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 녹지국제병원을 둘러싸고 토론회가 열린 제주농어업인회관 대강당이 뜨거웠다. 

 '녹지국제병원' 관련 도민 공론조사를 위한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원회(위원장 허용진, 이하 공론조사위)는 30일 오후 2시부터 농어업인회관 대강당에서 '녹지국제병원 공론조사 관련 지역별 도민 토론회'를 개최했다.

▲30일 오후 제주농어업인회관에서 '녹지국제병원 공론조사 관련 지역별 도민 토론회'가 개최됐다.@사진 김관모 기자

지난 4월 공론조사위가 구성된 이후 6차례의 회의를 거친 끝에 7월 30일과 31일 제주시와 서귀포시에서 도민 토론회를 개최한 후 제주도민 3천명 규모의 공론조사를 실시하고, 200명의 도민참여단을 모집해 최종공론을 모으기로 결정했다. 

◎영리병원 찬반 결정하는 마지막 시도...뜨거운 현장

이번 토론회는 국내1호 영리병원의 출현을 결정하는 마지막 시도다. 이미 보건복지부의 사업계획 승인이 결정된 상황에서 제주특별자치도는 개설 허가의 여부를 사실상 공론조사위 결정에 맡겼다. 영리병원 설립 여부를 제주도민이 직접 결정하게 되면서 이 문제는 제주 사회만이 아니라 국내에서도 큰 관심을 갖게 됐다.

따라서 토론회에 앞서 대강당 주변에서는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시민단체들이 피케팅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또한 대강당은 이번 영리병원 설립에 관심을 보이는 의료관계자들은 물론, 정부 및 기관 관계자, 일반인 등으로 자리를 가득 메웠다.

▲토론회가 열리기 전 대강당 입구에서는 영리병원 설립을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이 피케팅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 김관모 기자
▲토론회가 열리기 전 대강당 입구에서는 영리병원 설립을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이 피케팅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 김관모 기자

이날 토론회 방식은 녹지병원 개원 불허측과 개원 허가측으로 나누어 기조발제를 하고 토론회를 이어가는 방식이었다. 또한, 각 측에게 기조발제 15분과 지정토론 20분, 상호토론 40분이 주어지는 시간총량제 토론 방식도 적용됐다.

공론조사위는 이번 토론에 앞서 이번 숙의형 공론조사방식이 전국 지자체에서는 처음 시도되고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허용진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이번 토론회가 열린 배경을 설명하면서 "적극적인 참여와 올바른 공론으로 지역 사회 통합과 도민사회의 민주역량을 높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면서도 " 처음하는 공론조사이니 부족하고 아쉬운 면 있으리라 생각한다. 많은 양해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우석균, "영리병원 설립, 제주 의료비 폭등으로 이어져"

먼저 기조발제는 반대측인 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대표부터 시작됐다. 

우석균 대표는 "관광업이 발전하면서 제주도민 살림살이 나아지셨느냐"며 "중국자본에 잠식하면서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영리병원이 들어오면 제주 의료비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 대표는 "미국 영리병원을 보면 비영리병원보다 19% 비용이 높은 반면, 사망률은 1.2배 높다"며 "이 이유는 영리병원의 목적은 주주의 이윤배당과 CEO의 봉급이기 때문에 진료인력을 줄이고 치료 재료의 질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대표가 기조발제를 하고 있다.@사진 김관모 기자

우 대표는 "영리병원은 지역사회의 공익적 기능이 거의 없거나 역행하게 된다"며 영리병원에 따른 '뱀파이어 효과'를 강조했다. 영리병원의 의료비용이 올라가면 다른 비영리병원도 의료비용이 폭등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 영리병원은 국가의 건강보험증이 아닌 별도의 값비싼 사보험을 들게 만들기 때문에 결국 도민들은 이용할 수 없고 일부 부유층만 사용하는 병원이 될 것이라고 우 대표는 말했다. 

우 대표는 "의료 관광을 이야기하지만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일컬어지는 태국은 영리병원이 생기면서 맹장수술이나 담낭수술 같은 간단한 수술과 입원비 등 의료비가 3년간 무려 50%나 상승했다"며 "영리병원의 도입은 제주부터 의료비가 폭등하는 결과를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우 대표는 현재 녹지그룹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우 대표는 "녹지그룹은 병원경영 경험이 전무한 부동산 기업이며, 사실상 국내의료법인인 미래의료재단(이하 미래)에 운영을 맡겼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며 "미래가 운영을 맡거나 컨설팅을 했다면 이는 의료법 위반이며, 결국 녹지병원 개설 취소로 이어지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우 대표는 2005년부터 수차례에 걸쳐 진행해왔던 영리병원 설립 시도에 대해 설명했다. 2005년 처음 설립하려 했을 때 찬반 여론이 거세지자, 2008년 김태환 당시 도지사는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추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반대여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한차례 영리병원 시도는 좌절됐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2014년 우근민 도정은 싼얼병원을 추진하려고 했지만, 모기업인 중국의 CSC가 부도나면서 허가가 취소됐다. 이후 녹지그룹에서 2015년 1차 녹지국제병원 설립을 추진했지만 녹지그룹이 전액 투자했다는 정부의 주장과 다르게 북경연합리거가 개입한 문제, 운영주체였던 BK성형외과 홍성범 대표가 세금탈루 혐의로 벌금형을 받으면서 녹지측에서 병원 설립을 철회하기도 했다.

이에 우 대표는 "정부가 영리병원을 계속 추진하려는 것은 국내병원을 돈벌게 해주기 위해서"라며 "이런 의료적폐를 청산하고 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국공립병원이나 대학병원을 유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대표가 기조발제를 하고 있다.@사진 김관모 기자

◎신은규, "설립 마무리 상태...일방적 취소는 1조원 규모 소송 될 수도"

이어진 기조발제에서는 신은규 동서대학교 보건행정학과 교수가 나와 개원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신은규 교수는 녹지국제병원 사업은 이미 정부의 허가가 떨어져 최종 개원을 기다리는 상황이라며,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신 교수는 "이미 9~10개월에 가까운 아이를 낳아서 어떻게 잘 기를 것인지를 생각해야 하는 시점과 같다"고 현 상황을 비유했다.

신 교수는 "영리병원의 사망률이 높은 이유는 뇌수술 같이 고가의 위험한 의료행위를 하기 때문"이라며 "비영리병원도 이윤을 추구하고 있으며, 지방정부의 부담으로 인해 수십억에서 수백억원 적자로 인해 폐업하는 국공립병원이 있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형평성과 효율성 못지 않게 지속가능성이 세계적인 화두가 되고 있다"며 "한번 들어온 의료기관이 얼마나 지속적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느냐를 생각할 때 영리병원 도입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은규 동서대학교 교수가 기조발제를 하고 있다.@사진 김관모 기자

아울러 신 교수는 "영리병원은 100% 본인부담이기 때문에 건강보험의 재정을 쓰는 일이 없어 건강보험을 무너뜨리는 일은 생기지 않는다"며 "오히려 녹지국제병원이 이윤창출을 어디에 쓰는지를 시민단체가 감시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특히 신 교수는 녹지국제병원의 개설 허가가 취소될 경우 막대한 비용의 소송을 치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신 교수는 "현재 녹지병원에 투입된 비용만 6,357억여원에 달한다"며 "1조원에 가까운 투자가 이뤄졌는데 이것을 취소한다면 얼마나 피해보상을 해야 할지 에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 교수는 "이번 공론조사 토론회에 녹지가 참여하지 않았는데 아마도 소송 준비에 들어간 것 아닌지 걱정된다"며 "신고리 5,6호기가 결국 공론화위원회에서 끝을 보는 것으로 결정됐던 사실을 생각해야 한다. 건설이 중단되면 수조원대를 감당해야 했기에 지속됐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신 교수는 현재 시민단체가 과잉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 교수는 "개인 기호에 따라 선택적으로 진료를 받으려는 부유층이 있다"며 "돈 있는 사람이 돈을 쓰도록 자유권을 주고, 그것으로 돈을 벌어서 제주 세금에 쓰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신 교수는 "제주도는 중국인을 무비자로 올 수 있는 혜택을 보고 있는데, 왜 제주도가 영리병원 문제로 저런 이야기를 하는가라는 의문도 제기하는 시선도 있다"며 "차라리 외국자본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하되, 제주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고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신은규 동서대학교 교수가 기조발제를 하고 있다.@사진 김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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