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발생한 서부(판포)하수종말처리장의 오폐수 유출이 관리 부실에 따른 인재(人災)로 나타났다.

▲하수처리장 근처의 판포바다의 모습. 이미 오폐수가 흘러가 버린 뒤라 눈으로는 별다른 피해상황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사진 김재훈 기자

서부하수처리장에 따르면 30일 오전 5시 50분경 하수처리장의 PLC(자동제어시스템)이 통신 장애를 일으켜 작동이 중단됐고, 이로 인해 오폐수가 그대로 판포 바다에 흘러든 것.

이 과정에서 당시 직원이 두 시간 가량 PLC의 장애를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서부하수처리장의 한 관계자는 "당시 직원과 이 문제를 이야기했으며, 8월에 새로 부임받아서 업무가 서툴러서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하수처리장과 제주특별자치도가 취한 처리다.

애당초 도와 하수처리장은 오전 7시 50분경이 PLC의 고장을 확인해 10여분만에 수리를 완료했다는 내용만 언론사에 전했다. 따라서 10여분 정도의 고장만 있었던 것으로 인지되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하수처리장측은 언제부터 오폐수 유출이 시작됐고, 얼마나 유출이 이뤄졌는지 확인조차 불가능한 상태라는 답변만 내놓았다. 이번 유출로 바다 오염이 얼마나 이뤄졌는지조차 가늠이 어려운 상황.

▲서부(판포)하수종말처리장의 모습@사진출처 제주특별자치도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도는 이번 사태를 알리자 않아 언론에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게다가 도에서도 이 문제와 관련해 이렇다할 조치사항을 밝히지 않고 있다.

2일 오전에 있었던 주간정책조정회의에서도 하수처리 종합비상대응 체계 마련까지 발표됐는데, 서부하수처리장 건은 제대로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원 지사는 오는 3일 남원·보목·제주하수처리장 현장을 답사하겠다는 계획만 발표한 상태다. 이것만 보면 원 지사와 도정이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게 드러나는 셈.

이와 관련해 이학승 제주도 하수도부장은 <제주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서부하수처리장 건과 관련해 노후화된 제어시스템의 이중화 등 개선상황을 보고하고, 이달 중순에 서부와 동부 하수처리장의 수질 관련 용역 발주를 예정하고 있다"면서도 "당장 이번 사태와 관련해 당장의 대처 계획은 논의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2일 오전 열린 제주도 주간정책조정회의의 모습. 이날 회의에서는 서부하수처리장의 오폐수 유출 사태가 심각하게 논의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사진제공 제주특별자치도

이렇다보니 판포리 주민들도 문제가 있었는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판포리의 한 주민도 "바다 오염은 지나가버리고 나면 티가 나지 않아서, 바로 인식하기 어렵다"며 나중에서야 이 일을 알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사실을 뒤늦게서야 접한 마을주민들은 이번 오폐수 유출로 마을 이미지에 타격이 오지 않을지 염려하고 있다. 서부하수처리장 증설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지난 1일 오전 서부하수처리장을 찾아가 항의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서부하수처리장은 애월읍과 한림읍, 한경명, 외도동 등 4개 읍면동에서 하루 최대 2만4천톤의 하수를 처리하고 있다. 도는 지난 2015년 1만2천톤을 증설했으며, 다시금 증설사업을 계획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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