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미래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이유근/ 한국병원과 한마음병원 원장을 역임하시고 지역사회 각종 봉사단체에 열성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현재는 아라요양병원 원장으로 도내 노인들의 의료복지를 위해 애쓰고 있다.

지난 7월 23일에 국민의 사랑과 존경을 받던 노희찬 의원께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다. 정의당을 지지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노 의원 같은 분들이 계셔서 우리의 정치에 희망이 있다고 여기고 있던 참이어서 노 의원의 별세 소식에 망연자실 하지 않을 수 없다. 노희찬 의원의 자살은 우리나라 정치사상 자유당 시절 진보당 당수를 지내신 조봉암 씨의 사형과 맞먹을 정도의 충격이라는 생각이 든다.

필자는 기본적으로 보수주의자다. 가진 자원이라고는 별로 없는 우리나라가 발전해 나가려면 평등 보다는 자유가 더 귀중한 가치가 되어야 하고, 유교적 가치를 존중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여 왔다. 그렇지만 국가가 올바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좌-우의 두 날개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면서, 기회 있을 때마다 영국의 보수당 당수였던 밴저민 디즈레일리의 “오두막이 행복하지 않으면 궁전도 안전하지 않다”는 말의 의미를 되새기곤 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실천되어야 우리나라가 좀 더 살기 좋은 나라가 되고, 자원봉사 활동이 좀 더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행복한 사회가 된다는 신념에서 자원봉사 활동의 저변 확대에 노력하고 있다.

필자가 많은 사회단체에 관여하고 기부를 하니까 정치를 하려는 것 아닌가 하고 여럿 분들로부터 오해를 받았다. 심지어 2011년에 자서전을 출판하고 출판기념회를 연다고 하자 정보기관 계통에서 그 이듬해에 열리는 국회의원 선거 나가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기념식을 하면서 식사를 대접했다. 이때에 필자가 만일 국회의원에 입후보하면 400명이 넘은 초청 인사들이 50배의 벌금을 물어야 하니, 말하지 않고도 선거에 나가지 않는다는 것을 공표하는 효과가 있었다.

필자가 판단하기에 필자가 국회의원에 당선된다고 하여도 할 역할이 별로 없고, 필자에게는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갖춰야 할 3가지 덕목이 없기 때문에, 아예 그 쪽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나 평소에 의료보다는 교육이 더 큰 봉사이고, 교육보다는 정치가 가장 큰 봉사라고 주장하곤 했다. 의사가 죽을 사람을 살려 놓아도 그 사람이 사기꾼도 되고 살인자도 되는데, 교육은 살인자가 되거나 사기꾼이 될 사람을 국가에 유용한 인재로 키우니 더 큰 봉사인 것이 틀림없고, 정치가 잘 되면 온 국민이 행복하게 살 수 있으니 정치가 가장 큰 봉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우리 제주도에서 가장 훌륭한 봉사자는 만덕 할머님이시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위대한 봉사자는 세종대왕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정치인은 가장 신뢰를 받지 못하는 그룹이다. 오죽하면 ‘정치적’이라는 말이 부정적으로 쓰일까! 그래서 선거 때만 되면 찍을 사람이 없다고 하면서 기권을 하던가, 아니면 혈연, 지연, 학연을 쫓아 투표한다. 그렇게 하고서는 나중에 정치인을 비난한다.

필자는 ‘국민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는 말을 신봉하는 편이다. 우리나라의 국회의원들은 우리가 뽑은 사람들이다. 우리가 뽑은 국회의원이 제대로 일을 하지 않으면 그 다음에 떨어뜨리면 된다. 그렇게 하면 다음에 당선되는 국회의원들은 좀 더 정신을 차리고 국정에 임할 것이다.

요순시대에 누가 왕인 것이 무슨 상관이냐고 노래했듯이, 가장 좋은 정치란 모든 게 물 흐르듯 하여 지도자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물고기가 물을 떠나 살 수 없듯이,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은 정치를 떠나서 살 수 없다. 노희찬 의원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은 우리들 자신이라는 자각을 하였으면 한다. 우리들 모두가 좀 더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과연 누가 더 적합한 인물인가 고심하여 뽑고, 우리가 뽑은 의원이 좀 더 소신 있게 일 할 수 있도록 후원하자. 한 사람이 많은 액수를 후원하면 정치가가 당연히 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게 되고 정경유착이 발생하게 된다. 정치는 어차피 돈이 드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경조사가 많다 보면 그 뒷감당을 하기가 만만찮다. 돈이 궁하면 자연히 이리 기웃 저리 기웃 하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면 깨끗하지 못한 돈에도 손을 대게 된다. 오죽하면 노희찬 의원마저 연루되었을까!

우리나라를 올바른 방향으로 나가게 하기 위해서라는 심정으로 정당이나 정치인들에게 소액기부를 시작하자.

나 자신을 반성하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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