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미래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양길현 교수/제주대학교 윤리교육과에서 정치학을 가르치고 있고 제주미래담론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다.

8월 7일 입추, 8월 15일 광복절, 그리고 8월 16일 말복... 이렇게 순차적으로 날이 지나가면 올 여름의 유난히 더운 열대야도 그렇게 가겠지. 아직은 낮에는 뙤약볕이지만, 그래도 밤에는 선선하여, 이제는 선풍기 틀지 없이도 잠을 잘 수 있는 계절로 접어들고 있다. 아무리 온난화가 대세인 들, 낮이 하루씩 짧아지는 태양계의 이치를 나 몰라라 할 수는 없을 것이었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것처럼, 여름이 무더우면 겨울에는 혹한이 된다고 한다. 얼마 없어 올 여름의 무더운 기억은 간 데 없고, 겨울의 눈보라와 추위에 우리는 또 얼마나 힘들어하며 지내게 될까.

무더위가 가시기 시작하자. 올 여름을 지내면서 밤낮으로 켠 에어컨으로 전기요금이 얼마나 나올까 걱정을 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10-20년간 한 해 1주일도 채 안 켜던 에어컨을 1달 내내 그것도 밤낮으로 켜 놓았으니, 걱정이 드는 건 자연스런 것이기도 하다. 폭염도 자연재해로 인정하여 국민들에게 전기료 등 혜택을 주기로 했으니, 조금 안심은 든다. 국민들의 안위와 행복을 위해서라면 자연재해로 할 게 어디 폭염뿐일까. 폭염을 자연재해라고 할 요량이면, 이번 기회에 혹한도 자연재해로 하는 건 어떤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 뿐이 아닐 것이다. 앞으로 강한 태풍이나 지진, 홍수, 가뭄, 해일 등으로 예기치 않게 그리고 국민들이 개인적 힘으로는 어떻게 대처할 수 없는 자연재해에 대해 정부가 이를 치유해 주고 보살펴주는 적극적인 복지행정이 요청된다.

복지행정에서 에어컨 전기요금 걱정만 해서는 안 된다. 에어컨이 없이 올 여름의 밤낮을 어렵게 보내야 하는 가난한 국민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가난은 나라도 해결하지 못한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정부가 가난한 사람들의 여름과 겨울 나기에 관심을 갖고 작지만 꾸준한 해법을 하나씩 찾고자 하면, 아이디어 많은 우리 국민들이 무언가를 해 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손 놓고 있지 말고, 시작이 중요하고 애를 쓸 필요가 있다.

대로변의 건널목 신호등을 기다리는 동안의 천막 차양은 이제 일상이 되었지만, 더 많이 곳곳에 마련하면 좋겠다. 지난 주 신제주로타리 버스 정거장에 배치된 얼음상자는 눈요기일지 몰라도 시원했다. 물리적으로 그 주변의 열기가 얼마나 줄어들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정성과 아이디어에 청량감은 100프로였다. 앞으로 모든 정거장에는 태양광을 설치하여 그 얼마 안 되는 전기지만 그것으로 정거장 주변을 여름에는 시원하게, 겨울에는 따뜻하게 해 주면 좋겠다. 정거장 태양광 설치를 제주도내 각급 단체와 기관, 모임들의 후원을 받아 운영하면, 그건 금상첨화일 것이다.

확인하지 못하고 들은 얘기이지만, 더운 날이라 노인 영화관이 잘 된다고 한다. 노인 전용 영화관을 반값 할인해서 하는 영화관이 나름 쏠쏠하다고. 더위도 피하고 즐거운 시간도 보내고, 요즘 우리 국민들이 좋아하는 반 값이면 심리적 부담감도 덜 할 터이다. 고령화 시대에 맞춰 노인 전용 영화관과 카페, 당구장, 기원 등을 곳곳에 마련하여 반 값으로 더위나 추위를 피하면서 여가를 보낼 수 있도록 제주도내 43개 읍면동에서 민관협력의 차원에서 하나씩 마련하는 건 어떤지 하는 생각이다. 운영에는 개입하지 말고 지원만. 그래야 노인이 살아나고 지역경제와 마을의 자율성이 살아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올 무더위가 이렇게 살인적일 지를 모르고, 두어 달 전에 한림 소재 탐나라공화국 탐방을 약속했다. 제주국제협의회(회장 양길현)가 제민신협(이사장 고문화), 제주패스(대표 윤형준)와 공동 주최하는 한라포럼의 일환으로 누구나 한번 이상 가보아야 할 곳으로 생각하는 탐나라공화국을 회원들과 같이 가서 보고, 강우현 대표의 특강도 듣기로 한 것이었다. 그 날이 하필 무더위가 절정에 달하는 8월 4일 오후 4시였다. 골라 골라잡은 날이 장날이었지만, 그럼에도 국제협 회원 50여명이 참석하는 뜨거운 관심은 올 여름의 열기 못지않았다.

남이섬 신화로 유명한 강우현 대표는 독보적인 존재이다. 남이섬 관광객이 300만이 넘어서자 ‘본인 할 일이 다 끝났다’면서, 제주로 와서는 본인이 직접 땀 흘려가면서 탐나라공화국을 일구어 나가는 모습은 경이 그 자체이다. 너무 많은 칭찬은 때로는 사족이 될 수가 있기에, 강우현 대표에게는 제주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와 경탄을 보내는 걸로 하고, 여기서는 한라포럼 특강에서 강우현 대표가 제안한 ‘얼음축제’를 소개하고자 한다.

내년에도 아마 올 해처럼 더울 것이다. 그렇게 더운 여름 날 탐나라공화국을 방문하는 분들과 함께 강우현 대표는 얼음축제를 하고 싶다고 한다. 꽤 오래 전 겨울 하얼빈의 안중근의사 기념관 방문 갔다가 최저 영하 40도의 얼음축제를 본 적이 있다. 그렇게 할 수는 없는 것이겠지만, 강우현 대표의 역발상으로 눈이 없는 한여름 제주에서 얼음축제를 한다는 발상은 기발하다. 눈은 없지만, 얼음은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겨울 얼음축제가 자연적인 것인 데 반해 여름 얼음축제는 다분히 인공적이다. 그러나 어차피 인공 지능 시대로 가고 있다면, 인공 얼음축제를 통해 제주의 한여름에 새로운 그 무엇을 보여줄 수 있다면, 그게 바로 탐나라공화국의 몫일 지도 모르겠다.

탐나공화국의 노자예술관

내년 여름에 또 탐나라공화국에 가게 되나 보다. 강우현 대표에게 얼음축제를 하게 되면, 제주국제협의회도 동참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만이 아니다. 강우현의 ‘백지상상’이 내년 여름 얼음축제 때 어떤 모양과 내용으로 새로이 설계되고 진행되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꼭 가게 될 것 같다. 얼음축제를 생각만 하는 것만으로도 올 여름 무더위가 조금은 가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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