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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근] 시민단체는 민주사회의 소금이유근/ 아라요양병원 원장
제주투데이 | 승인 2018.09.13 04:47

[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미래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이유근/ 한국병원과 한마음병원 원장을 역임하시고 지역사회 각종 봉사단체에 열성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현재는 아라요양병원 원장으로 도내 노인들의 의료복지를 위해 애쓰고 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시민단체는 소금의 역할을 한다.

일상생활에서 소금은 없어서는 안 될 물질이다. 소금은 우리들이 매일 먹는 음식의 맛을 내게 할 뿐만 아니라 음식이 부패하는 것을 막기도 한다. 우리 몸도 소금이 모자라면 식욕부진이나 오심, 구토, 설사 등을 일으키기도 하며, 두통이나 근육통을 일으키고 의식이 쳐질 뿐만 아니라 심하면 저나트레미아로 사망하기도 한다.

그런데 음식에 소금을 너무 많이 넣으면 음식이 짜서 먹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래 짜게 먹으면 고혈압을 일으키고 심지어는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증 등으로 사망하기도 한다.

시민단체의 활동도 마찬가지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시민단체는 국가 또는 정부의 손이 미치지 않는 부분을 보충하던가, 정부 정책이 미처 살피지 못한 부분을 일깨운다. 때로는 국가의 틀을 바꾸는 큰일을 하기도 한다. 80년대 후반에 절정을 이룬 민주화운동이나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에도 절대적 영향력을 발휘하였다. 제2차 세계대전 후에 식민지에서 독립한 나라 중 민주화를 이룩한 나라가 손꼽을 만한데, 우리나라가 대표적인 나라가 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시민단체의 공이라고 하여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시민단체의 역할이 커지다보니 그 영향력이 너무 커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시민단체들도 결국은 사람이 하는 일이니 잘못을 저지를 수밖에 없는데, 마치 자신들은 무오류인 것처럼 행동하는 것을 가끔 본다. 특히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다양한 가치관을 갖는 것이 당연한데도 마치 자기들의 가치관만이 옳은 것인 양 행동한다.

미 해군사관학교의 재커리 쇼어 교수는 ‘인지함정’이란 용어를 만들면서, “그릇된 추론에서 비롯된 유연하지 못 한 사고방식으로 기존의 경직된 생각과 선입견만으로 문제에 접근하고 해결하려는 사고방식”의 위험성을 지적 하였다. 즉 잘못된 전제에서 출발하였기 때문에 도출된 결론은 잘못될 수밖에 없는데 이것을 마치 진실인 것으로 오해한다는 것이다. 요즈음 시민단체들의 주장에서도 이런 경향을 가끔 본다.

대표적인 것들이 2000년에 불거진 의약분업 파동, 부안방사성폐기물저장소 설치 반대, 광우병 파동 등이다.

의약분업 파동 당시 1970년대부터 의약분업을 시행하자고 의사단체에서 먼저 주장하였으나 임의조제나 대체조제 반대, 주사제를 약국에서 사오도록 하는 문제 등에 의사단체가 반대하자 시민단체들은 이것을 마치 의사들이 이기심으로 의약분업을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돌리고 의사단체를 맹비난 하였다. 시일이 지나면서 의사들의 주장이 정당한 것으로 국민들이 인식하게 되어 지금의 제도로 정착이 되었다.

정부에서 부안에 저준위방사성폐기물저장소를 설치하려고 하자, 그렇게 되면 부안군민들이 방사성에 피폭될 뿐만 아니라 사고가 날 위험이 있다고 시민단체들이 주장하여 군수가 주민들에게 폭행을 당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것은 방사성폐기물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이나 할 주장이었다. 저준위방사성폐기물이란 방사성물질을 취급하는 도중 사용한 소모품이나 입었던 옷이나 장갑 등을 말하는 것으로 폭발할 위험이 전혀 없으며, 제주도 내의 병원에서도 방사성의약품을 취급하고 있는 병원에서도 보관하고 있는 것들이다.

피폭 문제만 하여도 그렇다. 방사선 피폭은 거리의 자승에 역비례하기 때문에 부안군민들이 건강에 지장을 줄 정도의 피폭을 입을 정도면 방폐창에 근무하고 있는 사람들은 죽을 정도의 방사능이라야 한다. 저준위방사성폐기물에서는 도저히 발생할 수 없는 방사능 수치다. 알기 쉽게 말해, 지진이 일어날 확률이 더 높은 경주에 설치 가능한 방폐창이 왜 부안에서는 안 되는가?

광우병 파동은 갓 집권한 이명박 정부를 흔들기에 충분하였다. 당시 미국에서 소 광우병이 발생하였고, 광우병에 걸린 소고기를 먹었을 경우 사람도 광우병에 걸릴 수 있다. 거기에다가 한국인은 광우병에 유독 약하여 미국 소고기를 수입하면 많은 국민들이 광우병에 걸리게 된다는 괴담마저 횡행하니 국민들이 불안에 떨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 사태가 미국 소고기를 수입하는데 여러 장벽을 만들도록 하여 국익에 도움을 준 측면이 있다. 그러나 과연 이것이 국가를 흔들 정도의 이슈가 될 만한 것인가는 되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당연히 미국 소고기를 수입하였을 경우 우리 국민 중에 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그 확률이 얼마나 될 것인가 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그때에 필자는 시민단체에 관계하시는 분들에게 “그 확률은 골프 치다가 벼락 맞을 확률보다 적다. 그러면 골프 치다가 벼락 맞을 수도 있으니 골프 치지 말자가 정답이냐? 내가 생각하기에는 어떻게 하면 골프 치다가 벼락을 맞지 않을 것인가가 정답이다. 마찬가지로 미국 소고기를 수입하지 말자가 정답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국민들이 광우병에 걸리지 않게 할 것인가가 정답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하였다. 광우병 파동이 일어난 지 벌써 10년이 되었다. 미국 소고기 수입은 늘어났는데 우리 국민 중에 미국 소고기 먹고 광우병에 걸린 사람이 있는가?

지금 우리 고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녹지병원 사태도 비슷하다. 시민단체에서는 녹지병원이 영리병원으로 들어설 경우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붕괴되어 ‘식코’와 같은 사태가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주장은 필자가 보기에는 ‘인지함정’에 빠진 주장이다. 필자는 시민단체들이 주장하는 근거 중 중요한 몇 가지가 합당하지 않다고 여겨진다.

시민단체들은 영리병원이 떼돈을 벌 것이라고 추정한다. 그리 되면 국내 병원들도 너 나 할 것 없이 영리병원으로 바뀔 것이라고 주장한다.

우리나라에서 병원이 돈을 벌던 시기는 국민의료보험 제도가 도입 되면서 1970년대에 종말을 고하였다. 1960년대 이전만 하여도 유능한 의사가 열심히 하면 20년 정도면 조그마한 병원을 지을 수 있었고, 다시 20년이 지나면 종합병원으로 키울 수 있었다. 몇 몇은 대학병원으로 키우기도 하였다. 그러나 1980년대에 의사가 된 사람은 특별히 물려받은 재산이 없는 한, 이것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물론 병원을 키워서 종합병원이 되는 것도 매우 드물게 되었다.

시민단체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영리병원이 돈은 더 많이 들고 의료의 질은 더 나쁘다면 누가 그 병원을 갈까? 환자가 가지 않는 병원이 어떻게 돈을 벌까? 필자가 생각하기에 녹지병원이 돈을 벌기는 무척 어려울 것이다. 그 정도 시설과 의료수준으로 우리 국민들이 더 많은 돈을 내면서 녹지병원으로 갈까? 중국에서 환자를 데려오는 것도 몇 년 지나면 중국의 의료 수준이 우리 수준을 따라올 것이기 때문에 지금보다는 매우 힘들 것이다. 미용이야 결국 우리나라 의사를 고용할 것이고, 종합검진은 그 시설과 영상의학과 전문의도 없는 의료수준으로는 도내 병원들과 경쟁이 되지 않는다.

외국인에게 영리병원이 허용되면 결국 우리 국민들에게도 문호가 개방될 것이다. 필자도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돈도 벌지 못 하는 병원에 투자할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병원에 투자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대개 돈을 벌어본 사람들일 것이다. 다른 사업만큼 돈을 벌 수 없는 것이 빤한데, 병원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병원에서 제대로 대접받기를 원해서 할 것이다.

우리 국민이 영리병원을 세울 경우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으면 병원운영이 어렵기 때문에 가입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의료법인으로 되어 있는 병원은 법적으로 영리병원이 될 수가 없다. 따라서 영리병원이 허가될 경우 영리병원이 급속히 확산될 것이라는 주장은 허구다.

미국에서 영리병원 때문에 ‘식코’와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시민단체에서도 주장하듯이 13% 밖에 되지 않는 영리병원이 미국 의료제도에 그런 영향을 끼칠 수는 없다. 다른 나라에도 영리병원들이 비슷하게 있는데 미국에서만 ‘식코’와 같은 현상이 생긴 것은 영리병원 때문이 아니라 미국의 사법제도 때문이다. 변호사가 너무 많다 보니 툭 하면 의료 소송이 제기되고, 징벌적 배상제도라는 것이 있어서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므로 병원을 유지하려면 비영리병원도 의료비용이 비쌀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교통사고가 많아지면 자동차 보험료가 올라가는 것과 같다. 지금처럼 변호사들이 증가한다면 머지않아 우리나라에서도 영리병원이 없어도 ‘식코’와 같은 현상이 생길 수 있다.

영리병원이 세워지면 의료보험제도가 붕괴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체제에서 그런 일은 생길 수 없다. 시민단체에서도 얘기하듯이 지금 의료보험제도는 비민주적 제도이다. 유신독재시대이니까 가능했던 제도이다. 지금 민주화가 되었는데도 이 제도가 유지되는 이유는 판사들도 이 제도가 갖는 비민주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이 제도를 위헌으로 판정했을 경우 일어날 국가적 혼란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합헌이라고 하고 있다. 만일 이 제도가 허물어지는 순간 정권은 무너지고 위헌판결에 동참한 헌법재판관들은 생명에 위협을 느끼게 될 것이다.

시민단체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꼭 필요한 조직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국회가 제대로 일하지 않는 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소금이 너무 많으면 음식 맛을 버리고 건강을 해치듯이, 시민단체들이 ‘인지함정’에 빠지면 국가가 어지럽게 된다. 요즈음 여러 방면에서 그런 조짐들이 보이는 것 같다.

시민단체들이 ‘권력의 파수꾼, 시민의 대변자’라는 초심을 잃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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