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의 블록체인 특구 조성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차가웠다. 그만큼 원희룡 도정의 블록체인 사업이 험난하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는 셈이었다.

▲제주연구원 주관으로 열린 '제주 블록체인 특구의 주요 쟁점과 성공요건' 정책 토론회에서 패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사진 김관모 기자

정책 토론에 나선 전문가들은 제주도정이 추진하는 사업이 구체적이지 않고, 소통도 부실하다는 지적을 이어갔다. 시류를 따라가는 또하나의 정치적 수사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강한 비판도 제기됐다.

15일 제주연구원에서 열린 '제주 블록체인 특구의 주요 쟁점과 성공요건' 정책 토론회에서는 기조발제에 이어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 종합토론을 갖고 현 제주도정의 정책을 진단했다.

이날 종합토론에는 김경학 제주도의회 의회운영위원장이 좌장을 맡고, 강철준 제주국제대 핀텍경영학과 교수와 고태호 제주연구원 연구위원, 공태인 코인원 리서치센터장, 이승록 제주의 소리 기자, 최준호 아웃스탠딩 기자가 패널로 나섰다.

◎기관투자자 확보는 선택이 아닌 필수

▲공태인 코인원 센터장

먼저 공태인 코인원 센터장은 앞에서 노희섭 제주특별자치도 미래전략국장이 발표한 도의 추진방향에 지지를 보냈다.

공 센터장은 "블록체인을 추진하는데 있어서는 사람과 지식을 모으는 업스트림과 정부가 직접 기업을 선택해 거래를 활성화시키는 다운스트림 방식이 있는데 제주는 다운스트림 방식이 걸맞다"며 "자본을 끌어들여 토대를 만든 뒤 기업과 인력을 모으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공 센터장은 "암호화폐기업을 일반 개인 투자자가 고위험 고수익의 투자를 아무렇게나 하고 있다"며 "기관투자자 시장을 활성화해 일반투자자를 보호하고, 자금 집행력을 높이고, 투자자에게 정상적인 정보를 제공할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에서 암호화폐 시장은 여전히 상위권에 속하고 있다"며 "제주도가 특례법으로 투자기반을 위해 행정지도를 만들면 투자금과 투자기관이 들어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툭하면 특구...공감대 형성이 먼저"

▲이승록 제주의소리 기자

반면, 도가 도민 공감대 없이 블록체인 특구 조성을 성급히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았다.

먼저 이승록 제주의 소리 기자는 "블록체인의 경우는 원 지사가 원맨쇼 하고 있는 것 아니냐, 과연 제주도에 어떤 도움이 될지 의문이 든다는 비판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승록 기자는 "지난 2000년 초중반에도 역외금융센터를 추진하려 했지만 좌초된 적이 있으며, 제주특별법 통과 이후 헬스케어타운에 영리병원을 추진했지만 이 역시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며 "우근민 도정 때는 말산업 특구와 크루즈 산업 특구까지 나오기도 하는 등 도정에서 추진하는 특구산업은 항상 모호한 면이 많았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 기자는 "노희섭 국장이 말하는 '블록체인 허브도시 운영방안 버전 0.2'는 오늘 처음 듣는 내용"이라며 "왜 이 사업을 하고, 도민의 삶의 질에 어떤 관계가 있는 건지 설명이 전혀 없다"고 토로했다. 이에 이 기자는 "아까 말했듯 거버넌스를 통해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사와 국장만 아는 블록체인...공론화 서둘러야"

▲강철준 제주국제대 교수

강철준 제주국제대 교수도 이 기자의 지적에 적극 동조했다. 

강 교수는 "도에서 버전 0.2 같은 내용을 왜 숨기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이 사업을 충분히 알리고 공론화를 형성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강 교수는 "2000년대에 제주에서 역외금융센터를 추진할 때는 연구자와 대학교수, 서울의 금융전문가가 많이 참여해 지사와 국장을 설득했는데, 지금은 지사와 국장이 앞장서고 있어 여건이 좋기는 하다"면서도 "아래의 사무관이나 교수, 연구원 박사들이 힘을 합쳐야 하는데 도정을 방향을 아는 사람이 없어 아쉽다"고 토로했다.

이에 강 교수는 예전 역외금융센터를 추진할 때를 예로 들면서 "왜 제주여야만 하느냐의 질문에 답할 수 있는 논리가 필요하다"며 "정부의 정책과 일치해야 하며, 도에 중앙에서 파견한 감독기구를 만드는 등 중앙에서 납득할 수 있는 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고태호 제주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최근 블록체인을 비롯해 도정의 사업 추진을 보면 지사 혼자 추진하는게 아니라 도민 공감대 형성이 선행돼야 하는 것이 많다"고 지적했다. 고 위원은 "블록체인 기술이나 개념을 잡으려고 하기보다는 가상화폐거래소(ICO)라는 말이 더 와닿을 것"이라며 "차라리 블록체인 특구보다 ICO특구라는 표현이 더 낫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중요한 건 창업, 블록체인이 본질 아니야"

한편, 제주도정이 추구하는 방향 자체가 잘못 설정돼있다는 날카로운 비판도 나왔다.

▲최준호 아웃스탠딩 기자

IT전문 뉴스매체인 아웃스탠딩의 최준호 기자는 "블록체인 특구 이야기를 듣고 제주도가 또 삽질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며 포문을 열었다. 최 기자는 "예전에 AI 기술 붐이나 빅데이터, VI, 핀테크 같은 기술들이 각광을 받다가 식어버리기도 했다. 지금은 블록체인이 트랜드를 이어받은 상태"라며 "정부나 기관에서는 시류에 따라가면서 인기영합하는 정책만 내다가 끝나버렸다"고 지적했다.

최 기자는 "원 지사가 특구를 만든다고 하는데 이미 블록체인 관련 스타트업 생태계는 창업붐이 식어가는 상황"이라며 "특구 조성이 마무리될 때에는 창업붐은 아마 끝나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 기자는 이같은 도정의 착오가 반복되는 이유가 본질을 놓치고 있기 때문이라며, "본질은 '창업'에 있다"고 강조했다.

최 기자는 "암호화폐가 새로운 금융허브가 된다는데 여의도의 금융권이 그 자리를 내주려고 할지 의문"이라며 "제주가 여의도 권력을 가져오려면 제주도가 기업하기 좋아지는 게 우선"이라고 짚었다. 그 사례로 최 기자는 쏘카(SOCAR)의 사례를 들었다. 최 기자는 "쏘카의 시작은 제주였으며, 그 이유는 섬이라는 폐쇄적 조건 때문에 도난이 쉽게 방지되며, 제주도민이 대중교통보다 차를 선호한다는 이점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제주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활용해 기업을 끌어들이고 창업을 활성화해야 한다며, 블록체인에만 매몰되지 않고 창업시장의 활성화 방안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최 기자는 역설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석해 블록체인 산업의 가능성과 제주도의 특구 조성의 궁금증을 풀어나가는 시간을 가졌다. 

다만, 종합토론 시간까지 자리를 지킨 제주도청 공무원이 없어 속시원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이에 김경학 위원장은 "이런 중요한 시간에 도청 미래산업국 직원이 한명도 없다는게 아쉽다"며 "오늘 나온 지적들을 도청에서 조속히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학 위원장이 종합토론을 진행하고 있다.@사진 김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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