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남북한) 통일을 찬성합니까?" 강연을 마치고 질의에 들어갔을 때 청중 한 사람의 질문이었다. 당돌한 이 질문에 약간 장내가 술렁거리는 분위기였다.

"통일은 남북한이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질문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강연을 마친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현, 한반도평화포럼이시장)과 남기정 서울대학일본연구소 부교수는 서로 쳐다보다가 정세현 씨가 마이크를 잡고 닦부러지게 결론적인 말을 마치고 나서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서독의 브란트 수상은 동방정책을 위해서 꾸준히 노력했으며, 그후 (정권이) 바뀌어도 20년간 계속 유지해 왔습니다."

그것이 독일의 통일을 이룩했다는 비유와 함께 한반도의 남북통일도 이렇게 해야 한다는 메시지처럼 들렸다.

그런데 남북통일에 일본 찬성 운운의 질문은 본질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확고한 신념이 엿보였다.

남북관계의 통일정책을 주도해온 역대 통일부장관으로서의 흔들림없는 자신감과 자존심이 힘차고 커렁커렁한 목소리에는 넘쳐흐르고 있었다.

"6월 18일 오사카지진으로 인해 6월 21일 개최 예정이던 이 강연회가 연기 되었습니다. 그 후에도 폭우 피해로 인하여 걱정 되었지만 오늘 강연회를 열게 되었습니다."

"지진과 폭우 피해들도 입었음은 물론, 이렇게 무더운 날씨인데도 불구하시고 많은 분들께 참석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강연회를 주최한 주오사카대한민국 총영사관 오태규 오사카총영사의 인사말이었다.

8월 1일 오후 세시부터 민단오사카본부 5층홀에서 열린 강연회는 8월 시작의 첫날과
찜통 더위에도 불구하고 3백여명이 참가했다.

갑작스런 상황으로 강연이나 행사 등이 열릴 수 없을 때에는 흔히 중지 되거나 연기 되더라도 빠른 시일 내에 재개최가 어려운데, <남북수뇌회담이후, 한반도의 정세와 새로운 한일. 일조관계>의 강연회는 예상 이외로 빨리 열린 것은 바로 추진력이었다.

후원이 민단오사카본부이고 개최 장소도 오사카본부 홀이니까 소개를 겸해서 민단오사카본부단장의 인사도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그러나 주최기관을 대표해서 오 총영사의 짤막한 인사뿐이었다. 강사의 자세한 경력 소개는 배부된 자료에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다시 누누이 되풀이 되는 강사 소개도 없었다.

이러한 부분들을 생략하고 강사 소개도 간단히 마치고 본 강연으로 바로 들어간 것은 청중들의 긴장감 속에 들을 수 있어서 깔끔하고 신선했다.

첫번째 강사인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4.27남북수뇌회담 이후의 한반도정세:전망과 과제"를 주제로 강연을 했다.       

1.베를린구상: 한반도 냉전구조해체의 사곡. 2. 한반도 냉전구조의 해체: 우리들의 오랜 숙원. 3. 미조수뇌회담의 의미와 동북아시아의 움직임. 4.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의 국내외 파급효과. 5. 맺음 말로 이어졌다.

1971년 제7대 대통령 선거 당시 김대중 대통령후보가 <4대국클로스승인> <남북교류>를 주장했지만 야당후보였기 때문에 국가정책이 되지 않았다.

1988년 노태우 대통령이 발표한 <7.7선언>은 한국의 동방정책으로서 한소. 한중 국교정상화를 이룰 수 있었고,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구상>이 평창올림픽과 맞물려 4.27 남북수뇌회담, 6.12 미조수뇌회담까지의 경위를 자세히 들려주었다.

다음 강 남기정 서울대학일본어연구소 부교수는 "남북. 조미수뇌회담과 한일. 조일관계 -역사를 풀어서 생각한다-"를 주제로 발표했다.

<4월, 조선잔혹이야기>의 서두에는 놀랍게도 미국에서 태어나 영국에 귀화한 노벨문학상 수상자 T.S 엘리어트 시인이 등장했다.

그의 시 "황무지(荒蕪地)"에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구절이 있다. 한국은 제주의 4.3사건, 학생혁명  4.19, 세월호의 4.16, 2015년 4월부터는 <4월위기>가 있어서 "4월은 한국의 잔인한 달"로서 빗대었다.

<평화, 촛불의 명령> <평창, 평화의 씨앗 뿌리기> <연결, 평화의모습> <일본, 모기장 밖> <4월에서 6월로, 불가역성의 증명> <현실, 현상변경의 지각변동> <도전, "종축:縱軸아시아평화지대"의 구상> <6월, 역사의 운명적 되만남>을 발표했다.

한일, 일어 동시 통역이 있었지만, 초등학고 시절 은행원이었던 부친 따라 일본에서 생활했었고, 일본 유학 경험도 있었다면서 그는 유창한 일본어로 말했다. 

4월 못지 않게 한국의 6월은 많은 변화가 있었다. 6.25 한국전쟁, 6.3 한일회담 반대. 6.10 만세운동 및 민주항쟁, 6.29 민주화선언 등이 있는데, 6월12일 역사적인 조뇌수뇌회담이 열렸다.

이렇게 한반도에서 일어난 비극과 여러 변화를 극복하는 길은 동아시아의 남북을 연결하여 <종축의 아시아평화지대>를 창출함으로서 완성된다.

이외에도 <심화, 한중일의 공생 삼각형> <입회, 한미일의 안보 삼각형> 등의 발표도 있었다.
한국총영사관의 공식 행사이며, 통일부장관까지 역임한 정세현 씨와 서울대학 현직 부교수 남기정 씨 강사 두 분은 한국인인데, 언제나 연단 무대 뒷벽에 걸려 있는 태극기와 민단기가 보이지 않았다.

청중들 속에는 이 모습에 의구심과 의아함을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필자도 그 청중들 중의 한 사람이었다.

이것은 두번째 강사인 남기정 부교수가 강연 중에 비데오 영상을 자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잘 비추기 위해 무대 뒷벽에 검은 커텐을 쳤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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