은 제주와 연을 맺고 교류협력을 하려는 주요 사업들을 왜 해야 하는 것인지를 이해하고 직접 수행하면서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는 국제교류협력 미래 인적 자원의 역량개발에 초점을 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들이 남긴 경험과 기록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결국 제주의 국제역량 강화에 대한 투자일 것이다.

제주 국제교류협력의 유산 가치는 제주사람이 기반을 만들어 가고, 외국인을 포함한 육지 사람이 보전 가치를 인정할 수 있는 것이어야 유산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해녀, 돌담 등의 전통 문화유산 가치가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제주 올레’가 전 세계가 주목하는 새로운 문화유산으로 부각되는 현상은 비단 제주 사람들의 힘으로만 이뤄낸 것이 아니라는 교훈을 우리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인류 보편의 유산가치 발굴과 보전을 선도하면서 새로운 문화유산을 계속 창조해 나아가는 미래 인적 역량의 보고로 제주가 발전하기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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