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영리병원을 노리는 녹지국제병원의 제주도민 공론화가 무더운 여름만큼이나 제주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하지만 신고리 원전 공론화 과정을 무작정 복사해 붙인듯한 제주 영리병원 공론화 과정은 매우 우려스럽다.

▲제주 녹지국제병원 전경

이번 공론화에서는 영리병원 찬성 반대가 아닌 영리병원 개원을 둘러싼 각종 의혹 규명이 먼저다. 필자는 지난 겨울 제주 영리병원 개설허가 심의에 참석했던 기억을 되살려 그 문제점을 제주도민을 비롯한 국민께 알리고자 한다.

◎사업계획서 전문도 제대로 보지 못한 심의위원회

지난해 겨울 제주도는 국내 1호 영리병원을 노리는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 심의를 4차에 걸쳐 진행했다.

하지만 4차에 걸친 심의 기간 동안 심의위원회에서는 단 한 번도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 전문을 보지 못했다.

제주도는 심의위의 자료제공 요구를 끝내 무시했고 국내 1호 영리병원에 대한 심의위는 수박 겉도 핥아보지 못한 채 종료됐다.

제주도에는 제주특별법에 따라 녹지국제병원 같은 영리병원에 대한 개설 및 허가 절차를 지정해놓은 조례가 있다. 이 조례의 이름은 "제주특별자치도 보건의료 특례에 관한 조례"이다.

이 조례에는 영리병원을 개설할 사업자가 갖춰야 할 조건, 사업계획서의 내용, 영리병원 심사 및 허가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다.

이 조례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15조 개설심사의 원칙이다.

첫 번째 조항은 이렇다. 의료기관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 여부, 그리고 해당 조례는 영리병원을 개설하려는 사업자가 양질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를 가리기 위해 "사업시행자의 유사사업 경험 증명자료"를 사업계획서에 포함해 제출하도록 돼 있다.

녹지그룹은 병원사업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부동산 투기회사다. 그렇기 때문에 개설심사 원칙 첫 번째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 여부'를 가리기 위해 녹지그룹의 유사사업 경험 증명자료 검토는 핵심 중 핵심이다.

▲오상원 의료영리화저지 제주도민
운동본부 정책기획국장

하지만 심의위에서 확인된 것은 사업시행자의 유사사업 경험 증명자료가 없는 것이 밝혀졌다.

사업자는 유사사업 경험 증명자료 대신 중국과 일본에 있는 병원 서비스회사들과 사후관리 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사업계획서가 미충족 됐음에도 불구하고 제주도와 보건복지부는 사업계획을 승인했고 형식적인 영리병원 심의위는 단 4차 만에 종료됐다.

헬스케어타운에 헬스가 없어서 억지로 녹지그룹에 병원사업을 맡겼다는 원희룡 제주지사, 의료영리화정책에 혈안이 돼서 영리병원을 꼭 해야 했던 박근혜 정부, 이 두 요구가 들어맞아 사업계획서상 자격조건도 갖추지 못한 녹지국제병원의 사업계획을 제주도와 보건복지부가 승인한 것이다.

◎비영리 의료재단의 개입...의료법 위반 의혹 심각

그리고 개설심사의 원칙 두 번째는 "내국인 또는 국내 법인이 우회 투자 등을 통해 실질적으로 국내 법인 또는 국내 의료기관이 관여하게 되어 국내 영리법인 허용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 여부"다.

제주도는 지금도 사업계획서상 중국녹지그룹이 100% 지분을 가지고 사업을 추진했기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심의위에서는 국내의료기관의 우회 진출 의혹이 제기됐다.

심의위에서 녹지국제병원장으로 소개된 김 모 씨는 국내 모 의료재단 이사로 등재된 사람이다. 또한 해당 의료재단 소속 의사는 녹지국제병원 소속 의사로 확인됐다. 그리고 해당 의료재단과 연계된 각종 회사의 녹지국제병원 진출의 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제주도 행정부지사인 심의위원회 위원장은 의혹을 규명하지 않고 무시로 일관했다.

심의위는 국내의료기관의 우회 진출 의혹규명을 위해 병원 의사명단을 요구했지만, 제주도는 녹지그룹이 공개를 거부하고 개인정보라는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끝내 명단 제출을 거부했다.

제주도가 직접 나서 사업계획서가 미충족된 녹지그룹과 우회 진출 의혹이 있는 의료재단을 감싸줬다.

그리고 모 의료재단은 영리병원 우회 진출 의혹을 부정하며 영리병원에 대해 컨설팅만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의료기관 관리·감독 기관인 의료재단이 위치한 강남구청과 보건복지부는 해당 의료재단의 병원 컨설팅은 불법이며 행정처분 대상이라고 밝혔다. 해당 의료재단은 우회 진출 의혹을 부인하다가 스스로 의료법 위반을 실토했다.

불법과 각종 의혹을 규명하지 못한 채 심의위는 종료됐다. 만약 심의위원회에서 사업계획 미충족과 국내의료기관 우회 진출 의혹을 명확히 규명해 불허 의견을 냈다면 지금의 공론화 과정까지 오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지난 1월 영리병원 불호 촉구 위한 기자회견 모습@사진출처 노동시민사회단체

◎"찬반이 아닌 새로운 대안 찾기 위한 공론조사 돼야"

이제 공론화 과정은 매우 중요해졌다. 이번 영리병원 공론화에서 중요한 것은 찬성, 반대가 아니다. 박근혜 정권 시절 수많은 불법으로 국정농단이 이뤄졌다.

녹지국제병원 또한 박근혜 정권에서 사업계획서가 미충족 된 채 승인됐다. 공론화 과정에서는 어떻게 미충족된 사업계획서가 제주도와 정부 승인을 받았는지 진실을 밝혀야 한다. 그리고 국내의료기관의 우회 진출 의혹도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

원희룡 지사는 지난 3월 녹지국제병원 공론화를 선포하며 필요한 자료는 다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주도는 당장 사업계획서 전문을 국민 앞에 공개해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 미충족 의혹과 국내의료기관 우회 진출 의혹을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 이게 공론화의 시작이다.

그리고 이번 공론화에서는 찬성과 반대가 아닌 새로운 대안을 찾는 방법도 모색해야 한다. 제주 영리병원은 논란이 없는 비영리병원으로 전환해도 된다. 또한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해 공공병원으로 매입해도 된다. 그리고 서귀포 중산간에 위치한 수려한 경관을 고려해 정부나 제주도가 매입해 국영 또는 도립 휴양시설 국민의 품에 돌려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제주 영리병원 공론화가 공(空)론화가 아닌 공(公)론화의 과정이 되길 희망한다. 녹지국제병원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명확히 밝히고, 제주도민 누구나 수긍 가능한 대안을 찾는 것. 그것이 공론화의 참뜻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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