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미래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양길현 교수/제주대학교 윤리교육과에서 정치학을 가르치고 있고 제주미래담론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다.

평생교육이냐, 평생학습이냐? 필자는 교육이 교사나 공급자 측 얘기인 듯하여, 평소 학습이 더 좋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하곤 하였다. 자기주도적 학습이 중시되는 최근의 교육 현장을 고려하면 그렇다. 그게 학생만이 아닌 성인들까지 염두에 두는, 이른바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면, 더욱 평생 학습이 더 어울려 보였다.

그런데, 지난 19일 금요일 제주국제협의회(회장 양길현)가 주관하고 국가평생교육진흥원(원장 윤여각)과 제주개발공사(사장 오경수)의 후원 하에 제주평생교육장학진흥원(원장 이안열)과 서울제주도민회(회장 신현기)가 공동 주최한 <도민 역량강화와 평생교육 도민토론회>에서 박철홍 영남대 교수는 특강을 통해 왜 ‘평생교육’이라는 개념도 괜찮은 것인지를 설파해 주었다. 그에 따르면, ‘三人行必有我師’라, 3인만 모이면 누군가는 교사이고 학생이며, 동시에 “우리는 모두 살아있는 동안 학생이면서 교사”라는 것이다.

지난 19일 '도민 역량강화와 평생교육 도민토론회' 마치고 기념촬영

그렇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서로 배우고 가르치면서, 이른바 평생 교육하고 학습하면서 살아가야 할 터이다. 더욱이 정보화 사회에서 매일 무언가를 배우지 않으면 안 되는 세상에서, 그렇게 배운 만큼 알게 모르게 누군가에게 귀감이 되고 정보를 제공해 주고 지식을 전달해 주는 교사가 될 것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도 하지만, 동시에 아는 만큼 누군가에게 가르칠 수도 있을 것이다. 김신일 전 부총리는 기조강연에서 “대한민국 성인들은 너무나 공부를 안 한다”면서, 한국사회의 미래에 대해 걱정과 우려를 표했다. 정부도 초중등 교육 그리고 잘해야 대학교육에만 초점을 둘 뿐 정작 평생 살아가면서 배우고 익히고 서로 정보와 지식을 나누어 가져야 할 평생교육-평생학습에는 남의 일로 여기고 있다면서, 심기일전을 촉구했다.

다시 박철홍 교수의 특강으로 되돌아 가보면, ‘왜 교육인가? 왜 평생교육인가’의 교육철학적 문제제기에 대한 논구이다. 이른바 안목(眼目)이다. 안목이 없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는다.” 끔찍하지 않은가. 졸지에 장님이 되고 귀머거리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다 안다고 큰 소리치고, 네가 틀렸다고 윽박지르면서 사는 게 우리네다. 얼마나 한심한 노릇일까.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자세로 대화를 하면서 그리고 이런 저런 정보와 지식을 갖추어 나가는 평생학습을 한다면, 분명 세상은 지금과 다를 것이다. 우리는 왜 깨어있으면서 유연하고 겸손한 자세로 항상 자기 탁마에 나설 필요가 있는 이유이다. 박철홍 교수의 제안처럼, 하루 1시간, 아니 정 안되면 하루 10분만이라도 독서하고 “인간으로서의 나의 삶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갖는 건 본인과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일 게다. 나아가 필자는 1달에 1편 A4 용지 1-2매 분량의 글쓰기도 추천하고 싶다. 문득 떠오르는 단상을 차분히 정리하다 보면, 내가 무엇을 더 배워야 할지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어떻게 얘기해야 좋은 지를 조금은 알게 되는 평생학습-평생교육의 삶으로 자기도 모르게 빠져들게 되리라 본다.

그렇게 하나씩 각자의 위치에서 평생학습과 평생교육에 임하노라면, 우리 모두 맹인이 아니고 귀머거리가 아닌, 그래서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고 막무가내 고집불통이 아닌 사람으로서 유연과 신실함을 갖춘 사람으로서 살아갈 수 있을 터이다. 혹 필자의 이러한 표현이 불우한 시청각 장애인을 폄하하기 위한 것이 아님을 양해 바란다. 신체적으로는 시청각 장애인이라 하더라도 평생 학습에 임한다면 보다 넉넉한 마음으로 무엇인가를 보고 듣는 데 부족함이 없을 수도 있음을 강조하고자 한다. 더욱이 기술발달로 인공지능의 로봇 시대가 오고 있는 만큼 물리적 차원의 장애는 훨씬 더 많이 극복되는 세상이 도래할 것이기에, 그런 만큼 신체적 장애인인 경우도 보다 평생학습-평생교육에 임하는 데에 대해서 필자는 낙관적이다.

결국 평생교육은 미래에 대한 낙관과 믿음에서 가능하다. 박철홍 교수의 말대로, ‘현재 상태보다 학습 후에 성장한 상태’에 대한 믿음과 기대가 있어야 할 것이다. 지금보다 더 행복한 삶은 “현재 보다 더 나은 사람으로의 변화‘를 통해서 가능할 것이다. 불확실함에도 인간에 대한 믿음과 사회에 대한 긍정적 자세로 그에 맞춰 평생 배우고 익히고 또 그럼으로써 정보와 지식 그리고 지혜까지도 나누어 갖는 일련의 과정에서 세상은 그리고 우리의 삶은 과거와 현재 보다 더 나아질 것이다.

안목에 따라 보는 것이 다르고, 사는 것이 달라진다. 왜 평생교육-평생학습인가에 대한 답은 바로 이렇게 남다른 안목 갖추기 또는 안목 쌓기에 있다. 인간이 각자 고유한 존재로서 불성이든 신적 형상이든 그런 궁극의 존엄성을 갖추기 위해서 평생 학습하고 평생 교육해야 한다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다만 그에 덧붙여 생기는 세속적 이득과 사회적 인정은 덤일 뿐이다. 그리고 그로 인해 개인을 넘어서서 집단적으로 제주도민의 역량이 강화되어 130만 제주도 내외 도민들이 잘 살게 된다면, 그건 일석삼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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