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9일 제2회 제주퀴어문화축제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됐다. 성소수자 혐오세력의 불법시위와 가짜뉴스들로 인해 얼룩이 지긴했지만 작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참가하며 서로의 존재를 긍정하는 자리가 됐다. 이번 축제에는 성소수자 부모모임도 함께 했다. 성소수자들이 겪는 사회적 편견과 차별, 그 모습을 바라봐야 하는 부모들의 마음은 어떨까. 성소수자 부모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부부를 만았다. 아버지는 지미, 어머니는 비비안이라는 닉네임을 성소수자 부모모임을 하면서 사용하고 있다.

2년 전 아들이 커밍아웃을 한 그 달에 처음 성소수자 부모모임을 찾은 이 부부는 부모모임을 통해 많은 힘을 얻었다고 말한다. 이들은 도움을 받았으니 또 다른 성소수자 부모에게 힘을 주고자 성소수자 부모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다. 현재 성소수자 부모모임에서 지미(아버지), 비비안(어머니)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진 촬영을 요청하자 아버지(지미)는 '네가 성소수자여도 엄마가 괜찮다'는 들어 보였다. 그렇다고 해서 피켓에 담긴 뜻이 달라지지는 않았다.(사진=김재훈 기자)

-성소수자인 아들을 두고 계신데요. 언제 성소수자라는 고백을 받으셨죠?

(비비안) 아들이 스물 세 살 게이예요. 2년 전에 커밍아웃했어요.

-커밍아웃을 받았을 때 많이 놀라셨는지요.

(지미) 처음에는 너무 놀랐죠. 다른 분들이 다 겪는 그런 단계들을 다 겪었어요. 아니라고, 바꿀 수 있다고 부정도 해보고,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했어요.

-성소수자 자녀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시간은 얼마나 걸렸는지요.

(지미) 받아들이는 시간이 얼마나 걸린다... 그게 몇 날 며칠부로 받아들여진다, 그런 건 아닌 것 같아요.

-그럼 어떤 과정을 거치셨나요.

(지미) 다행히 저희는 커밍아웃을 받은 그 달에 성소수자 부모모임을 처음 찾아갔어요. 부모모임의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죠.

(비비안) 우리 아들이 미리 얘기를 해줬어요. 커밍아웃을 하면서 동시에 이런 성소수자 부모모임이 있으니 여기에 오면 도움을 많이 받을 거라고. 저희가 그런 도움을 받았고 저희와 같은 고민을 하실 부모님들께 도움을 드리고자 이렇게 바깥으로 나와서 부모모임을 알리는 활동을 많이 하고 있어요. 

-자녀가 커밍아웃을 하면 부모님들도 속으로 앓기보다 성소수자 부모모임으로 연락해보는 것이 좋겠네요?

(비비안, 지미) 물론이죠.

-성소수자 부모모임에서는 이번 제주퀴어퍼레이드에 몇 분 정도 참가하셨어요?

(비비안) 열 분 정도? 부모모임 활동하시는 어머님들과 실무저와 총 열 분 정도 왔어요.

-성소수자 혐오세력이 성소수자 부모들을 압박을 하는 경우도 있어요?

(비비안) 지난 인천퀴어문화축제에도 성소수자 부모로서 참가했어요. 참가자들이 성소수자 혐오세력에 의해 모두 갇혀 있는 상태였어요. 화장실을 가려고 나가면 다시 들어갈 수 없었요. 그렇게 참다가 겨우 저녁에 화장실을 갔는데, 저희가 부모인 걸 알면서도 달려들어서 다시 못 들어가게 하는 거예요.

-부모님들인데도요?

(비비안) 그들한테 “저는 부모라고요. 애들한테 가야 해요”라고 말했더니 “부모가 그 모양이니까 자식이 그러지”라는 말을 눈도 깜짝 않고 말하는 거예요. 아 이 분들은 진짜 뇌가 다르구나, 싶었어요. 예수 믿으라고 소리치면서 몸을 미는 등의 무력도 쓰더라고요. 근데 제가 이런 일을 겪는 거에 비하면 성소수자 당사자들은 저보다 그런 일을 몇 배 더 겪을 거 아녜요. 제가 그런 경험을 하고 나니까 애들이 정말 너무 힘들어 하고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더욱 열심히 활동해야 하겠다는 마음을 먹었어요.(웃음)

(지미) 그분들이 우리를 강하게 만들어주신 거죠.(웃음)

-제주 지역이 좁은 사회다 보니 성소수자는 물론 성소수자 부모들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계실 텐데, 제주의 성소수자 부모님들께 전하실 말씀이 있을까요.

(비비안) 부모님들이 많이 나서주셔야 성소수자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사라진다고 느끼고 있어요.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을 부모가 먼저 지지해줘야죠. 성소수자 부모들이 계시면 우리 모임을 찾아와 주세요. 혼자 힘들어 하기보다 같은 어려움을 겪은 부모들이 함께 얘기를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끝으로 퀴어문화축제에 아직 참가한 적 없는 분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지미) 어디에나 있지만 혐오와 편견으로 인해 숨어있게 되니 어디에서도 잘 보이지 않는 이들이 성소수자잖아요. 이제는 세상이 바뀌고 있으니 이런 축제가 열리면 다들 와서 함께 하고, 축하하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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