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미래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백승주 박사/ 서귀포시 대정읍 출신으로 재경 대정포럼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고려대 지방자치법학연구회장과 C&C국토개발행정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지하철 국회의사당 역에 가면 제주특별자치도 명의의 광고를 볼 수 있다. 즉, “지방이 골고루 잘사는 대한민국, 제주에서 시작됩니다. 특별자치도 12년 제주! 헌법적 지위 확보를 통해 고도의 지방분권 모델을 완성해 나가겠습니다”라는 광고다.

나름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으나, 필자로서는 몇 가지 의문점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이고, 현실 여건이나 환경 또한 전혀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최근 한 중앙언론이 보도했던 몇 가지 이슈들을 통해 그 현실을 짚어 보고자 한다.

첫째, 모 언론은 “지금은 ‘청와대 정부’시대, 대통령이 동분서주하며 모든 것을 다 결정하는 체제가 작동하고 있다. 그래서 국민은 대통령의 안위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청와대에 압도당한 정부·집권 여당의 존재감이 사라졌다. 청와대의 행정관의 이름은 알아도 장관이름은 모르는 상황 이다”라고 보도했다.

우선 이런 기현상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헌법적 관점에서 유추해 보면, 다음의 몇 가지 우려스러운 상황들을 상정해 볼 수 있다. “대통령과 참모조직만으로도 국정이 돌아가고 있다. 삼권분립 원칙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여당의 존재감이 없다는 것은 복수정당제 하에서 정치가 형해화(形骸化) 되어 가고 있다. 여야정당의 존재감 또한 무의미 해지고 있고, 국가권력 간의 견제와 균형의 저울 추(錘)가 안정감을 유지하지 못한 채 크게 흔들릴 수 있다.”

다음으로 이런 상황은 국정의 최고 집행기관인 행정 각 부처가 기능해야 할 이유나 지방을 균형 있게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차원에서의 지방분권 체제의 구축의 필요성이 예전만 같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이 국가경영에 있어서 전문성과 기술성 등을 겸비한 유능한 소위‘테크노크라트(technocrat)’들의 역할, 즉, 국가 백년대계를 그려나가는 정책결정 시스템에서 본의 아니게 배제될 개연성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지난 대선 직후 지방분권의 헌법적 보장을 명분으로 하는 헌법 개정 논의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제주특별자치도의 헌법적 지위 보장’이나 재정고권 확장 등을 통한 소위 ‘실질적 지방분권 보장’을 위한 헌법 개정 논의 자체가 새롭게 부상할 것이라는 기대치는 예전 같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어쩌면 그 자체가 사치로 비쳐지기 십상(十常)일 듯하다.

둘째,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 사안 중 하나로 평가 되는 최저임금 시행과 관련하여 부정적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물론 대통령이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하여 힘들지만 가능한 한 1만원은 꼭 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남겼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올해 3% 경제성장율 달성을 포기했다고 한다. 내수시장 활성화 차원에서 성장정책을 유지하기 보다는 정부가 나랏돈을 풀어 놓는데 정책 우선순위가 매겨지고 있다.

사실 섬 관광지 특성상 제주는 영세 자영업자 천국이다. 그래서 제주는 최근 최저임금 정책 등 정부 경제정책의 소용돌이 중심에 놓여 있다. 특히 영세 자영업자수가 크게 늘었고, 유입 자영업자 규모 또한 여타 시도와 비교하여 전혀 만만치 않은 게 현실이기도 하다. 유커 특수가 사라진 이후 제주 관광산업의 역량도 기진맥진 상황이다. 여기에 여차하면 소위 ‘남북경협 특수’라는 북풍이 휘몰아질 개연성 또한 전혀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광고 카피처럼 제주특별자치도의 위상은 견고하게 다져졌고 여타 시도를 압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여타 시도와 비교하여 경제적 풍요로움 속에서 태평성대를 맞고 있다고 장담할 수 있을 것인가?

전혀 아니다. 제주의 현실을 직시하건대 광고카피 내용 자체가 전혀 사리에 맞지 않아 보인다. 헌법적 지위 보장 또한 그 실현 여부를 떠나서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설령 헌법에 보장되더라도 현실정치에서 그것을 능히 수용할 만큼 역사와 전통이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의 지방자치 현실에서 자생하기 쉽지 않은 난제임이 분명하다.

어떤 난제를 무리하게 쫓는 것은 탁상공론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실사구시보다는 정치적 아젠다 선점에 집착하는 행태 또한 이제는 버려야 때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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