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운/ 아낌없이 주는 나무

‘봉사요?’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죠.

대학시절 친구들과 한 달에 한 번 양로원 어르신들을 위해 직접 요리를 해서 점심 식사를 대접했었고, 친구 따라 혼자 사는 어르신 댁을 방문하여 말벗, 청소 등을 했었다.

‘봉사’라는 게 꾸준히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제과제빵사로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 나는 새벽 출근을 하고, 그날 주문에 따라 퇴근 시간이 들쑥날쑥하여 봉사활동을 하고 싶어도 시간을 내기가 좀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혼자라도 할 수 있는 봉사활동을 생각하다가 나의 ‘건강함’을 담보로 꾸준히 헌혈을 하고 있다.

20여 년 전 고등학교 2학년 여름, 친구들과 여행을 위해 서울역으로 가던 길에 조금은 반강제적으로 노란 조끼를 입은 한 아저씨의 손에 이끌려 헌혈차에 올랐었다.

헌혈차를 보고도 무심코 지나쳤던 나는 차 안에서 헌혈 관련 정보를 들으면서도 할까 말까를 망설이다가 그 자리를 빨리 피하고 싶은 생각에 첫 헌혈을 했다.

큰 주삿바늘이 무서웠고, 내 몸에서 뽑은 400ml의 붉은 피가 많이 낯설었지만, 헌혈이 끝나고 밀려온 뿌듯함은 군 제대를 하면서 본격적으로 헌혈을 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수혈이 필요한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유일한 수단인 헌혈을 위해 매월 또는 격주로 혈액원을 방문하여 전혈 또는 혈장, 혈소판 헌혈 등을 하고 있으며, 대한적십자사로부터 30회와 50회 헌혈자에게 수여하는 은장과 금장을 받았고, 어느덧 143회 헌혈을 하였다.

헌혈을 하면서 나는 건강에도 더욱 신경을 쓰게 되었다. 배드민턴과 사이클 등으로 건강 관리를 하고, 음주량도 줄여 몸도 마음도 건강한 상태에서 헌혈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사랑’이란 대가를 바라지 않고 아낌없이 주는 것이라 했다.

혈액의 성분 중 한 가지 이상이 부족하여 건강과 생명을 위협받는 다른 사람을 위해 대가 없이 나의 혈액을 기증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많은 분들이 헌혈에 참여하고 있지만, 장기간 보관이 불가능한 혈액은 적정 혈액 보유량인 5일분을 유지하기 위해 헌혈자분들의 지속적이고 꾸준한 헌혈이 필요하다고 한다.

언제 우리가 수혈을 받을 상황에 처할지 모른다. 건강할 때 헌혈하는 것은 자신과 사랑하는 가족을 위하여, 더 나아가 모두를 위한 사랑의 실천일 거라 믿으며, 이 글을 읽고 누군가의 마음에 생명 나눔 시작의 씨앗이 자랄 수 있기를 바란다.

혈액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웃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나누고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데 작은 힘을 보태고자 오늘도 난 헌혈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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