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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수] 개민들레와의 싸움 패퇴기(敗退記)양영수/ 전)제주대 교수, 소설가
제주투데이 | 승인 2018.07.03 07:32

[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미래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양영수/ 제주대학교 교수를 퇴임한 후 전업소설가로 활동 중

민들레라고 불리는 외래종 민들레의 생명력이 비상하다는 말은 진작부터 들었었지만, 그 생명력의 비밀이 어떤 것인지는 짐작하지 못했었다. 꽃대가 하늘로 치솟아 올라가는 것을 낫으로 잘라내면 그것으로 끝장일 것으로 생각했다. 산들바람에도 가볍게 흔들거리는 꽃대에 낫을 내리쳐서 단칼에 뎅강 잘라내기는 아주 쉬웠고 괘씸한 침입자 무리를 패퇴시키는 통쾌감마저 느낄 수 있었다. 생장력이 놀랍다는 잡초들도 불쑥 올라온 꽃대를 싹둑 베어버리면 열매맺기가 불가능해질 것이니 그것으로 그 식물의 그 해 운명은 끝나는 것이라고 지레짐작을 했었다. 그러나 턱없는 짐작이었고 개민들레하고의 싸움은 끝날 줄을 몰랐다.

두 뼘 정도로 훌쩍 자라나 흔들거리는 꽃대에 낫을 대면 단칼에 결딴 낼 수 있으니 역시 인간이 똑똑하구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꽃대가 꽤나 길쭉하게 올라가는 것은 이유가 있었다. 꽃대 끝에서 열매가 맺히면 그 속에 들어있는 가벼운 씨를 바람에 멀리까지 날아가게 할 수 있으니 가히 술사(術士)꾼 잡초라 할 수 있다. 개민들레의 뿌리 하나에서 꽃대는 하나일 경우가 거의 없고 보통은 너댓 개, 또는 열 개 정도가 나온 것도 있다.

먼저 나오는 꽃대를 잘라버리면 잘라낸 꽃대의 아래쪽 부위 어디에서 다시 새로운 꽃대가 발아하여 하늘로 올라가는 것이다. 그 속도가 빨라서 여러 날 걸릴 것도 없이 잘라내기 이전의 높이에 이르니 가히 역사(力士)라 할 만하다. 꽃대 하나를 내리쳤는데, 이에 대한 앙갚음인지, 그 아래 부분에서는 더 많은 꽃대가 발아할 수 있으니 차라리 그냥 내버림만도 못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 익은 개민들레 씨앗 수를 대충 계산해 봤다. 꽃 한 송이에 생기는 열매에서 줄잡아 20개의 씨가 들어있고, 개민들레 뿌리 하나에서 이같은 꽃이 줄잡아 10개가 피어나니, 뿌리 하나에서 나오는 씨는 도합 200개가 넘는다는 얘기이다. 그중에는 싹을 틔우지 못하는 씨들이 있을 것임을 감안하더라도 놀라운 번식력임에 틀림없다.

개민들레의 비상한 생명력은 여러 가지로 나타난다. 메마른 모래땅이나 돌틈, 아스팔트길 갈라진 틈에도 비집고 들어가서 잘 자란다. 질경이처럼 질긴 잎들이 여러 개 자라는데, 잎들이 자라나는 방식에서 자기방어 전략이 엿보인다. 땅바닥에 딱 붙어서 옆치기로 자라나는 잎들은 사람들이 밟고 지나가는 정도는 끄덕도 없이 잘 견딘다.

비상한 생명력의 속내는 끈질긴 인내력만이 아니다. 이 야멸찬 식물의 꽃대 밑받침 쪽, 잎들이 뻗어나간 가운데 부분에서 나는 이상한 흙더미 쌓인 것을 발견했다. 마치 부지런한 개미들이 자기 집 주위에 물어다 놓는 흙더미 같이 보였지만, 개미들이 모이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더 세심하게 살펴본 나는 이런 흙더미는 쥐며느리들의 소행인 것을 알게 되었다. 쥐며느리 떼가 몰려있는 개민들레에서는 이같은 흙더미가 있게 마련인 것이다. 아마도 이 절지(節肢)동물이 원하는 분비물 같은 것이 이 모사(謀士)꾼 식물에서 나오길래 이런 동식물 간의 상생협력 관계가 성립되고 있을 것이다. 얇은 층이기는 하지만, 메마른 땅에 벌레들이 모아다주는 흙더미가 식물 생장에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하지 않은가.

내가 애초에 개민들레에 대하여 단호한 적개심을 키운 것은 이 외래식물이 우리 토종 민들레에 대하여 갖는 압도적인 경쟁력 때문이었다. 어떤 지역의 땅을 독차지하여 다른 풀들이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는 개민들레의 작태는 한 나라를 통째로 접수하여 기세등등해진 점령군 무리를 연상케 한다. 어릴 때부터 익히 알고 정 붙였던 이 땅의 토종 민들레는 잎이나 꽃이 아담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잎은 생나물처럼 먹기도 하고 꽃은 소담한 자태와 향기를 갖고 있다. 꽃대의 수가 많지 않고 잘라낸 꽃대의 재생력도 거의 없다. 개민들레와는 달리 다소곳한 모습인 것이 자기 분수를 아는 겸손한 시골사람 같다.

악바리 깡패와도 같은 개민들레를 보면서 생각나는 것은 내가 하와이주 오아후섬에서 보았던 외래식물들의 가공할 번식력과 토종식물들의 비참한 수난상이었다. 외래식물들이 대륙에서 키운 압도적인 경쟁력을 당하지 못하는 절해고도 토박이 식물 종들은 도시 인근의 평지에서 밀려나 심산유곡 오지에서나 겨우 명맥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였다. 우리 제주도의 식물생태가 그처럼 참혹하지는 않겠지만, 개민들레의 포악상은 육지보다 제주도에서 더 심한 것이 사실이라고 한다. 이 외래종 민들레의 씨앗은 유럽산 가축 사료에 묻혀서 들어온 것이라고 하니, 백인들 세상의 끊임없는 전쟁 역사에서 단련된 무지막지한 경쟁력이 그 속에 담겨있는 모양이다. 제주대학의 한 식물학 교수에게 이런 포악종 식물을 퇴치할 방안이 없느냐고 물어봤더니, 이 문제가 그들 전문가 집단에게도 큰 연구 과제라고 말하면서 한 가지 특효 비방이 멀지 않아 나올 것이라고 하였다. 그것이 뭐냐고 했더니 잠시 주저하던 그가 말을 꺼냈다.

식물생태학적으로 개민들레 종을 퇴치하기가 불가능함은 내가 경험한 바와 같다고 하면서, 앞으로 기대하는 것은 제약연구가들의 기여라고 하였다. 한국남자들의 오래된 보양강장(補陽强壯) 풍속에서 힌트를 얻은 결과로, 개민들레의 어떤 성분에서부터 특출한 효능의 정력제를 추출하는 프로젝트 과제가 현재 수행 중인데 멀지 않아 그런 비방이 발표되면 이 외래식물이 높은 가격으로 수매될 것이 아니냐는 대답이었다. 생장력이 비상한 식물들에서부터 정력제를 만들어내는 것은, 칡, 질경이, 쑥, 조릿대 등의 예에서 이미 검증된 일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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