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와 여수, 순천의 유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여 한국사의 최대 비극인 제주 4·3과 여순사건의 정의로운 해결에 연대를 다짐했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와 여순희생자 여수유족회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 김관모 기자

제주4·3희생자유족회와 제주4·3희생자유족회청년회는 오는 18일 오후 8시 여수 노블호텔 세미나실에서 '제주4·3과 여·순의 정의로운 해결 방법 모색' 워크숍을 개최했다.

4·3유족회청년회는 정의로운 과거사 해결을 위한 연대·워크숍을 10월 18일부터 20일까지 2박3일 일정을 갖고 있다.

4·3유족회와 청년회는 제주4·3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10·19 여수·순천사건(이하 여순사건) 70주년을 맞아 여수와 순천을 방문하고 여순 사건의 유적지를 순례하고 있다. 또한 유족회 등은 19일 열리는 여순사건 70주년 추념식에 참석한다.

▲18일 오후 8시부터 여수 노블호텔 세미나실에서 '제주4·3과 여·순의 정의로운 해결 방법 모색' 워크숍이 진행되고 있다.@사진 김관모 기자

이날 첫 일정으로 열린 워크숍에서 유족회와 청년회는 여순사건의 경과를 살펴보고, 앞으로 4·3은 물론 여순사건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머리를 맞대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이번 워크숍에는 황순경 여순사건 여수유족회장과 임원들이 참석해 유족회를 반겼다.

인사말에 나선 황순경 회장은 "4·3이 없었다면면 여순사건도 없었다. 이승만 정부가 4·3사건을 계기로 제주도를 토벌하려고 할 때 14연대 군인들이 거부한 것이 여순사건의 시작"이라며 "14연대가 제주도에 갔으면 더 큰 희생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순경 여순사건 여수유족회장@사진 김관모 기자

황 회장은 "제주를 비롯해 노근리와 광주 등은 특별법이 제정됐지만, 여수는 특별법마저 없는 상태"라며 "지난 4·3 70주년 추념식에 참여해 4·3평화공원을 돌면서 한편으로 슬펐지만 또다른 한편으로 부러웠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최근 특별법 제정을 위해 시민단체와 학계, 언론 등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며 "제주에서도 많은 도움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어서 오임종 제주4·3희생자유족회 회장 대행은 "제주는 피해규모가 크고 전국에 많이 알려진만큼 특별법이라는 수혜를 입은 것도 사실"이라며 "여순지역에서 70주년을 맞아 이제야 국회에 특별법을 입법한 상태다. 유족들이 넉넉한 마음으로 여순에 힘을 실어주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번 워크숍에서는 양진우 4·3유족회청년회 상임부회장이 발제를 맡고, 여순사건의 진행상황을 설명했다.

▲양진웅 제주4.3유족회청년회 상임부회장이 발제를 하고 있다.@사진 김관모 기자

양진웅 상임부회장은 "10·19여순이 '반란'에서 '사건'으로 바뀐지 이미 오래됐지만  인식 전환은 여전히 더디다"며 "여순사건은 같은 민족과 동포의 생명을 해칠 수 없다는 '항명'에서 비롯된 의로운 항쟁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이에 양 상임부회장은 '여순사건과 제주4·3은 남한만의 단독정부 수립을 반대했다는 성격으로 볼 때 단순한 항쟁을 넘어서 통일운동으로 봐야 한다"며 "이 두 사건의 가치를 다시금 숙고하고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상임부회장은 여순사건이 일어나게 된 배경도 잘 살펴야 한다고 밝혔다. 당시 여순의 군과 경찰은 대립 관계에 놓여있었다는 것. 일제시대 때 부역하던 경찰이 다시금 미군정하에서 경찰 업무를 이어가고 있었던 반면, 군에는 그 지역의 주민들로 이뤄진 향토부대의 성격이 강했다. 또한 남로당이 북으로 올라가면서 남겨진 남로당 일부세력이 군으로 들어갔고, 그 외에도 많은 좌익적, 민중적 성향을 가진 군인도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과 군이 충돌하는 가운데 군인들이 경찰에게 살해당하거나 폭행당하는 사건이 일어나 군부대 내부의 분위기가 험악했다고 양 상임부회장은 말했다. 또한, 여수와 순천 주민들도 경제적인 어려움과 무리한 공납으로 초근목피로 연명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일제시대보다 더욱 비참한 상황'이었다는 것이 그 당시의 설명.

따라서 그는 "여순사건의 시작은 제주4·3에 있었으며, 한국사 전체의 문제이기도 했다"며 "여순사건을 풀어가나는 일이 결국 제주4·3의 배보상과 정명을 푸는 길이기도 하다"고 역설했다.

▲제주4.3유족회와 청년회, 여순사건 유족회 등이 '제주4·3과 여·순의 정의로운 해결 방법 모색' 워크숍에 참가하고 있다.@사진 김관모 기자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도 이같은 의지를 함께 이어가자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먼저 강호진 제주4·3 70주년기념사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4·3을 강조하다보니 다른 지역의 문제를 함께 못한 점에 반성하고 있다"며 "70주년 사업이 마무리되면 4·3연구소 및 유족회와 함께 여순과 제주가 함께하는 방안을 찾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한 강 집행위원장은 "또한, 여순와 제주만이 아니라 광주 5·18, 대구에 이르기까지 전 지역의 시민단체와 공동 연대해서 내년부터는 한국사회와 세계사회에서 한국의 잘못된 역사를 알리는 공동사업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서 임기환 민주노총 제주지역본부 4·3위원장도  "분단의 철책선이 거둬지고 있는 남북화해 분위기에서 선별적 희생자 규정은 다시 생각해야 한다"며 "2006년 법제처가 진압에 나섰다 사망한 군경도 해방전후 혼란 상황에서 이데올로기 대립과정의 희생자로 포함할 수 있다고 한다면, 항쟁 지도부 등 모든 희생자에 대해서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임기환 위원장은 "4·3과 여순항쟁의 진상규명과 완전한 해결을 위해서는 당시 작전지휘권을 통해 학살을 주도한 미국의 책임을 광범위하게 물어야 한다"며 "앞으로 미국에 대해 실질적인 배보상과 진상공개, 공개사과 등 책임을 묻는 투쟁을 적극적으로 전개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워크숍에서 종합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왼쪽부터 임기환 민주노총 제주지역본부 4·3위원장, 김은희 연구실장, 양진웅 상임부회장, 강호진 집행위원장@사진 김관모 기자

한편, 김은희 제주4·3연구소 연구실장 역시 "여순을 주의깊게 살핀 적이 없다는 점을 반성하는 시간이 됐다"며 "여순이나 4·3 모두 다시 연구하는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폭동과 반란에서 사건, 항쟁으로 성격 규정이 변화하면서 정명찾기는 여순이나 제주나 비슷하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서 김 연구실장은 "앞으로 두 사건의 비교연구를 계속하면서 한국 현대사의 항쟁사의 흐름을 다시금 살펴보고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4·3유족회와 청년회는 오는 19일 10시에 열리는 여순사건 70주년 추념식에 참석한다. 또한, 20일에는 순천위령제를 참석할 예정이다.

김창범 제주4·3유족회청년회장은 "청년회 회원들 중심으로 4·3토론회를 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었는데 이제서야 이뤄졌다"며 "여순 토론회를 시작으로 내년에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재경청년회와 함께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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