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상 문제 등의 논란으로 파행 국면을 맞고 있는 녹지국제병원 숙의형공론조사의 1차 공론조사가 15일부터 강행된다.

▲허용진 녹지국제병원 숙의형 공론조사위원장이 14일 오후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 김관모 기자

◎"오해 풀기 위해 하루 연기"...사실상 16일부터 진행

허용진 녹지국제병원 숙의형공론조사위원회(이하 공론조사위) 위원장은 14일 오후 3시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허용진 위원장은 "14일 오후부터 시작하려던 1차 공론조사를 15일부터 시작하기로 했다"며 "사실상 내일은 휴일이어서 전문업체의 일정을 생각하면 16일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번 연기된 사유와 관련해 허 위원장은 "1차 공론조사를 두고 언론에서 오해가 생기고 있다"며 "잡음을 없애고 공정성을 기하는 길이라고 판단해서 오후에 위원들과 회의에서 오해를 풀고 진행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하루 연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허 위원장은 오후에 열리는 회의는 단순히 설명하는 자리이며 일정이나 문항을 다시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에, 일정에 변동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여론조사 문항 결정권, 위원회가 아닌 전문업체에 있다?

다만 이날 해명하는 자리에서 허 위원장은 중간에 말을 번복하면서 논란을 키웠다. 문제는 1차 공론조사인 여론조사 문항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발생했다.

허 위원장은 지난 14일 '의료영리화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이하 도민운동본부)'의 성명에 관해 입장을 밝혔다.

허 위원장은 합의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에 "문제가 있다 없다는 판단은 제가 하는게 아니다. 공론조사위는 전문업체가 하는 부분을 보조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프로세스가 어떻게 됐는지 보고받는 역할"이라며 "여론조사 문항 결정은 공론조사위의 영역이 아니라 전문업체의 영역"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론조사위 행정지원을 맡은 제주특별자치도 행정자치국의 한 과장도 나서서 "처음부터 설문지 작성할 때부터 업체와 위원회에게 설명했고, 논의과정에서 위원들과 관계자가 함께 논의됐다"며 "설문지 문항은 위원 것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질문지를 받는 컨소시엄에서 결정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허용진 녹지국제병원 숙의형 공론조사위원장이 14일 오후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 제주투데이

이 말대로라면 여론조사 문항의 최종결정권이 공론조사위에게 없고, 여론조사 전문업체에게 있다는 발언이 되는 것. 듣기에 따라서는 공론조사위가 여론조사의 책임을 전문업체에게 떠넘기는 태도로 비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에 기자들은 30분 넘게 이 문제에 의문을 제기하며 집중적으로 질문을 이어갔다.

결국 공론조사의 전체과정을 공론조사위가 책임지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허 위원장은 "책임지는 것은 맞다"며 "다만 여론조사 문항 결정이 공론조사위의 의결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답한 것이다. 오해가 있었던 부분"이라고 해명했다. 

◎오락가락 일정...최종 위원 의견 수렴도 논란

일정의 문제도 제기됐다. 14일부터 여론조사를 실시하면서 도는 공론조사위원들을 상대로 주말동안 메일로 의견을 받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메일을 보냈다는 내용을 받지 못하거나 미처 답변을 전달하지 못한 위원도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도와 허 위원장은 일정에 따라 진행되는 일이며 단체톡방에도 공지했던 상황이라며 문제 없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허 위원장은 "위원들이 사회적 지위가 있는데 9차 회의까지 해오면서 메일을 보내면 제때 의견을 주리라는 공감대가 이뤄져 있다고 생각한다"며 일정을 맞추지 못했다는 것이 절차를 무시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제주녹지국제병원의 전경

또한 설문문항에 대한 비밀주의 의혹에 대해서도 "위원회에서 회의 결과를 즉시 언론에 브리핑해왔다"며 "일부 오해의 소지가 있었던 부분은 앞으로 공론조사 과정에서 유념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같은 의견 수렴 과정은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는다. 허 위원장은 이번 문항결정은 "갈등사안"이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의결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위원들의 의견을 모아서 전문업체에 전달하고 이를 업체가 최종 수정해 결정하는 방식으로 한다면 "수렴"이 아니겠느냐는 것이 허 위원장의 답변이었다.

공론조사위와 관련한 세부규정이 정해진 것이 없어서 어디까지가 의결사항이고, 단순한 의견수렴 사항인지 기준이 모호한 것이 이번 논란을 키운 것이기도 하다.

한편, 공론조사위는 오후 5시 30분부터 회의를 진행해 별다른 변동사항 없이 일정을 마쳤다. 따라서 1차 공론조사는 사실상 16일부터 약 열흘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공론조사위는 이번 여론조사 방식을 무선 40%, 유선 60%으로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수만 명에게 연락을 돌려서 표본추출을 뽑아야 하기 때문에 상당부분 변동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4일 오후 5시 30분 공론조사위원회가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사진 제주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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