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황우치해변에 준설 모래와 파쇄석 22만㎥을 이용해 백사장 조성 사업을 진행했으나 모래는 거의 모두 파도에 쓸려가고 해변에는 파쇄석만 나뒹굴고 있다.(사진=김재훈 기자)

제주도가 황우치해변 사구 침식 원인 규명 없이 올해 초부터 땜빵식 백사장 복원 사업을 진행했으나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화순항 방파제 연장 사업이 진행된 후 해류 흐름이 바뀌면서 백사장의 모래 완전 유실돼 지반이 드러나고 사구 침식까지 진행된 황우치해변. 올초 제주도는 황우치해변 복원을 목적으로 화순항 관공선부두 공사시 준설한 파쇄석과 모래를 이용해 황우치해변 복원을 도모했으나 사업 종료 기한으로 잡은 8월 이후 2개월 만에 모래 대부분이 유실됐다.

제주도에 따르면 백사장 조성 작업을 위해 투입된 모래와 파쇄석의 양은 약 22만㎥ 가량이다. 그 모래 거의 대부분이 다시 바다로 쓸려간 상태다. 지난 4일 기자가 찾은 황우치해변은 지반이 다시 드러난 상태였다. 주변 지층과 어울리지 않는 파쇄석이 해변에 나뒹굴고 있다. 원인 해결을 전제하지 않은 땜질식 복원 조치로 혈세낭비는 물론 주변 해양 생태계에 미칠 악영향이 우려된다.

지난 2월 제주도에서 백사장을 조성한 모습.(사진=김재훈 기자)

황우치해변의 침식이 심각해지자 파도를 막기 위해 제주도는 16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잠제(수중 방파제)를 총 2기 설치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잠제는 제 역할을 못 할 뿐만 아니라 경관까지 해치는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본질적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화순항 방파제 해체를 하지 않고서는 황우치해변 및 용머리해안 일대 해변의 침식속도를 줄이는 방법을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같은 위치에서 바라본 황우치해변(10월 4일). 파도에 모래가 휩쓸리고 있다. 사계리 어촌계에서는 화순항 방파제 건설 이후 모래가 해류를 타고 흘러와 사계리 해녀 어장이 황폐화 되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해녀들은 이번 백사장 복원 사업으로 인해 사계리 해녀 어장으로 모래가 더 많이 유입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사진=김재훈 기자)

환경 보호를 위해 방파제를 해체하는 본격적인 복원 사업이 추진된 선례를 찾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관계당국은 황우치해변 침식예방 방안으로 △수중잠제 추가 설치 △황우치해변 사구 침식 방지를 위한 인공 축대 조성 등을 대안으로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도 당국은 앞으로 잠제 1기를 더 설치할 예정이다. 문제는 그것만으로 해안 침식을 막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것. 잠제 3기로도 침식 예방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현재 상황만보더라도 잠제 1기를 추가 설치로 어떤 효과를 볼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또한 잠제는 수중에 설치되는 방파제이긴 하지만 썰물 때 노출되며 해양 경관을 저해하기도 한다. 황우치해변이 세계지질공원인 용머리해안과 접한 곳으로 지질트레일로 지정돼 자연경관을 즐기던 곳인 만큼 인공축대 조성 또한 도민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기는 어렵다.

모래가 쓸려간 황우치해변에는 파쇄석이 나뒹굴고 있다.(사진=김재훈 기자)

사계리 어촌계 해녀들은 화순항 방파제 건설 이후 황우치해변의 모래들이 파도를 타고 사계리 해녀 어장으로 쌓이고 있다고 지적해 왔다.(관련기사►►용머리해안 조간대 오염...원인은 황우치해변 백사장 조성공사?) 해녀 어장이 모래로 메워지며 소라 등 바위 지형에서 살아가는 해양 생물들이 살 곳이 사라진다는 것. 이에 해양 생물들이 살 수 있도록 파쇄석, 시멘트 블럭 등을 바다에 퍼붓고 인공적으로 해양 환경을 조성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환경에 대한 보수적인 접근없이 진행된 대규모 토목공사로 인해 지속적인 세금낭비 및 환경훼손이 불가피한 셈이다.

그러나 제주도 당국은 비교적 여유로운 모습이다. 제주도 해양수산국 관계자는 제주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황우치해변 침식이 화순항 방파제 때문이라고 특정할 수 있겠냐는 입장을 피력했다. 다른 원인도 있지 않겠냐는 것. 관련 연구자료가 있냐는 질문에는 답을 피했다. 황우치해변 침식 원인에 대한 제대로 된 연구는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이에 황우치해변 침식 원인에 대한 제대로 된 연구조차 없이 땜질식 토목사업으로 세계지질공원 인근 경관만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 관계자는 이번 백사장 조성 공사를 황우치해변 복원을 목적으로 진행한 것이라고 표현하는 데 대해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제주도는 지난 8월 황우치해변 백사장 복원 공사를 마무리했다. 결국 사업 후 2개월 만에 모래가 대부분 유실돼 다시 지반이 노출되고 말았다. 위쪽에 용머리해안이 보인다.(사진=김재훈 기자)

또 다른 해양수산국 관계자는 "모래사장 조성을 한다 해서 모래가 그대로 있다는 전제는 없다. 복원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했다. 실시설계를 하면 수치모형을 돌린다. 모래가 입자가 너무 작기 때문에, 계절적 특성 등 모든 걸 감안해서 수치적으로 시뮬레이션한다."고 말했다. 황우치해변 침식 원인으로 화순항 방파제가 60% 정도를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관련 연구를 기반으로 하지 않은 개인적인 추측일 뿐이었다.

이에 대해 사계리 어촌계 관계자와 해녀들은 오래전부터 제주도 당국의 탁상머리 행정을 지적해왔다. “컴퓨터로 시뮬레이션을 한다고 하는데, 이 바다의 조류와 바다 속 사정을 우리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이 어디 있나요?”

황우치해변 바로 옆 용머리해안에 미칠 영향도 우려되는 만큼 황우치해변 침식 원인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와 보다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이에 대해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이런 사업을 타당성조사를 하고 진행한 것인지 모르겠다. 침식 원인에 대한 적극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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