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녹지국제병원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위원장 허용진, 이하 공론조사위)가 14일부터 제1차 공론조사에 들어간다. 하지만 절차상 하자 논란이 불거지면서 공론조사가 시작부터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허용진 제주 녹지국제병원 숙의형 공론조사위원장@자료사진 제주투데이

◎14일부터 3천명 대상 설문 예정

공론조사위는 13일 오후 공론조사를 위한 일정과 문항을 확정하고, 오는 14일부터 제주도민 3천명을 상대로 제1차 공론조사(설문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공론조사 문항수는 '녹지국제병원'의 개설 허가 여부 등 총8개 문항으로 이뤄졌고, 1차 설문 내용은 제주특별자치도 도청 홈페이지에 게재될 예정이다. 

이번 설문내용은 여론조사 전문업체인 (주)칸타코리아, 코리아스픽스, 입소스에서 작성했다. 이번 공론조사위의 행정지원을 담당하는 제주특별자치도 특별자치행정국은 이번 공론조사 일정은 8월 26일을 목표로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1차 공론조사가 끝난 이후 공론조사위는 공론조사 의견 비율에 맞춰 도민참여단 2백명을 구성해 3주간 숙의프로그램을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청구인의 보이콧..."절차상 하자 드러낸 날치기"

하지만 이번 공론조사를 두고 청구인측인 의료영리화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이하 제주도민본부)가 보이콧을 선언했다. 또한 피청구인인 녹지그룹은 처음부터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결국 이번 공론조사는 시작부터 논란이 커지면서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문제는 지난 9일에 열린 공론조사위원회 회의에서 비롯됐다. 이날 공론조사위원회는 회의를 개최했지만, 최종에 위원 4명만이 남아 재적 9명 중 과반을 넘기지 못해 최종 설문조사 문항을 결정하지 못했다.

이에 다음날인 10일 여론조사 전문업체가 문항을 수정해 도에 전달했고, 도는 이 내용을 위원들에게 메일로 전송해 주말동안 의견을 수렴했다.

도는 13일 오후까지 위원의 의견을 받은 뒤 문항을 최종적으로 결정하고, 1차 공론조사 실시를 발표했다. 

▲제주녹지국제병원의 모습

이 과정에서 일부 위원은 "회의에서 메일로 의견 수렴하겠다는 말을 들은 적도 없으며, 의견을 제출하지 않은 상태"였다며 절차상의 하자를 문제삼고 있다. 이에 제주도민본부는 "최종 위원회의 합의된 의결을 보지 못한 상황에서 원희룡 도정은 여론조사 업체측의 사정을 감안하거나 자신들의 정해놓은 일정에 끼여 맞추기 식으로 진행했다'며 "합의되지도 않은 편파적인 여론조사를 강행하는 것은 아집이거나 날치기에 불과하다"고 규탄했다.

특히 제주도민본부는 이번 설문에서 공론조사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가 결여돼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애초 제주도민본부는 녹지국제병원을 국내 비영리의료법인인 미래의료재단이 우회적으로 운영한다는 의혹 등을 밝히기 위해 이번 공론조사를 의뢰했지만, 그런 내용은 전혀 담겨있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의견 수렴상의 하자, 갑작스러운 발표도 문제

반면, 도와 허용진 위원장의 입장은 다르다. 이미 큰 맥락은 결정돼있었으며, 메일로 의견수렴하기로 의견이 모아져있었다는 것. 

도의 한 관계자는 "최종문항이 결정되지 않았다는 말은 처음 듣는다"며 "기술적인 부분이나 '개설'이냐 '개원'이냐의 디테일한 부분이 논의됐던 것 뿐"이라고 말했다. 이런 내용을 전문업체에서 최종적으로 수정했고, 메일로 의견을 받았다는 것.

그렇다고 해도 문제는 또 있다. 도가 메일로 의견을 수렴받는 과정에서 일부 위원이 메일을 보내지 않았다는 것. 하지만 도는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나 절차상의 하자 논란은 커져가는 상황이다.

▲공론조사위원회의 회의 모습@사진 제주투데이

타이밍 상의 문제도 있다. 도는 이 내용을 별다른 브리핑이나 기자회견 없이 보도자료만으로 결정상황을 오후 5시가 넘어서야 알렸다. 

국내 첫 영리병원 개설 여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중대한 사항을 급하게 처리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애초 14일부터 1차 공론조사를 실시하겠다는 일정에 무리하게 맞추려고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원희룡 도지사는 지난 3월 8일 공론조사위를 구성하면서 "도민사회의 건강한 공론 형성과 숙의를 통해 민주주의를 실현하는데 앞선 모범 사례를 만들어 갈 것을 기대한다"고 밝힌 바있다.

공론조사위가 시작했지만 이런 원 지사의 바람이 정말 실현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번 논란을 두고 도와 공론조사위가 어떤 입장을 내놓을 지 관심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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