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영식 의원의 욕설 추태는 지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이는 추석을 가족과 함께 지내기 위해 제주로 내려온 도외 제주도민들에게도 큰 뉴스였다. 도민들의 분노가 이유가 단지 욕설 때문일까. 아니다. 도의원으로서의 처신 문제 때문만도 아니다. 도의원들이 언제부터 유별난 품위가 있었다고. 도민들의 시선은 지역 정치판의 보다 더 깊은 곳을 향하고 있다.

더민주 도당 ‘나이주의’ 적폐 고스란히...도민들 “한심한 민주당”

양 의원이 홍명환 의원에게 던진 욕설 사건이 일파만파 번지자 양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홍 의원에게 사과한다며 “후배의원”이라는 표현을 썼다. 후배의원? 양 의원과 홍 의원 둘 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처음 당선된 초선의원이다. 홍 의원은 이에 대해 지적했다. 대체 선배와 후배의 근거가 무엇인가. 같은 동료의원끼리 선배·후배라고 일컫는 것이 옳은 일인가. 양 의원이 ‘나이주의’으로 동료의원을 바라보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좁은 지역사회에서 나이는 위세를 부릴 수 있는 또 하나의 대단한 도구가 된다. 그러니 그처럼 쉽게 욕설문자를 던질 수 있던 것인지 모른다. 쉽게 말하면 양 의원이 나이로 ‘갑질’을 한 셈이다. 다른 지역 주민들이 선출한 동료의원에게. 이는 해당 지역 주민들에 대한 ‘갑질’이기도 하다. 주민들에 의해 선출된 의원조차 ‘을’로 만드는 곳이 제주정치판이다. 양 의원은 홍 의원 개인에게 사과를 할 것이 아니라 공식적으로 홍 의원의 지역구 주민들에게 사과하는 것이 마땅하다.

도민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지역 정치인의 본모습, 특히 더민주 제주도당의 적폐와 민낯을 확인했다. 더민주 도당 내에서 나이와 학연 등으로 얽힌 ‘괸당정치’의 폐해가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도민들은 욕설 추태를 보인 양 의원에 대한 도의회 및 더민주 제주도당 차원의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정치판이 늘 그렇듯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도의회와 특히 더민주 도당은 도민들의 분노를 직시해야 한다.

‘선배’들의 품안이 따뜻한 초선의원들...적폐 찌르는 ‘송곳’이 될 수는 없나

한편, 양 의원은 더민주 제주도의원 초선 모임 대표 간사 지위조차 내려놓겠다는 말도 하지 않고 있다. 현재 양 의원은 욕설 추태에 대한 도민들의 분노를 체감하긴 한 모양이다. 양 의원의 페이스북 계정은 비활성화된 상태다. 그러나 정말 절망적인 것은 양 의원의 발언에 대해 한 마디 비판한 초선의원들이 없다는 사실이다. 초선의원들이 양 의원을 지지한다고 봐야하는 것일지, 아니면 당내 ‘나이주의’로 인해 양 의원의 욕설 추태에 대한 바른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일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아니면 의원들끼리 사전 만남에서 '신화역사공원 등 대규모개발사업장 행정사무조사 요구안'을 부결키로 입을 맞춘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 하기 때문인가. 의원들 간의 사전 미팅에서 해당 안건을 부결키로 하면서 본회의장에서는 반대토론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도민의 알권리가 무시되었다. 밀실정치와 무엇이 다른가. 이에 대해 바른 소리를 내지 않는 초선의원들. 벌써 적폐에 물들었거나 정치 신인다운 패기가 없거나, 둘 중 하나인 셈이다.

심정적으로야 일면 초선의원들이 이해되긴 한다. 지역 정치사회의 적폐와 더민주 도당 내 적폐를 찌르는 ‘송곳’이 되기보다는 ‘선배’들의 말을 ‘존중’하는 쪽이 아무래도 편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처음 가게 된 이번 해외연수에서 ‘선배’ 의원들과 좋은 추억 만들기를 바라며 다음 글을 읽어본다.

“민심이 바다라면 선출된 정치인은 바다 위에 떠 있는 배 같은 존재라고 합니다. 민심은 잔잔하다가 어느 순간 성난 파도가 되기도 합니다. 혹시라도 다수당인 민주당이 빠질지 모를 독선과 오만을 경계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정치인들, 특히 현 시점에서 보자면 민주당의 초선의원들 그리고 그 누구보다 양영식 의원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이 글은 세계적으로 저명한 어떤 정치철학자가 한 말이 아니다. 바로 양 의원 자신이 도의원에 당선된 직후인 지난 6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로지 도민들만 바라보며 의정활동을 하겠다”면서 적은 글이다.

양영식 의원 페이스북

정치인의 초심은 갈대와 같은 것인지 모르겠다. 양 의원이 페이스북 계정을 비활성화 한 것이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는 유일한 행위여서는 곤란하다. 오히려 도민들의 비판과 조언을 들을 수 있는 창구를 스스로 막아버린 셈이다. 양 의원은 그 이상의 책임을 져야 한다. 도민들의 비판이 영 입에 맞지 않고 쓰기만 한가? 그렇다면 이런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도민을 대변하는 정치인이라는 옷이 맞지 않는 것은 아닌가. 이는 이번 일련의 사태에 대해 입 다물고 있는 의원들 모두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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