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난민신청자가 대거 제주도에 들어와 난민 문제가 국내의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이에 난민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며 언론의 역할은 무엇인지를 두고 '난민인권 개선을 위한 언론의 역할 간담회'가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오후 2시부터 열렸다.

▲'난민인권 개선을 위한 언론의 역할 간담회'가 31일 오후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열리고 있다.@사진 김관모 기자

이번 간담회는 국가인권위원회와 난민네트워크 주최와 '제주난민인권을 위한 범도민위원회(이하 난민인권범도민위)'와 제주인터넷기자협회 주관으로 개최됐다.

이날 김성인 난민인권범도민위 상임공동대표와 변수현 난민네트워크 활동가가 발표를 맡았으며, 토론 패널로 이스마일 예멘 난민 당사자, 이슬 난민인권센터 활동가, 홍창빈 헤드라인제주 기자, 감현주 국가인권위원회 홍보협력관 사무관이 참석했다.

◎배제와 혐오가 아니라 짬짜면처럼 공존과 연대 논의해야

먼저 김성인 난민인권범도민위 상임공동대표가 '제주 예멘 난민이슈 현황 브리핑'을 발표했다.

▲김성인 난민인권범도민위 상임공동대표

김성인 대표는 "처음 제주의 예멘 난민 기사를 접했을 때, 매년 한국에 들어오는 난민 수를 생각하면 큰 이슈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며 "그러나 첫 기사나 가짜 난민이라는 말이 나오면서 제주에 내려올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 대표는 "지금 난민을 바라보는 시각은 인권이 아니라 인성의 문제로 바라보는 것에 놀랐다"며 "가난이 사회 구조의 문제인데 개인의 책임으로 보고 있다. 예멘은 현재 내전 상황인데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고, 현 언론은 개인 인성과 책임만 문제삼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대표는 그동안 난민을 판단하는 근거가 한번도 언론에서 구체적으로 설명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난민의 판단기준은 대체로 본국으로 송환됐을 경우 박해의 위험성이나 생명의 위협이 있을 경우인데 가짜 난민을 언급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이에 김 대표는 한국 사회에 '접어' 키워드가 시작됐다고 우려했다. 혐오와 차별 대상을 정하고 그 대상을 제외하는 'OO접어'가 난민을 시작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

그 사례로 김 대표는 신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동네의 학교 이야기를 전했다. 이 학교에서 난민 학생이 들어오자 학부모들이 크게 반발해 결국 난민 학생 입학이 무산됐다는 것. 그러자 이후 학부모들은 새로 이주한 주민의 아이들과 원 주민의 아이들 간의 분반으로 논란이 일어났다. 학력 수준이 맞지 않으니 반을 분리해서 수업을 해달라고 요구한 것.

김 대표는 "이 '접어'가 '난민 접어'에서 끝나지 않고 이주노동자, 이슬람교도, 성소수자, 여성 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는 결국 우리와 상관없는 문제가 아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배제와 혐오가 아니라 짬짜면처럼 함께 공존하는 연대와 희망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언론 차별과 가짜뉴스 부추기는 오보 많았다

이어진 발표에서는 변수현 난민네트워크 활동가가 나서서 '난민 보도 현황과 해외 보도사례'를 전했다.

변수현 활동가는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3개월 남짓의 36개 언론사를 대상으로 난민 관련 기사를 모니터링한 결과를 발표했다.

먼저 변 활동가는 언론사의 인권보도준칙 준수 위반 및 오보 사례는 총 172건이었다고 밝혔다. 이 중 난민실태/통계 인용은 99건이었으며, 정부정책 발표는 10건, 시민단체발언 및 여론은 26건, 국회의원 법안 발의 7건, 난민 인터뷰 30건 등이었다.

▲자료제공 난민네트워크

위반/오보를 범한 기사들 중 가장 많이 나타난 사례는 차별과 사건과 관련없는 정보 등이었다.

변 활동가는 예멘 난민을 노숙자나 사회 부적응자로 표현하면서 난민 혐오를 부추겼으며, 무분별한 신원노출 등으로 난민과 난민 가족의 신변을 위협할 위험도도 높였다고 지적했다. 또한, 언론에서 '복지난민'이나 '난민홍역', '허위난민', '가짜난민', '취업목적' 등으로 묘사하면서 난민을 한국 사회문제의 주된 원인으로 집중 묘사하고 있다는 점도 많았다고 전했다. 

또한, '케냐 젓가락 살인사건', 디스패치, 무슬림 강도 살인사건, 로펌 변호사 브로커 행위 적발 등 예멘 난민과 아무 관련 없는 사건을 무리하게 난민문제와 연결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또한, 정부나 경찰의 발표도 사건보도 중심으로 발언하면서 불안과 우려를 잠재우기 부족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또한 변 활동가는 '제주맘' 카페 등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 단체가 가짜뉴스나 입소문, 루머의 발원지 역할을 하는 등 시민단체와 정치인이 팩트 체크 없이 무분별하게 혐오를 부추기는 소문을 확산해왔다고 우려했다. 

▲변수일 난민네트워크 활동가

변 활동가는 "현재 한국 언론이 예멘 내전 발생의 배경이나 난민이 본국으로 돌아갈 경우 처하게 되는 위험성을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고 있다"며 "대체적으로 난민 수용과 반대 입장의 찬반 논쟁으로 갈등 국면을 집중 보도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인터뷰 발언을 일부 인용하거나 신원 노출 과정에서 당사자의 동의 여부가 불확실했다는 점도 꼬집었다.

이에 변 활동가는 "재난 3개월간 난민사태와 관련해 사회분위기와 언론, 정책입안자 발언이 상호작용해 영향을 주었다"며 "뉴스가 사회현실을 어떻게 묘사하느냐에 따라 현실을 보는 가치관도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사회현실을 파악함에 있어서 대립의 시각이 존재할 경우, 보도에 있어 최대한 어느 쪽에 편향되지 않고 동일한 비중으로 사건을 제시했으면 한다"며 "이 과정에서 오보가 되는 기사가 없도록 진실성에 입각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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