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미래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조신권 다섯 번째 시집 < 씨알의 꿈>을 받았다. 조신권은 황해도 안악 태생으로 84세이시다.
연세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한 국내 영문학박사 1호로 유명하다. 모교의 교수로 재직하면서 연세춘추 편집인, 영어영문학과장, 학생상담소 소장 등을 지냈다. 한국밀턴학회 초대회장, 한국기독교어문학회 초대회장을 역임했다.
그는 2002년 모교에서 정년 퇴직했다. 현재 연세대 명예교수, 시인, 평론가로 월간<조선문학> 편집위원, <신앙세계>편집위원으로 활동한다.
필자는 2006년 조선문학 공모 시 부문에서 신인상을 받았다. 조선문학으로 등단한 문인들은
'조선문학문인회'에 가입(300여 명)하여 회지 <조선문단>, < 풍시조>에 작품을 발표한다. 문학강의, 지역탐방, 작품발표회 등 문학행사가 이어진다. 필자도 회원으로 참여하면서 조신권 교수의 특강 시간에 그를 자주 만났다.
조신권 교수는 이 시집의 '책 머리에' 이렇게 썼다.
"2002년 정년퇴직하면서 나는 이런 각오를 한 일이 있습니다. 무슨 글이든 하루에 A4용지 1장 분량의 글을 쓰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후 매일 한 장 정도의 글을 썼습니다. 그러다보니 1년이면 365매 500여 쪽의 책 한권을 출판할 만한 분량이 되었습니다. 2003년도 부터는 A4 용지 4 매 분량의 글을 쓰기로 마음먹고 실천하다 보니 그 글들을 실릴 길도 열려서, 지금까지 이렇게 많은 글을 계속 써오고 있습니다."
고령임에도 시, 수필, 역서, 전집 등 주옥같은 저서들이 쏟아져 나왔으니 경탄스럽다. 조신권교수는 시집 5권, 수필집 3권, 일반저서 7권, 역서 다수, 전집은 무려 총 40권에 이른다.
이번의 시집 < 씨알의 꿈>은 시 62편으로 1, 2, 3부로 구성됐다.
문학평론가 신혜련은 '시집평설'에서 "< 씨알의 꿈>은 시시각각 변하는 아름다운 자연과 허허로운 인생, 그 속에서 하나님을 바라는 깊은 신앙이 형이상학적으로 표현된 시집이다"고 평했다.
필자도 이제 산수(傘壽)에 이르고 보니 '허허로운 인생'을 두고 자문자답한다.
그래서 조신권시인의 62편 중 '어떤 딱한 인생 소묘'를 베껴본다.
"산다는 게 뭘까요 ?" / 어떤 길손의 객적은 물음에 / " 삶이라는 게 ..."
/ 이리 대답하려다 면구스러워/ 내 가슴이 그만 먹먹해진다./
하늘 위로 허허로이 떠가는 / 조각구름을 힐긋 올려보더니 /
" 저 구름처럼 떠가는 대로 살면 어떨까요? / 이리 그가 딴청 부려 /
내 가슴이 더욱 먹먹해진다. /
안개 속을 헤집는 딱한 길손이여 ! / 물 위의 부유물같이 떠돌며 /
먼지 티끌이나 휘젓고 다니는 삶/ 아무리 낭만으로 여유로 미화해도 /
" 과연 그게 보람된 삶일까요?" /
인생이라 해봐야 기껏 백 년 / 마신 숨도 미쳐 다 뱉지 못해/
헉헉댈 터.
" 오직 진리 바라보며/ 사랑에 적셔져 가슴 저리도록/
간사하고 섬기며 살면 어떨까요?"
필자는 나는 한 달에 A4 용지 4장조차 쓰지 못하는 게으름을 탓한다. 시인, 소설가, 평론가인 장석주(63) 작가가 ' 나를 살리는 글쓰기'를 펴냈다. 전업작가 25년 동안 100권을 펴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 무조건 써라.'
날씨가 좀 서늘해지면 조신권교수님과 막걸리를 나누며 '풍시조'의 맥을 논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