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저녁 6시. 정의당 제주도당사에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분향소가 차려졌다.

정의당 도당 임원들은 대부분 검은 옷을 입었다. 급하게 오느라 차마 옷을 갈아입지 못한 이들도 몇몇 보였지만 분위기는 같았다. 모두 분향소의 영정을 바라보지만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 영정사진에 노회찬 원내대표의 얼굴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정의당 제주도당사에 노회찬 원내대표의 분향소가 차려졌다.@사진 김관모 기자

영정사진 속 노 원내대표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 얼굴 앞으로 국화꽃이 놓이고 향이 피워지면서 연기가 올라왔다.

이 모든 상황이 당원들은 어안이 벙벙하다.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모르겠어요. 지금도 믿기지 않는데요. 지금도 믿기지 않아요."

이번 지방선거에서 유일하게 진보정당 제주도의원 비례대표에 당선된 고은실 정의당 의원은 연신 믿기지 않는다는 말만 되내었다. 그의 얼굴에서는 연신 허탈한 표정만 나왔다.

고 의원은 지난 지방선거 때 서울에서 자신을 북돋아주던 노 원내대표의 모습이 아직도 새록새록하다.

▲정의당 제주도당 임원들이 노회찬 원내대표의 분향소 앞에서 헌화를 하고 있다.@사진 김관모 기자
▲정의당 제주도당 임원들이 노회찬 원내대표의 분향소 앞에서 향을 피우고 있다.@사진 김관모 기자

노회찬 원내대표는 심상정 의원과 함께 정의당을 대표하는 두 축 중 하나였다. 

2002년 민주노동당이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노 원내대표는 진보정당운동을 위해 헌신했다. 이후 그는 TV토론회에서 특유의 재치와 유머, 유식함으로 맹활약 하면서 스타 정치인으로 떠올랐다. 한때 국회의원들이 "노회찬의 입심을 배워야 한다"고 할 정도이 역량도 갖추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젊은 진보정치인들의 우상이자 큰형님이었다. 또한 그는 항상 약자의 편이었으며, 민중이 나서는 광장의 한 켠을 지킨 친구였다. 그래서 그의 죽음은 더욱 충격으로 다가온다.

그간 노 원내대표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을 거치면서 진보정당의 해산과 와해, 분리의 과정을 겪었다. 이제 보수정권이 물러나고 이번 지방선거에서 정의당이 많은 지지를 얻으면서 노 원내대표가 해야 할 일은 많았다.

하지만 드루킹(더불어민주당 당원 댓글조작 사건)이 터졌고, 그 폭풍 속에 노 원내대표마저 휘말렸다. 

그래서 정의당 창기인 중 한 사람이었던 김대원 정의당 도당 위원장도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김대원 위원장은 침착하게 상황을 정리하면서 기자를 맞았지만, 이미 눈은 빨갛게 부어있었다.

▲정의당 제주도당사에 노회찬 원내대표의 분향소가 차려졌다.@사진 김관모 기자

"소탈하시고 겸손하시고 격이 없는 분이셨어요. 저는 예전에 배달하던 자영업자다보니 처음 정치하려 할때 자신이 없다는 말씀을 드렸더니 "정치인은 법을 만드는 사람"이라며 자신감 있게 정치에 임하라고 하셨던 게 기억나요. 그렇게 자기 관리에 엄격했고, 도덕적으로 철두철미하려고 하셨던 분입니다."

노회찬 원내대표의 발기일은 27일 예정이다. 이에 도당은 오는 26일까지 분향소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당사 분향소는 제주시 고마로 123번지 금강빌딩 4층 사무실이다.

기자도 분향소에서 향을 피우고 헌화를 한 뒤,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이제 모두 잊고 편히 쉬십시오. 수고하셨습니다."

▲정의당 제주도당사에 노회찬 원내대표의 분향소가 차려졌다.@사진 김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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