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Alfred Xuereb) 대주교가 한국 부임 후 처음으로 천주교 제주교구를 방문해 예멘 난민 지원을 위해 나섰다.

▲슈에레브 주한 교황대사가 29일 오전 강우일 제주교구장에게 교황청 자선기금 1만유로를 전달하고 있다.@사진제공 천주교 제주교구

슈에레브 주교는 29일 오전 11시 천주교 제주교구를 방문했다.

프란치스코 교황(교종)이 발표한 난민에 관한 회칙과 권고에 따라, 슈에레브 주교는 제주를 찾은 5백여명의 예멘 난민에 관한 사목서한을 발표하고, 그들을 환대하고자 노력하는 제주교구에 교황이 함께 하고 있음을 전했다.

이에 슈에레브 주교는 교황청이 제주교구에 자선기금 1만유로(한화 1,300만여원)을 전달했다. 

앞서 슈에레브 주교는 지난 28일 오후 제주에 거주하는 예멘 난민들을 비공개로 방문에 면담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슈에레브 주한 교황대사가 28일 오후 제주도내에 거주하는 예멘난민들과 면담을 가지고 있다.@사진제공 천주교 제주교구

이날 슈에레브 대주교는 29일 오전 주교좌 중앙성당에서 강우일 주교와 미사를 공동집전했다.

슈에레브 대주교는 이날 '의심과 두려움을 품는 것 자체는 죄가 아니다. 죄는 이러한 두려움이 우리의 대응 방식을 결정하게 용납하는 것이다. 두려움이 우리의 선택을 제한하게 그냥 허락하는 것이 죄'라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씀을 전했다.

슈에레브 대주교는 “교종께 난민들을 보살펴주고 있는 여러분과 함께하고 있다는 뜻으로 축복이나 기도도 좋지만 5천 유로 정도의 지원을 요청했는데, 교종께서는 기쁜마음으로 그 두배인 1만유로 주셨다”며 “이것은 그분께서 늘 가까이 계시고 여러분을 사랑한다는 표징”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슈에레브 대주교는 "제 특권으로 여러분  모두에게 교종 프란치스코 사도좌의 축복을 드린다"며 "이는 환대를 베풀고 화해와 평화를  추구하는 여러분의 노력에 대한 지지와 기쁨의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제주를 떠나기 전에 슈에레브 대주교는 제주 4.3 평화공원을 방문하고 영령들을 위한 기도의 시간을 가졌다. 

▲슈에레브 주한 교황대사가 29일 오전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사진제공 천주교 제주교구

제주교구 교우들에게 전하는 교황대사의 인사말
제주 주교좌성당 방문미사 
2018. 7. 29

제주교구장 강우일 베드로 주교님, 
그리고 그리스도 안에서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저는 주한 교황대사직을 새롭게 시작하는 이 시점에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님께 봉헌된 이렇게 훌륭한 주교좌 성당에서 여러분께 인사를 드리게 되어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주일 미사를 공동으로 집전할 수 있도록 기쁘게 초대해 주신 강우일 베드로 주교님께 마음 깊이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이는 정말이지 특별한 은총과 축복의 순간입니다.

또한 특별히 한반도와 그 너머에까지 희망이 두근대는 이 역사적 순간에 저를 뽑으시어 한국과 몽골의 대사로 보내주신 프란치스코 교종께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이 멋진 나라로 출발하기 전날 저는 교종님을 알현하였습니다. 그 때 교종께서는 북쪽과 남쪽의 한국인 모두에게 당신께서 각별한 애정을 지니고 있음을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교종께서는 또 당신의 축복을 전하시며, 이 아름다운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 항구한 평화와 참된 화해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매일 기도하고 계심을 여러분에게 알려 달라고 당부하셨습니다. 그분은 아시아의 첫 사목 방문지로 여러분의 나라를 택하셨고,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지난 2014년 8월에  한국을 방문하셨습니다.

제주 교구의 두 분 주교님은 최근 민감한 사안에 관한 사목 서한을 발표하셨습니다. 제주 땅에 찾아온 500여 명의 예멘 난민에 관한 것이었지요. 저는 두 주교님들의 권고에 전적인 지지를 보냅니다. 주교님들은 프란치스코 교종께서 발표하신 회칙과 권고에 완전히 일치하고 계십니다. 교종께서는 우리가 부닥친 이 새로운 사회-지리적 현실 앞에서 모든 가톨릭 신자들이 좀 더 너그럽게 우리의 형제요 자매인 저들을 환대하자고 촉구하십니다. 그들은 삶의 안정을 찾아 자기 모국을 강제로 떠나야만 했던 사람들입니다.

교종께서는 다음과 같은 말씀으로 우리를 일깨우십니다. “의심과 두려움을 품는 것 자체는 죄가 아닙니다. 죄는 이러한 두려움이 우리의 대응 방식을 결정하게 용납하는 것입니다. 두려움이 우리의 선택을 제한하게 그냥 허락하는 것이 죄입니다. 두려움이 남을 존중하는 마음과 남에게 너그럽게 대하는 태도를 집어 삼켜버리도록 허용하는 것이 죄이며, (그 자리에) 적대감과 거부감이 커 가도록 놔두는 것이야말로 죄가 됩니다. 그러니까 죄는 타인, 나와 다른 이, 내 이웃을 만나기를 거부하는 것입니다. 이는 사실 주님을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기회인데도 말입니다”(2018년 1월 14일 세계 이민의 날 미사 강론).
   
교종께서는 예멘 난민들을 환대하고자 모범적으로 노력하는 제주 교구와 함께 하신다는 구체적인 표지로 얼마간의 물질적인 후원을 하고자 하십니다. 그리고 제가 지금 그것을 여러분들의 사랑 받는 교구장 주교님께 전해 드립니다.

성좌와 한국을 잇는 우정과 신뢰의 역사를 기억하며 저는 제가 가진 특권으로 여러분  모두에게 교종 프란치스코 사도좌의 축복을 드립니다. 이는 환대를 베풀고 화해와 평화를   추구하는 여러분의 노력에 대한 지지와 기쁨의 표현입니다. 한국의 수호자이신 성모님과 한국 순교 성인들의 전구가 여러분의 모든 노력과 함께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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