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및 디자인 마음대로 결정

세금 집행 권한으로 갑질

이메일도 안 쓰는 제주 공무원들"

‘제주에서 공무원과 일하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글이 화제다. 독립기획자 이나연 씨는 제주에서 도청, 시청, 문화재단, 컨벤션센터와 같은 공적 기관들과 일을 진행한 경험을 토대로 한 글을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렸다.

이나연 씨는 먼저 공무원들이 기획과 디자인 등에 대한 간섭이 심하다고 지적했다. 제주의 공무원들들이 기획자 노릇을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말로는 운영위원회의 권한을 운운하면서 정작 결정을 공무원이 직접 한다는 것.

“제주에서의 공무원은 기획자다. 기획도 직접하고 모든 컨펌을 내린다. 그리고 모든 결정의 권한은 운영위원회에 있다고 앵무새처럼 말한다. 본인이 모든 결정을 하면서, 책임을 다시 형식적인 운영위원회에 돌리는 것이다. 행사 디자인 포스터를 만든다 치자. 디자이너가 행사의 컨셉에 대한 고민을 기획자와 마치고 시안을 만들어낸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본인이 이해가 안 간다며 뭔가 이것저것을 고치길 지시한다. 슬슬 디자인이 산으로 간다. 산으로 간 디자인의 책임을 다시 기획자와 디자이너에게 돌린다.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이나연 씨는 “전권을 주지 않을 거면 왜 다시 귀한 제주의 세금을 써가며 기획자를 고용하는가? 왜 디자이너를 고용하는가?”라고 반문하며 좋은 기획과 디자인이 나오기 위한 행정 업무를 지원해야 할 공무원들이 기획자를 고용하지 말고 본인이 진행하면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공무원이 세금을 마치 본인 돈인 것처럼 행동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제주의 공무원은 세금을 집행하는 위치에 있는데, 그 세금이 마치 본인 돈인 것처럼 군다. 말하자면 본인의 자본을 프로젝트를 맡은 이에게 내어주는 것처럼 행동한다. 믿을 수 없겠지만, 대부분의 공무원들이 그랬다.”

세금 집행 권한이 있다는 이유로 기획자나 디자이너를 ‘슈퍼 을’로 대한다는 것.

“시민의 세금을 내 돈처럼 아껴 쓴다는 개념이라면 훌륭한 사고방식일 수 있다. 하지만 사고방식의 폐해는 일을 맡은 제주의 시민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하거나, 자신의 돈을 받아다 일하는 ‘슈퍼 을’처럼 대한다는 데 있다.”

공무원들이 이메일에 회신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오프라인 미팅을 요청하고 본인 근무시간에 맞춰 전화를 자꾸 해댄다는 것. 이나연 씨에 따르면 독립기획자나 디자이너 등 프리랜서들은 조직의 안전망 없이 일하기 때문에 억울한 일을 많이 당할 수밖에 없다. 이에 추후 불합리한 상황에 빠질 때를 대비해 기록으로 남기는 방식의 작업 방식이 필요하다. 기록이 안전망이 되기 때문이다.

이나연 씨는 “갑처럼 구는 공무원은 너무나 안정적인 안전망에 속한 나머지, 우리처럼 기록이 필요하지 않고, 어쩌면 기록을 피하는 느낌”이라며 “이메일을 아무리 보내고, 답변을 달라고 부탁해도, 본인의 출근시간에 일터로 찾아오길 요청하거나 전화를 해댄다.”고 토로했다.

이나연 씨는 이와 같은 상황에 처한 독립기획자들의 처지를 한탄했다. “프리랜서는 시간이 곧 돈이기 때문에 담당자의 일터로 준비해 찾아가는 시간과 미팅하는 시간 포함 반나절을 허비해야 하는 안타까운 일이 생기고, 더 안타깝게는 그런 소모적인 미팅을 다시 회의록 등의 방식으로 정리해 메일을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본인의 일터에서 다른 미팅이 늦어지거나 다른 일처리가 밀리면 기다리라고 한다. 한 시간 넘는 시간을 할 일 없이 기다리다 보면 왜인지 나 자신이 초라해진다.”

이나연 씨의 다음과 같은 지적은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두려워 이메일을 사용하지 않는 공무원들이 새겨들을 만하다. 21세기니까.

“디지털 노마드를 논하는 이 시대에 아직도 메일공포가 있는 분들이 가득한 기관의 공무원들과 일한다는 것은 앞으로 진행될 모든 일들도 험난하기만 할 것임을 예고하는 듯하다. 메일조차 쓰지 못하는 분들에게 우리는 귀한 세금을 쓸 권한을 맡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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