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국제관함식 기간 제주해군기지(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에서 기름이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제주 국제관함식 반대와 평화의섬 지키기 공동행동은 국제관함식으로 인한 해양 환경오염 모니터링을 통해 제주해군기지에 입항한 인도와 캐나다, 미국 함정 주변에 기름 확산 방지를 위한 오일펜스 및 물위에 떠있는 기름을 확인하고 것을 발견하고 해경에 신고했다. 해군 측도 총 2대의 함정에서 기름 유출이 일어난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 제주해군기지 내 기름 유출은 일반인이 항내로 드나들 수 있는 국제관함식 기간이었기 때문에 환경오염 모니터링이 가능했다. 국제관함식 기간이 아니었다면 이번과 같은 기름유출 사고도 외부로 알려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이번 기름 유출 사고도 해군이 아닌 시민들이 문제 제기 했기 때문에 지역 사회에 알려질 수 있었다. 해군은 행사 홍보만이 아니라 기지 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선제적으로 사실을 알려 지역 주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국제관함식 같은 1년에 몇 번 안 되는 개방 행사가 있을 때를 제외하면 제주해군기지는 제주도민들에게 ‘깜깜이 영역’이다. 행정의 손길도 해군의 허락이 없이는 가닿지 못하는 특별자치도 내의 또 다른 특별구역인 셈이다. 그처럼 ‘특별한’ 제주해군기지의 환경오염 여부를 감시해온 이들이 있다. 이들 덕분에 '해군기지'라는 사각지대의 일부분이 시야에 들어온다.

활동가 박인천 씨는 망원경과 카메라를 통해 해군기지 내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을 감시하고 있다. 해군기지가 완공된 후에는 해군이 군함에 기름을 주유할 때 오일펜스를 치고 있는지, 페인트칠을 할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지 등을 감시한다. 문제점을 발견했을 때는 직접 행정당국과 해경에 신고도 한다. 그런 일을 아무 대가없이 5년 넘도록 해오고 있다. 이런 동력은 제주의 자연보호에 대한 애착 때문이다.

그러나 멀리 떨어진 곳에서 망원경을 통해 관찰하고 있는 박인천 씨의 감시 활동에는 한계가 따른다. 그는 이렇게 아쉬움을 토로한다. “해양 오염이 의심되는 일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죠. 주유 작업을 할 때 오일펜스를 거의 안 치고요. 신고한다해도 별로 개선되는 것이 없어요. 해군기지 안에는 들어갈 수 없고 멀리서 바라볼 수밖에 없으니까 바다에 기름 유출이 발생했는데도 방치하고 있는지는 확인하기 어려워요. 그게 아쉬워요.”

민군복합형관광미항? 거추장스러운 말장난이다. 제주해군기지로 전용되고 있지 않은가. 제대로 된 민군복합형관광미항을 바란다면 ‘민관군’ 공동 해양환경 모니터링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화려한 국제관함식이 끝나고 또 다시 ‘깜깜이’ 영역이 된 제주해군기지. 제주도민들은 그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해서 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알 권리가 있다. 제주해군기지 내 환경오염을 예방하고 적극 대처할 수 있도록 신뢰할만한 상시적 ‘민관군’ 공동 모니터링 체제 구축이 필요하다. 그러한 민관군 협력 기구조차 불가능하다면 왜 민군복합형관광미항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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