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당시 재판기록 없는 약식재판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수형인 18명의 재심이 이뤄진다.

제주지방법원(이하 제주지법)은 제주4·3이 진행 중이던 1948년 가을부터 1949년 7월경 사이에 군·경에 의하여 제주도 내 수용시설에 구금됐던 김모 씨를 비롯한 18명의 4·3 수형인의 재심개시를 결정했다고 3일 밝혔다. 

김모 씨 등은 재심청구인들에 대한 공소장이나 공판기록, 판결문 없이 수형인의 신분으로 교도소에 구금됐었다. 이에 이들은 자신들의 수형인 신분에 대한 재심을 제주지법에 신청했다.

지금까지 이들이 구금된 근거는 ‘1948년 12월·1949년 7월(군법회의분) 수형인명부와 재심청구인들 중 일부에 대한 범죄·수사경력회보 내지 군집행지휘서, 감형장 등 수형관련 문서 뿐으로 사실상 유추 기록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들의 재심 여부가 앞으로 4·3수형인의 명예회복 사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큰 관심을 모아왔다. 

먼저 제주지법은 ▲당시 군법회의가 일제의 계엄령 제11조, 구 국방경비법 제32조, 제33조 등에 따라 진행됐으며, ▲제주도에 군법회의가 설치·운영되었던 것은 사실로 판단되는 점, ▲재심청구인들을 수형자의 신분으로 수감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형태로든 이를 가능하게끔 하는 유권적인 결정이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 등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제주지법은 당시 재심청구인들이 교도소에 구금된 것이 ‘유죄의 판결’에 의한 것인지, 군·경의 임의적인 처분으로 불법적인 구금이 이루어진 것에 불과한 것인지 의문이 있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또한 제주지법은 당시 공소장이나 판결문 등이 존재하지 않지만, 판결 자체의 성립이나 존재를 부정하기는 어렵다고 해석했다. 실제 재판이 있었다고 보이는 이상 하자가 있더라도 판결이 있었다고 판단할 근거가 충분다하는 것.

제주지법은 이번 4·3수형인의 재심이 필요한 이유로 구속기간과 조사과정에 문제점이 이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구 형사소송법과 제헌헌법에 따르면 영장이 발부된 경우라도 구속기간은 최장 40일 초과할 수 없다. 그러나 청구인들의 경우 구속영장 존재가 확인되지 않으며, 구속기간도 40일을 초과했다는 것. 아울러 조사과정에서 폭행과 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한 것으로 보이는 점도 인정됐다.

따라서 제주지법은 이는 제헌헌법과 구 형사소송법을 위반하고, 특별공무원직권남용죄에 해당할 수 있다며 재심사유가 존재한다고 판결했다.

이번 제주지법의 재심 결정은 앞으로 4·3수형인의 명예회복 사업에 일진보한 일이라는 평가다. 70여년간 재심을 기다려왔던 수형인과 그 유족들도 이번 판결을 반기고 있다.

 

한편, 수형인 18명은 오늘 4일 오전 11시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재심결정에 대한 소회를 밝힌다.

 

#관련태그

#N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