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9일 세계평화의섬 범도민실천협의회(의장 고성준)의 평화안전분과 사업, 평화봉사분과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예정이고 알렸다. 하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이들이 과연 ‘평화’라는 개념을 이해하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평화는 ‘서로 싸우거나 미워하지 않고 화목한 상태’로 정의된다. 좁은 의미로는 ‘전쟁이 없이 평안한 상태’를 의미한다. 현대 평화학은 '분쟁과 다툼이 없이 서로 이해하고 우호적이며 조화를 이루는 상태' 정도로 평화라는 개념을 정의한다. 결국 평화적 실천을 위해서는 국가 간 혹은 사회 구성원 간 결국 갈등 해소 대한 적극적인 고민과 참여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세계평화의 섬 범도민실천사업의 내용을 살펴보면 이러한 고민을 찾아보기 어렵다. 평화안전분과에서 추진하는 사업은 화재대피용 안전용품 보급, 안전체험 홍보부스, 화재대피용 마스크 보급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안전 관련 당국 및 봉사단체에서 진행하는 것이 적절한 사업이다. 이에 세계평화의 섬 관계 당국과 범도민실천위 구성원들에게 평화학에 대한 학습이 요구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평화봉사분과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오는 9월 몽골에서 ‘사랑의 집짓기’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화재로 주택이 전소되고 일가족이 사망해 홀로 남은 여성에게 보금자리를 현지 NGO와 공동으로 추진한다는 것. 제주도는 그와 더불어 몽골 현지에서 안전교육, 심폐소생술 교육과 ‘세계평화의섬 제주’ 홍보부스 운영, 태권도 교육 등 체육봉사도 함께 실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사업 역시 평화라는 개념을 소극적으로 바라보며 변죽만 올리는 활동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봉사활동을 벌이는 수많은 NGO에서 할 수 있는 사업들이기 때문이다. 세계평화의 섬 범도민실천협의회가 사업을 위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비판도 가능하다.

갈등과 분쟁이 있는 현장 파악 및 그에 대한 지원 방안 및 활동 계획을 적극적으로 세워나가지 않는다면 세계평화의 섬 범도민실천협의회의 역할에 대해서 도민들은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도내 갈등에 대한 고민 및 평화에 대한 학습이 필요하다. 도내 갈등 현장들을 제대로 응시하고, 도내에서 활동하는 평화운동 조직 및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청취할 필요성 또한 제기된다. 평화운동에 앞장 서 온 이들의 목소리와 도내 갈등을 외면하는 한 ‘세계평화의 섬’은 가면에 불과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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