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7시 30분께 강정마을커뮤니티센터에서 국제관함식 관련 주민 토론회를 개최했다.(사진=김재훈 기자)

주민들의 동의를 거치지 않고 은밀히 추진되어온 국제관함식은 우려대로 강정마을 공동체에 다시 한 번 큰 생채기를 남겼다.

22일 저녁 7시 30분 제주해군기지 국제관함식 개최 관련 강정마을 주민 토론회가 강정마을커뮤니티센터에서 개최됐다. 올해 초 강정마을 총회에서 결정한 국제관함식 유치 반대 결정을 번복하는 총회를 다시 열 것인지에 대해 주민들이 찬반으로 나뉘어져 격렬하게 대립했다.

주민들은 마을총회에서 결정한 국제관함식 유치 반대 입장 번복에 대한 찬반으로 나뉘어져 격렬하게 부딪혔다. 토론회 내내 고성이 오갔고, 격앙된 일부 주민들은 토론회장 밖으로 나오기도 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주민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날 국제관함식 유치 총회 결정 번복 찬성 측은 대통령의 국제관함식 참석을 하나의 변수로 봤다. 대통령이 강정마을에 방문하고 사과 등의 조치 및 마을에 대한 지원이 따를 것이라 전망했다. 관함식 유치 반대 측은 그와 같은 가정은 장밋빛이며 대통령의 마을 방문 여부도 불확실하고 공동체 회복을 위한 지원은 관함식과 별개로 추진되어 온 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총회에서 결정한 사안에 대해 주민 간 싸움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강정마을 현안관련 토론회’는 강정마을 향약 상 주민을 대상으로 하고 언론 등에 대해 비공개로 진행됐다. 조경철 전 강정마을 회장이 토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공개토론을 할 것을 요청했으나 강희봉 회장이 이를 거부하며 결국 비공개로 진행됐다. 서귀포시청 직원이 자리에 있다 발각돼 쫓겨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금옥 청와대 시민사회 비서관, 주성철 시민사회 비서관실 행정관, 이장호 국방개혁 비서관, 조경자 국방개혁 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등도 참석해 주민들의 질의에 답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온다는 것이 마을로 직접 온다는 것인지 함상 사열 등으로 그치는 것인지 정확한 내용을 알려달라고 말했으나 청와대 관계자는 관함식 전례 상 참석하는 것으로 준비하고 있다는 답을 했다고 밝혔다.

결국 문 대통령이 강정마을을 방문하고 주민들과 만날 수 있는지는 밝힐 단계가 아니라는 것. 다만 지난 10년 동안 강정이 입은 상처를 아우를 수 있는 메시지를 줄 수는 있지 않겠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청와대 관계자는 진상규명, 책임자의 사과, 사면복권 등 강정마을 주민들의 요구를 알고 있지만 쌍용차 등 해결해야 할 선 과제가 남아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토론회에 참석한 한 주민이 대통령이 국제관함식에 참석한다고 해도 주민들을 만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인데 회장이 섣부르게 대통령의 동선에 대해 판단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을을 거치지 않고 함상으로 이동할 수도 있지 않겠냐는 것. 국제관함식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전체적으로 해군기지가 순탄치 않게 진행돼 마을에 불화가 있다는 점을 거론하며 해군입장에서는 좋은 기회겠지만 마을 주민 입장에서는 시기적으로 옳지 않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강정마을커뮤니티센터에서 진행된 국제관함식 토론회는 주민들 간 갈등만 키우고 밤 11시를 넘겨 마무리 됐다.(사진=김재훈 기자)

이날 토론회에서 강동균 전 강정마을 회장은 주민들이 또 농락당하고 있다며 개탄한 것으로 파악됐다. 마을 총회에서 결정한 안건인 국제관함식 유치 반대 입장은 일사부재의 원칙을 따라야 하고 공동체 회복사업은 관함식 수용여부와 별개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

강 전 회장은 국제관함식을 통해 강정마을을 찾는다는 것은 강정마을 주민들을 위로하는 차원이 아니라 해군기지로써의 위상을 떨치고 해군기지로 못 박으려고 하는 것이라며 주민들을 그만 농락하라고 말했다. 관함식이 주민들 동의 없이 은밀히 추진돼 왔다면서, 왜 다시 주민끼리 싸우게 만드냐고 분통을 터트리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토론회는 관함식 관련해서 입장을 좁히지 못한 채 아무 진전없이 밤 11시쯤 마무리 됐다. 주민 갈등만 키우는 토론회가 되고 만 것. 토론회가 끝난 후 격앙된 주민들은 한참 동안 목소리를 높였고 일부 주민들 간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토론회가 끝난 후 강희봉 마을회장은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관함식 유치 번복 총회 가능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향약 상 100명 이상의 주민이 총회발의에 서명하면, 72시간 이내에 관함식 유치여부의 건을 재상정하는 총회를 열 수 있다. 결국 마을총회의 입장을 스스로 번복하는 총회가 열려 강정마을 갈등이 더욱 커지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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