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부터 한달여 남짓 진행됐던 녹지국제병원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위원장 허용진, 이하 공론조사위)가 결국 녹지국제병원 개원 불허로 가닥이 잡혔다.

▲허용진 녹지국제병원 공론조사위원회 위원장(왼쪽에서 세번째)가 공론조사 결과와 권고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 김관모 기자

공론조사위는 4일 오후 1시 30분 도청 기자실에서 어제 3일에 마무리된 도민참여형 숙의토론 결과를 발표했다.

◎반대의견 40% → 60% 크게 늘어...비영리전환 권고키로

지난 3일 참여한 도민참여단의 최종조사 결과, 재적 184명 중 개원 반대를 택한 사람은 106명(58.9%)이었으며, 개원 찬성표를 던진 사람은 70명(38.9%), 판단유보 4명(2.2%) 등이었다.

이에 따라 공론조사위는  '녹지국제영리병원개설 불허'로 제주특별자치도에 권고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과가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인 ±5.8%를 넘는 비율이며, 1차 조사와 비교해 개설불허 의견이 크게 늘고 있었다는 것이 큰 이유로 작용했다.

위원회는 개설 불허 의견에 따른 보완조치로 참여단의 의견을 반영해 ▲녹지국제병원을 비영리병원으로 활용해 헬스케어타운 기능 상실을 방지할 것, ▲이미 병원에 고용된 사람들의 일자리와 관련해 제주도가 정책적 배려를 하도록 검토할 것 등을 부대의견으로 담았다.

이번 도민참여단의 최종결과는 그간 진행했던 제1차 공론조사나 1차 도민참여단 설문조사 결과와 크게 달랐다.

지난 8월 15일부터 24일까지 3,012명의 도민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제1차 공론조사 결과에서는 판단유보 비율이 높았다. 당시 1차조사에서는 개설허가 비율이 20.5%였으며, 개설 불허 39.5%, 판단유보 40.1%였다. 

▲자료제공 녹지국제병원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

하지만 지난 9월 16일 열렸던 도민참여단의 2차 조사(설문조사)에서는 판단유보의 비율이 줄기 시작했다. 2차조사 결과에서 찬성은 27.7%로 7.2%P가 늘었으며, 반대는 56.5%로 17%P나 증가했다. 반면 판단유보는 15.8%로 24.3%P 줄었다.

결국 판단유보했던 도민참여단 대부분이 찬성이나 반대의 의견을 갖게 되면서 찬반 비율이 크게 늘어난 셈이다.

이와 관련해 허용진 공론조사위 위원장은 "당시 (참여단이) 이해도가 부족해서 찬반 선택을 못했지만 숙의토론을 거치면서 사업 내용을 이해하게 된 것이 큰 요인으로 본다"고 말했다.

◎의료공공성 약화 우려가 결정 갈라...경험 부족 및 우회투자 의혹도 지적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서 개설 불허의 주된 요인은 의료 공공성 저해였다. 

공론조사위는 의견 결정 요인으로 불허 의견을 낸 참여단의 66%가 '다른 영리병원들의 개원으로 이어져 의료 공공성이 약화될 것 같아서'라는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절반 이상의 참여단이 영리병원 개설이 한국 의료생태를 망가뜨릴 수 있다는 우려에 동의한 셈이다.

또한, 12.3%가 '유사사업 경험이나 우회투자 의혹 등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 같아서'를, 11.3%가 '병원의 주기능인 환자 치표보다 이윤 추구에 집중할 것 같아서'를 이유로 들었다.

▲지난 9월 16일 제주오리엔탈호텔 한라홀에서 열렸던 제1차 도민참여형 숙의토론의 모습@자료사진 제주투데이

하지만 공론조사위는 국내의료법인인 미래의료재단의 우회투자 의혹과 관련해 수사의뢰나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권고안에 담지 않았다.

허용진 위원장은 "의혹 자체는 인정하지만 공론조사위가 감사나 수사할 수 있는 권한도 없다"며 "이번 권고안이 정책권고의 성격이라면 제안할 수도 있지만 행정하는 사람이 잘했느냐 못했느냐를 따지는 문제가 될 수 있어 이번 권고안에 해당사항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갈등의 불씨는 여전..."적법성과 투명성 제고로 행정 이해도 높여야"

반면, 이번 공론조사 과정에서 찬반 의견이 팽팽해 이번 결정 이후에도 사회적 갈등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찬성 의견을 보였던 참여단이 40% 가까이 될 뿐만 아니라 도민참여단의 10.6%가 최종 결과가 자신의 의견과 다를 경우 존중할 수 없다는 의견을 보인 것이다. 공론조사 과정에서 공정하지 못했다는 불만(5%)도 존재했다. 이는 적은 비율이지만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일이다.

▲4일 오후 도청 기자실에서 녹지국제병원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 위원들이 기자회견에 참석해있다.@사진 김관모 기자

이에 공론조사위는 "향후 발생하는 도민사회의 갈등사항 등에 대해 원만하고 성숙한 해결책을 필요하다"며 "정책결정 과정에서 행정절차의 적법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고, 도민의 행정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도가 노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공론조사위는 "다순 전문가가 지적하듯 정책결정에 공론조사가 만능은 아니다"며 "공론조사를 청구하는 도민이나 이를 결정하는 행정도 이 부분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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