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행방불명 희생자들의 유해발굴이 제주공항 활주로 주변 발굴을 시작으로 다시금 진행된다. 2010년 이후 멈춰진 이후 8년만에 재개되는 발굴이어서 유족들과 주요관계자들은 발굴 예정지를 찾아 성공적인 발굴을 기원했다.

▲10일 오전 제주공항 내 4.3유해발굴 예정지에서 4.3유족회와 관계자들이 개토제례를 거행하고 있다.@사진 김관모 기자

4·3유족회, 4·3평화재단, 4·3유해발굴 자문위원, 4·3실무위원회, 4·3중앙위원, 4·3연구소, 4·3도민연대, 제주도고고학연구소, 행안부 과거사지원단 등 주요 관계자들은 10일 오전 10시 제주공항 발굴 예정지인 공항 내 1번 시굴지점에서 개토제를 거행했다.

이번 발굴은 지난 2007년 ~ 2009년 제주국제공항 내에서 388구의 유해를 발굴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제주북부예비검속 희생자가 확인되지 않는 등 여전히 유해가 더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됨에 따라 추진되는 사업이다.

이를 위해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해 12월 ‘제주국제공항 내 유해발굴 예정지 긴급조사용역’을 실시해 동서활주로와 남북활주로 주변 5개 지점에 대한 발굴조사를 시행키로 했다. 

이에 7월 4일 제주도와 4·3평화재단, 국토교통부 제주지방항공청,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 4개 기관이 업무협약을 맺고, 공항 내 유해발굴과 관련해 공항 내 인력 및 장비 출입 협력, 현장 발굴 협력, 보안관리 규정 준수 등 유해발굴 사업에 상호협력키로 했다.

이날 개토제 주제사에서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유해발굴은 억울하게 희생된 4·3영령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여 4·3을 대한민국의 당당한 역사로 복원하고, 후대들이 4·3을 기억하게 하는 매우 소중한 일”이라며 “4·3 70주년을 맞아 재개되는 유해 발굴이 4·3영령과 유족의 한을 풀고,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원 지사는 "4·3특별법 개정안 국회 통과, 4·3희생자와 유족의 복지 확대, 4·3의 전국화·세계화 등 4·3해결을 위해서도 최선을 다하겠다"며 "제주는 4·3정신을 받들어  남북 화해와 협력, 한반도 평화 정착을 이끄는 선도적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개토제 주제사를 하고 있다.@사진 김관모 기자

 

이어서 양조훈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은 추도사에서 "2007년부터 유해 발굴 통해 400구의 유해를 발굴하는 성과를 거뒀지만 북부예비검속 희생자 등 많은 유해를 찾지 못했다”며 “행방불명인 유해를 차디찬 땅에서 양지바른 곳으로 모실 수 있도록 힘을 달라”고 토지신들께 기원했다.

양조훈 이사장은 "제주의 관문인 국제공항은 우리 부모 형제 원혼이 서린 슬픔의 장소"라며 "오늘을 기점으로 다시 시작된 유해발굴 사업이 새로운 시대에 부흥하는 인권시대의 기폭제가 되고, 유족들의 가슴 속 피맺힌 한을 풀어내는데 도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인사말에 나선 양윤경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도 “제주의 관문인 국제공항은 우리 부모, 형제의 원혼이 서린 슬픔의 장소”라며 “오늘 우리들은 긴 세월동안 과거 정뜨르 비행장 땅속에 묻어있던 4·3의 아픈 역사를 조심스럽게 끄집어내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양 회장은 “국가 공권력에 희생당한 제주도민이 암매장 당했단 사실을 알면서도 발굴 작업에 예산조차 끊어버린 지난 정부를 개탄한다”라며 “유해발굴 작업이 공항에 국한되지 않고 도내 산재한 학살터 및 암매장 등지에서 지속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충분한 예산 편성과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양윤경 4.3유족회장이 인사말씀을 하고 있다.@사진 김관모 기자

인사말이 끝난 후 4·3희생자유족회 관계자들은 개토제례를 거행하고, 제주공항에 묻힌 억울한 영령을 달래고, 성공적인 발굴을 기원했다. 개토제례에는 양윤경 4·3희생자유족회장이 초헌관을 맡고, 아헌관에 김두운 제주위원회 위원장이, 종헌관에 홍성효 예비검속 위원장이, 집사에 김창범 청년회장, 고일수 청년회원 등이 담당했다.

 

“토지신이여!
이 일(유해발굴)을 하는 동안 

부디 놀랄 일, 넋 날 일 없게 하시고
굳은 액이 있걸랑 물 아래로 보내어
모든 일이 순탄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앙망하나이다.” 

제례를 거행하는 사람들이 위패 앞에 절을 하자 다른 참석자들은 합동묵념을 하며, 70년의 세월동안 묻혀있었던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제례를 마무리한 뒤 주요관계자들은 행사장 옆에 마련된 자리에서 삽을 들고, 발굴의 성공과 무탈한 발굴사업 진행을 기원하며 시삽제를 하며 이날 행사를 마무리했다.

▲10일 오전 제주공항 내 4.3유해발굴 예정지에서 4.3유족회와 관계자들이 개토제례를 거행하고 있다.@사진 김관모 기자
▲10일 오전 제주공항 내 4.3유해발굴 예정지에서 4.3유족회와 관계자들이 합동묵념을 거행하고 있다.@사진 김관모 기자
▲제주4.3관계자들 12명이 시삽을 진행하고 있다.@사진 김관모 기자

오늘 개토제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제주공항내 발굴이 추진될 예정이다. 발굴은 11월 경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며, 제주공항 활주로 외에도 공항 남쪽 외부 1, 조천읍 선흘리, 조천읍 북촌리, 대정읍 구억리 등 4개소에서도 발굴이 진행된다.

4·3평화재단은 그간 수집된 자료와 4·3 연구소의 발표자료, 당시 지적 측량, GPR자료, 증언 등을 토대로 제주국제공항내 3개 지점에 대한 시굴조사를 통해 본격적인 유해발굴을 추진할 계획이다.  

한편 4·3행방불명 유해발굴은 2006년부터 2010년까지 3단계 사업이 추진됐으며, 현재까지 총 400구를 발굴하고 92구의 신원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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