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쯤이면 피었을까?

물살을 가르는 '비양도 천년호'는 비양포구에 정박을 한다.

노랗게 물들였던 펄랑못에는 

바다바라기 '암대극'이 강풍을 동반한 장맛비에 실한 열매까지 날려버렸지만

검은 현무암 돌밭 위로 연분홍 속살을 내밀고

한껏 꽃단장 한 해녀콩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가다 서기를 반복한다.

아름답지만 슬픈 전설을 간직한 '해녀콩'

해녀들이 원치 않는 아이를 가지면

이 콩을 한 됫박 먹고 아이를 지웠다는 데서 유래된 '해녀콩'

듣기만 해도 짠한데 해녀콩의 전설의 진실을 알고 나면

연분홍 꽃색깔마저 애틋하게 느껴진다.

해녀콩은 콩과의 덩굴성 여러해살이풀로

바닷가에 드물게 보이는데 제주에서는 비양도, 차귀도, 다려도,

토끼섬 일원에서 볼 수 있다.

커다란 녹색의 잎은 3출엽으로

질이 두껍고 도란상 원형이거나 거의 원형으로

뒤쪽 2개의 꽃받침 잎은

아래쪽 것보다 훨씬 크고 넓은 모습이 칡 잎과 구별된다.

7~8월에 피는 연한 홍자색 꽃은

총상꽃차례로 각 마디에 2~3개씩 달리고

작두콩과 달리 꼬투리는 편평한 긴 타원형으로 2개의 능선이 보인다.

타원형의 종자는 갈색이다.

해녀콩은 사료용으로 이용하지만

해녀들에게는 콩을 삶아서 낙태용으로 사용했다.

제주 해녀들의 고달프고 아픈 삶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해녀콩'

생명을 건 삶의 터전 시퍼런 제주 바다

저승길이 멀다고 하지만 차디찬 바닷 속 물길만 할까?

뜨거운 한여름 더위와 바닷가 척박한 땅에서 잘 견뎌내는

강인한 생명력은 제주 해녀들의 삶을 닮았다.

바닷가 해녀콩이 피어날 무렵

물질하는 해녀들은 수면 위로 머리를 내밀고 깊은 숨을 몰아 쉰다.

잡아먹힐 듯 거친 파도 깊숙한 곳에서 흘러나오는 해녀들의 숨비소리 '호오이 호오이'

바다로 퍼지는 숨비소리, 무심하게도 쪽빛 바다는 다시 거친 파도를 만들어낸다.

숨비소리 한 번 길게 내고 거친 파도 속으로 자맥질은 계속된다.

숨 하나로 바다를 누비는 해녀들의 거친 삶과 꿈을

바다는 알고 있을까?

해녀콩의 꽃말은 '전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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