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미래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신용인/ 제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원희룡 지사는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제주가 커지는 꿈’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재선에 성공했다.

원 지사의 말에 따르면 제주가 커지는 꿈이란 “청년 희망과 일자리, 엄마 행복, 미래 인재, 여성의 사회적 지위, 편안한 노후, 장애인 배려, 주거환경, 도민 안전과 건강, 농어민 소득, 자주 재원이 커지는 것”이다.

지난 9월 10일 원 지사는 제주가 커지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14개 분야, 115개 정책공약, 341개 세부과제에 2022년까지 무려 4조 9,016억 원을 투자하는 공약실천계획을 확정ㆍ발표했다.

이 중 일자리 창출 10개 분야 44개 실천과제에만 2조 1,000억 원이 투입된다. 공무원 증원 등 공공부문 일자리 10,000개, 미래 신산업 분야 14,000개, 사회적 경제 분야 6,000개, 1차 산업ㆍ관광ㆍ문화산업 분야 1,900개 등 도합 33,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야심찬 계획이다.

하지만 원 지사의 공약실천계획에 대한 우려가 크다. 특히 행정 주도의 일자리 창출은 시장 질서를 교란하고 좀비기업을 양성하는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높다. 공공부문 일자리 1만 개 창출은 제주지역 청년 대부분을 공공부문 일자리로 쏠리게 만들어 구인난으로 사업을 포기하는 중소기업이 속출하는 등 제주경제에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이에 필자는 발상의 코페르니쿠스적인 전환을 주문하고자 한다. 그 전환은 제주가 커지는 꿈을 원 지사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제주도민이 주도하는 것이다. 그 구체적인 방법론이 읍면동 마을기금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읍면동 마을기금의 대강은 이렇다.

제주에는 43개의 읍면동이 있다. 공약실천계획에 소요되는 4조 9,016억 원을 모두 읍면동 마을기금 조성에 사용하면 읍면동마다 평균 1,140억 원 규모의 마을기금을 만들 수 있다.

이처럼 읍면동 마을기금이 조성되면 읍면동 주민 스스로 그 기금을 활용해 제주가 커지는 꿈에 투자한다.

예컨대, 마을기금으로 해당 읍면동의 토지나 건물을 매입하고 상가 등을 조성해 지역 주민들에게 적정한 가격으로 임대한다. 그럼 지역 주민들은 임대료 인상이나 젠트리피케이션 걱정 없이 사업을 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임대주택을 건설해 집 없는 지역 주민들에게 적정한 가격으로 임대한다. 그럼 구태여 내 집 마련에 등골이 휠 이유도 없다.

나아가 지역 농민들이나 자영업자들에게 저리신용대출 및 지분투자를 한다. 지분투자의 경우 배당우선권을 갖되, 사업주의 경영권은 보장한다. 법률ㆍ세무ㆍ노무ㆍ경영 등 전문컨설팅도 지원한다. 그럼 벼랑 끝에 선 농민들과 자영업자들에게도 커다란 희망이 될 것이다.

마을기금 운용으로 나오는 수익은 매년 지역 주민 전부에게 1/n씩 현금으로 배당한다. 읍면동 차원에서 기본소득이 시행되는 것이다. 그럼 지역 주민의 호주머니 사정도 좋아진다.

물론 마을기금은 민주적으로 조직ㆍ운영되어야 한다. 지역 유지 등 소수의 마을기금이 아니라 주민 모두의 마을기금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살펴본다.

마을기금의 이사장은 지역 주민이 직접 선출한다. 그래야 이사장이 지역 주민에게 책임을 지고 기금 운용에 최선을 다하게 된다.

이사회 내지 운영위원회는 15~35명의 이사 내지 위원으로 구성하되, 절반 이상은 추첨 선발된 지역 주민으로 충원한다.

최고의사결정기관인 총회에는 지역 주민 전부가 구성원으로 참여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읍면동 마을기금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아무런 경험과 검증이 없는 상태에서 처음부터 읍면동마다 천억 원이 넘는 거금을 출연하여 마을기금을 만들 수는 없는 일이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그 시작은 주민참여예산으로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필자는 제주시 아라동에 살고 있다. 아라동을 예를 들어 설명해 본다.

2018년 기준으로 제주특별자치도 주민참여예산은 약 200억 원이다. 주민참여예산은 읍면동 주민이 직접 편성하고 운영할 수 있는 예산으로 사업 내용에 별다른 제한이 없다. 제주에는 43개의 읍면동이 있으므로 산술적으로 따지면 아라동에는 5억 원의 주민참여예산이 배정된다. 일단 그 5억 원을 시드머니로 하여 아라동 주민의 권한과 책임으로 운용되는 아라마을기금을 만드는 것이다.

아라마을기금이 설치되고 잘 운용되면 국가, 제주특별자치도, JDC, 제주개발공사 등이 매년 출연하여 기금의 자산을 지속적으로 증식시킨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법령과 조례 정비가 필요하다.

그렇게 하다보면 장기적으로는 아라마을기금이 수천억 원, 수조 원 규모의 커다란 마을기금으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아라마을기금이 아라동 주민의 경제와 복지는 물론 자치를 보장하는 든든한 보루가 되는 것이다.

아라마을기금처럼 제주에서 읍면동마다 마을기금이 설치ㆍ운용된다면 원 지사가 아니라 도민 주도로 “청년 희망과 일자리, 엄마 행복, 미래 인재, 여성의 사회적 지위, 편안한 노후, 장애인 배려, 주거환경, 도민 안전과 건강, 농어민 소득, 자주 재원이 커지는 것”이 될 것이다. 도민의 손으로 제주가 커지는 것이다. 나아가 풀뿌리자치 실현, 지역균형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이처럼 읍면동 마을기금은 도민이 주인 노릇하고 도민 모두가 고루 잘 사는 이어도 제주를 만드는 획기적인 제도다.

도민사회에서 읍면동 마을기금에 대한 활발한 논의와 함께 적극적인 도입 노력이 일어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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