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지역의 주유소들의 기름값이 이해하기 어려운 가격 분포를 보이고 있다. 제주도내 주유소들의 휘발유 가격을 분석한 결과 제주시 지역의 기름값 가격 분포는 비상식적으로 왜곡돼 있었다.

일반적인 자율 경쟁 시장에서 상품의 가격 분포는 그래프로 그리면 종모양의 곡선으로 나타난다. 상품의 가격이 높게 책정되면 가격 저항을 받고, 상품을 지나치게 싸게 팔면 경영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시스템 오피넷에 가격을 고지하는 제주시 지역(추자도 제외) 주유소 129곳의 기름 판매 가격을 분석한 결과 111곳이 같은 가격을 내걸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0월 14일 기준, 18곳을 제외한 모든 주유소가 휘발유 1리터당 1740원을 받았다. 비단 제주시 도심 지역만이 아니라 서귀포시에 가까운 한경면, 구좌읍 등 시외 지역을 통틀어 비슷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서귀포시의 경우는 제주시의 휘발유 가격 분포와 큰 차이를 보인다. 서귀포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 분포는 중간값이 많은 종모양 그래프로 그려진다. 서귀포시 주유소 61곳은 휘발유 1리터당 1690원부터 시작해 1797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가격으로 판매했다(10월 14일). 1리터 당 1740원을 받는 곳은 단 2곳에 불과했다. 111곳의 주유소가 1리터당 1740원에 휘발유를 판매하고 있는 제주시와 대조적이다.

제주시 지역 주유소들의 담합이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상황. 도청 등 기관에서도 이에 대해 주시하고 있다. 작년 말 제주지역 쥬유소 담합 여부에 대해 조사해 올해 2월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담합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제주도청 미래전략국 탄소없는제주정책과 관계자는 <제주투데이>에 “제주도청의 요청에 의해 공정거래위서 조사를 나왔다. 주유소협회 등을 조사했다. 무혐의로 나왔다. 공정거래위에서 정확히 조사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제주지역 주유소 기름값에 대한 문제제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4년에도 제주지역 주유소 등은 기름값 담합 관련 조사 대상이 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를 받은 바 있다. 2007년에도 담합 논란이 다시 한 번 불거지기도 했다.

민원도 줄기차게 제기되어 왔다. 제주도청 홈페이지 민원 게시판은 물론, 작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제주 지역 주유소들의 기름값 담합 의혹 실태조사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올라온 바 있다.

마치 짜고 가격을 매긴 듯한 제주시 지역의 기름값에 대해서 도 관계자는 “제주는 좁은 지역 사회다. 주유소 주인들이 서로 눈치를 보는 것으로 보인다. 옆에서 가격을 내리면 왕따를 당하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동종업자에 대한 눈치보기로 인해 이와 같은 현상이 발생했다는 것.

그럼에도 서귀포시와 달리 제주시 지역에서만 이와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명쾌하게 설명되지 않는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은 없을까?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공정거래위 조사 결과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제재방법이 사실상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서귀포시 지역 한 주유소의 매니저도 같은 해석을 내놓았다. 그는 “잘 모르지만 제주시 지역만 별도로 모인 주유소 연합회는 없을 것 같다. 10원에도 민감해서 주유소들이 눈치를 보면서 가격을 정하게 된다. 동종업계 종사자끼리 친분이 있으니 개인적으로 연락들을 주고받으며 가격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경우는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기름값 때문에 속앓이 하는 것은 주유소협회 제주지부도 마찬가지였다. 주유소협회 제주지부 관계자는 <제주투데이>에 “사업하는 입장에서 보면 매번 제주도 주유소 기름이 비싸다 하는 데 쓰기 쉬운 기사다. 왜 그런지에 대해서 쓴 언론이 없다. 주유소도 개인이 하는 사업이다. 돈 벌어 먹고 살기 위해 하는 것”이라며 세간의 시선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소비자들은 주유소 기름값만 보지, 기름을 팔아서 주유소에 얼마가 남는지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마진이 1리터당 100원이 되어야 안정적이다. 그런데 그렇게 안 나온다. 공급단가부터 육지랑 차이가 있다. 게다가 제주 지역 주유소들은 임대가 더 많다. 그들은 임대료도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유소 유가 가격 구성표(표=오피넷)

그는 “제주도는 전자상거래가 절대 불가능한 지역이다. 기름을 사올 때 육지처럼 다양한 루트가 없다. 대리점을 통해서 밖에 공급받지 못한다. 알뜰주유소조차도 마찬가지다. 서울 지역의 알뜰주유소와 다른 개념이 된다고 보면 된다.”며 제주도가 육지에 비해 기름값이 비싼 이유를 댔다.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주유소 간 눈치보기도 실재한다고 밝혔다. “주유소 사장님들끼리 서로 눈치를 본다. 기름을 사가는 거래처들도 주유소가 가격 동일시에 영향을 미친다. 주유소를 바꿔버릴 수 있으니까.” 

제주시 주유소들의 기름값 ‘담합’이든 눈치보기로 인한 우연한 ‘담합효과’든 제주시민들의 선택권이 줄어든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천편일률적인 주유소 기름값에 제주시민, 관광객들의 불평과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 행정당국의 보다 적극적인 자율경쟁 유인책이 요구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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