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목소리는 당신의 권력보다 강하다!"

갑질교수와 대학교의 힘에 억눌렸던 학생들의 목소리가 제주시청 어울림광장에 울려퍼졌다.

제대멀티 학생들과 도민이 제주대에서 일어난 성희롱 및 갑질 교수 파문을 고발하고, 빠른 처벌을 촉구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제주대학교 멀티미디어디자인학과 4학년 비상대책위원회 학생들이 12일 저녁 제주시청 어울림광장에서 시민사회 및 도민과 함께 제주대가 갑질교수의 조사와 파면을 조속히 추진할 것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사진 김관모 기자

제주대학교 멀티미디어디자인학과 4학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제대멀티) 학생들은 제주도내 사회단체, 일반 시민과 함께 오후 7시 제주시청 어울림광장에서 갑질없는 제주대를 위한 자유발언 집회가 열렸다. 이번 집회는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제주시민행동 3차집회라는 이름으로 열렸으며, 제대멀티와 제주여성인권연대가 주관과 주최를 맡았다.

이날 제주멀티 학생들은 제주대 멀티미디어디자인학과 주임 전 모 교수의 조속한 조사와 파면을 촉구하고자 이번 집회를 마련했다.

지난 6월 12일 수업거부를 시작으로 교수와 제주대를 상대로 저항운동을 시작한 학생들은 이번 여름방학 동안 활동을 집중해 8월 내에 조사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해달라는 목소리를 높였다. 

제주대는 지난 6월 27일 제주대 연구윤리위원회와 제주대 인권센터는 조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연구윤리위는 조사가 최장 6개월 이상이 걸리며, 이의제기가 있을 경우 3개월 이상이 더 소요될 수 있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이에 학생들은 "학교에서 원하는 자료를 모두 정리해서 제출하고 조사까지 받았지만 학교가 시간을 끌고 있다"며 "1~2개월 안에 조사를 마쳐달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학교측은 일정과 학칙에 따른 것이라며 사실상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제주멀티 학생들은 지난 5일 교육부에 탄원서를 올리는 한편, SNS와 집회 등으로 계속 저항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집회에는 제주멀티 학생들이 공개적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자기 목소리를 제주사회에 전달했다.

먼저 제대멀티 공동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양민주 학생은 "광고디자인을 꿈꾸면서 제주대에 입학했지만 학교는 학생의 의사와 상관없이 전 모 교수의 전공수업을 강요했다"며 "더이상 두려움에 떨지 않고 원하는 전공수업을 듣고 학생에게 배울 자유와 진로를 스스로 정할 상식이 통하는 학교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제대멀티 공동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양민주 학생이 자유발언을 하고 있다.@사진 김관모 기자

양민주 학생은 "4년간 저는 학교에 다니면서 힘들고 아프다는 친구의 목소리에 귀닫고 고개 숙인채 자책감에 괴로워 했다"며 "서로의 눈물이 더이상 외면하지 않도록 서로 눈 마주보고 손 잡고 쿤 목소리로 외치겠다"고 강조했다. 양민주 학생은 "바른 전통은 이어가고 독재식, 스파르타식의 낡은 전통을 타파해 갑질 없는 멀티미디어디자인학과를 후배들에게 물려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다른 제주멀티 학생들의 자유발언이 이어졌다.

발언대에 선 송영민 학생은 지난 5월 시각장애인을 위한 디자인 발표에서 자신이 당했던 갑질과 인격모독을 전했다. 송영민 학생은 "교수가 시각장애인의 마음을 알아야 한다며 여자친구의 스타킹으로 눈을 가리고 시각장애인 흉내를 내라고 했다"며 "계속된 요구에 수치심을 느꼈고, 학생들도 애써 저를 외면하면서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고 증언했다. 또한, 전 모 교수가 여학생에게 모텔에 가봤냐거나 커피를 섹시하게 타오라는 등의 성추행 발언도 들었다며 "그럴때마다 학생들은 울거나 불편해서 어쩔줄 모르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송영민 학생은 "왜 이런 부당함에 맞서 싸우지 않았느냐고 하지만 실제로 교수에게 부당함을 토로하거나 교수의 마음에 들지 않았던 학생은 학점으로 보복당하거나 수업에서 계속 괴롭힘을 당했다"며 "혼자만의 힘으로 이 일을 헤쳐나가기 힘들었고 이제서야 학생들이 힘을 모은 것"이라고 밝혔다.

▲제대멀티 송영민 학생이 자유발언대에서 갑질교수의 만행을 폭로하고 있다.@사진 김관모 기자

이어서 발언대에 선 김은혜 학생은 "강압적인 학과 분위기와 교수의 폭언이 이어졌고, 감당하지 못할 과제로 학생들은 다른 과제를 제대로 이수하지 못했다"며 "결국 등록금을 더 내고 계절학기를 해야 했고 필수전공이 아닌 수업을 듣지 않으면 졸업시켜주지 않겠다는 협박도 받았다"고 말했다. 김은혜 학생은 "수업시간에 교수는 여학생에게 얼굴 어디를 고쳤냐고 계속 추궁하는 모습을 봤으며, 성차별과 인격모독도 항상 있었다"고 전 모 교수의 만행을 폭로했다.

김은혜 학생은 "이런 부조리에 시달리다보니 자괴감에 시달렸고 매번 교수의 기분을 살피고 폭언을 들을까봐 두려워 긴장 속에서 말한마디 못했다"며 "이것이 교수가 말한 지방국립대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김은혜 학생은 "부당한 권력에 수긍하지 않고 맞서싸울 것이며 다시는 공포에 질린 수업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교수가 파면되고 학과가 정상화될 때까지 지치지 않고 싸울 것"이라고 의지를 굳혔다.

▲제대멀티 김은혜 학생이 자유발언을 하고 있다.@사진 김관모 기자

한편 박영선 학생은 "교수는 항상 여학생을 남학생의 보조역으로만 생각했고 학과 대표가 여학생이어도 그 학생을 무시하고 남학생만 찾았다"며 "나중에는 다른 교수들도 남자들이나 복학생이 (중요한 일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성차별 분위기를 유도했다"고 회자했다.

박영선 학생은 "교수가 사과문을 어떻게 작성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고 이후 학생에게가 아닌 기자에게 사과문을 전달했다"며 "지방대의 한계를 뛰어넘는 도제교육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학생들이 작업한 프로젝트를 자신의 자식의 포트폴리오로 쓰는 것이 도제교육인지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박영선 학생은 "서울에서 고등학교를 지내고 디자인을 위해 제주에 왔지만 이런 일을 겪을때마다 내가 택한 길이 맞는 것일까 항상 괴로워했다"며 "교수의 성차별 발언과 폭언을 수없이 들었고 교수 밑에서 1년간 연구생으로 있었던 시간을 생각하면 트라우마만 남아있다"고 눈물짓기도 했다. 박영선 학생은 "저는 이 일을 계기로 이런 수업방식이 대학교 현장에서 다시금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며 "참된 교육을 우리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싶다. 여러분의 지지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지지를 요청했다.

▲박영선 학생이 자유발언을 하는 도중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사진 김관모 기자

이날 집회에서는 시민단체와 제주대 학생회의 연대도 이어졌다.

김남훈 615 공동선언 실천 제주본부 집행위원장은 "제주사회의 갑질과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 현재 제대멀티학생들이 선두에 서있다"며 "시민단체가 적극 학생들을 지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김다빈 정의당 제주도당 청년학생위회도 "교수에게 갑질 당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잘못됐다는 것을 밝히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생들이 나섰다"며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 안다. 제주대가 조속히 조사를 마칠 수 있도록 정의당도 함께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문성빈 제주대 제50대 소신 총학생회장도 "이번 사건은 교수와 학생의 부당한 권력구조를 보여주는 일"이라며 "이런 아픔과 고통이 일어나지 않다록 우리는 함께 싸울 수 있다는 것을 저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성빈 총학생회장은 "학문을 연구하고 미래 리더의 자질을 향상하는 곳이 아닌 썩어문드러진 현실에 수긍하는 법을 가르치는 학교를 바꿔야 한다"며 "제대멀티 학생들이 꿈을 키울 수 있도록 함께 해달라"고 시민들의 연대를 당부했다.

이후 제대멀티 학생들은 ▲갑질교수의 파면과 더 나아가 또다른 갑질, 성희롱, 인격 모독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 ▲인권침해로부터 자신과 동료를 보호하고 부당한 권력에 맞서 나설 것, ▲제주대 멀티미디어디자인과의 정상화와 제주대 발전에 앞장설 것 등을 결의했다.

▲제대멀티 학생들이 '우리의 결의'를 낭독하며 저항의 결의를 다지고 있다.@사진 김관모 기자
▲제대멀티 학생들이 '우리의 결의'를 낭독하며 저항의 결의를 다지고 있다.@사진 김관모 기자

이번 집회 이후 학생들은 교육부에 계속 탄원서를 보내면서 교육부와 제주대학교의 향후 입장을 지켜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민주 공동대책위원장은 "7월간은 앞으로 일정을 지켜보면서 우리의 입장을 지속적으로 알리겠다"며 "만약 7월 안에 별다른 변화가 없다면 8월에 다시금 학생들의 의지를 전달하기 위한 행동을 다시금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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