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일, 오늘은 건군 70주년 국군의 날이다.

지난 70년간 국토를 방위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온 군과 장병을 격려하고 위로하며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한 날이다.

그러나 씁쓸하고 착잡하기만 하다.

문재인 정부 들어 군의 위상이 점점 초라해지고 보무당당하던 위용이 쪼그라들고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에 따라 보는 시각은 다를 수 있다.

‘군 위상 추락’을 염려하는 쪽에서 보면 지나치게 북한 눈치를 보는 문재인 대통령의 태도가 마뜩치 않다.

북한 김정은 국무 위원장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저자세를 꼬집기도 한다.

이유가 어디에 있든, ‘군 위상 약화’는 심상히 넘길 일은 아니다. 대단히 충격적이고 심각한 일이다.

그것은 국력 약화의 전조 증상이다. 망국(亡國)적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

‘국력의 튼튼한 버팀목은 국방력’이라는 데 동의한다면 그러하다.

그렇기 때문에 문재인정부의 국방정책을 일별(一瞥)해 볼 필요가 있다.

대통령은 2017년 5월 17일 취임 후 첫 국방부 순시에서 ‘국방개혁 방안’의 조속한 시행을 당부했다.

이에 따라 나온 것이 이른바 ‘국방개혁 2.0’이었다.

병 복무기간 (육군기준) 21개월에서 18개월로 단축하는 것을 포함해, 2020년까지 육군병력 11만8천명 감축하여 50만으로, 사단도 39개 사단에서 33개로 줄어드는 내용이었다.

이를 위해 최전방 사단 11개에서 9개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제2전선에 배치됐던 정예 예비사단 상당수도 해체 될 전망이다.

국방개혁은 국방역량을 최대로 갖추는 것이어야 한다. 군대를 해체하고 축소하는 것이 국방(군)개혁일 수 없다.

적대 관계일 수밖에 없는 북한 정규군은 128만 명이다. 정규군 못지않은 예비군도 700만 명이다.

사단 수 88개, 방사포, 수백발의 탄도미사일, 화생방무기, 특수 전 전력, 사이버전 능력 등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다 ‘핵위협’까지다.

양적으로만 따졌을 때는 한국군을 상대로 한 북 군사력이 절대적 우위에 있는 것이다.

한국군의 질적 우위를 감안하더라도 비대칭이다.

그렇다면 ‘국방개혁’은 이에 대비한 전력향상이 주를 이뤄야 하는 것이다.

장밋빛 남북관계에 취해 낭만적으로 접근 할 일이 아니다. 뒷감당 없이 낙관적 방향으로 국방개혁 프로그램을 짰다면 너무 순진한 것이다.

순진함이 지나쳐 주머니 속에 시한폭탄을 넣고 다니듯이 무모하고 무지하고 무서운 일이다.

정부는 일부 사단과 군단 해체를 우려하는 시각에 ‘남은 부대의 정예화’를 들먹이고 있다.

그러나 이는 전후가 뒤바뀌었다. 군복무 축소나 군 감축을 이야기하려면 먼저 군 정예화를 이룬 후에 감축 프로그램을 작동해야 옳다. 그것이 바른 수순이다.

군 정예화는 까마득한데 먼저 군사력 감축부터 한 것은 비유하자면 ‘새 옷 입겠다고 입었던 옷 다 벗어 버린 후 발가벗은 채로 지내야 하는 몰골’이다. 발가벗고 눈비를 맞아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비극적 희극 상황’에 대해 군사 관련 전문가 그룹 일각에서는 “안보는 당면 위협과 미래 위협에 대처하는 것”이라고 했다.

“경제의 실책은 만회할 기회가 있지만 안보에서는 한 번의 실패가 나라를 망하게 하는 길”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안보 딜레마(Security Dilemma)’다. 나라를 지탱하는 우선순위가 안보가 되어야 하는 이유다.

문재인 정부의 ‘국방개혁 2.0’은 그래서 ‘최악의 안보 환경 변화’를 간과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터이다.

‘9.19 평양선언과 함께 발표됐던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합의서‘는 어떤가.

모두 5개조 20개 항에 달한다. 정치적으로나 군사적으로 매우 민감한 내용이 담겼다.

지상과 해상, 공중 등 모든 공간에서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하지 말자는 내용이다.

사실상 ‘종전선언’이라거나 ‘무장해제 수준’이라는 거친 반응도 있다.

그 자체는 싸움을 하지 말고 평화로이 지내자는 것이다. 그대로라면 환영할 일이지 내칠 일은 아닌 것이다.

그러나 속살을 헤집어보면 엄청난 암수가 숨어있다. 독기를 감춘 웃음이나 다름없다. ‘등을 도닥거려주면서 간을 내먹는 무서운 독소’인 것이다.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각종 군사연습을 중지하자‘는 것도 그렇다.

이는 한국군이 국토방위와 안보를 대비한 훈련을 포기하겠다는 뜻이다.

북한 눈치를 보며 평상 훈련도 하지 않겠다는 것은 군의 전투력을 포기하는 것이다. 사실상 스스로 무장해제를 하겠다는 것이다.

다음은 군사분계선 상공에 비행금지 구역설정이다.

이는 북한군보다 우위에 있는 항공정찰 자산과 항공전투 자산의 전개 및 항공 방어권 활동을 포기하는 것이다.

한국군의 비교우위 전력을 비행금지 구역 설정으로 고스란히 북에 바치는 것이나 다름없다.

북한 군 동향을 까막눈으로 깜깜이 정찰을 하겠다는 것이어서 그렇다.

비무장 지대내 감시초소(GP) 철수도 그렇다. 일반적인 상호 비례의 원칙에서 벗어났다.

현재 북한군 감시초소는 240여 개소, 한국군은 80여개소로 알려지고 있다.

1대1일 비례로 한국군 감시초소 모두를 철수한다면 북한군 감시초소는 160여개가 남는다. 비대칭이고 불균형적인 합의일 수밖에 없다.

서해 해상의 평화수역과 공동어로 구역 설정도 마찬가지다. 일방적으로, 그리고 전적으로 한국이 불리하게 설정되었다.

한국군의 지역방위 유지의 매커니즘으로 삼았던 해병대와 해군, 공군의 복합 군사작전이 무력화 됐다.

해병대 전력은 손발이 꽁꽁 묶여 섬에 고립될 수밖에 없다. 결국 북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무력화 전략에 놀아난 꼴이다.

 인천이나 평택앞바다 등 안방까지 들어와 활개 치려는 음흉한 북의 의도에 말려 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의 ‘국방개혁 2.0’이나 ‘9.19 평양선언’에서의 ‘군사합의서’는 세계7대 군사강국 대한민국의 국군을 해체시키고 이를 북의 김정은에 바치려는 것”이라는 보수진영 일각의 독하고 거칠고 격한 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건군 70주년 국군의 날에 돌아보는 문재인 정부의 국가 안보정책은 그래서 불안하고 조마조마 하다.

국가안위의 마지막 보루인 군의 위상이 날개 없이 추락하고 굳건한 안보태세가 잘못된 국방정책으로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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