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부터 시작했던 4·3희생자 유해발굴에서 4·3 당시 희생자의 것으로 보이는 유해 4구가 발견됐다.

▲4.3희생자로 추정되는 유해 4구가 발견된 도두동 유해발굴장의 모습@사진 김관모 기자

제주4·3평화재단과 제주4·3연구소는 30일 오전 도두동 1102번지 '제주공항 확장공사 4·3암매장지'에서 이번에 발견된 유해 4구를 공개했다.

이번 도두동 유해발굴은 발굴지의 토지주인 강모씨의 증언에 따라 진행됐다. 1973년 당시 밭에서 일하고 있던 강모씨는 제주공항 확장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던 시기, 공항 인부들이 공사도중 발견된 유해를 창호지에 싸서 오일장 인근 밭에 2차 매장하는 것을 목격했다.

당시 제주4·3연구소는 "유해발굴 추정지가 공항에서 100m 떨어진 곳으로 수풀이 우거져 현장 확인이 어려운 상태였으나, 굴삭기를 동원해 주변을 정리한 결과 증언과 일치하는 지형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4·3연구소는 제주고고학연구소와 함께 폭 6m, 길이 10m, 면적 60㎡로 표토면을 정리하자, 열상으로 얕게 형성된 5개의 흙둔덕을 확인했다. 연구소 등은 흙 둔덕을 파내려가자 둔덕과 위치는 다르지만 4구의 유해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도두동 유해발굴터에서는 오임종 제주4·3희생자유족회 회장 대행 등 4·3유족회 회원들이 원혼 제례를 올렸다. 이날 참석한 관계자들은 묵념을 하고 4·3 당시 참혹한 시기 끝내 목숨을 잃었던 희생자의 넋을 위로했다.

▲도두동 유해발굴 현장에서 4.3유족회 회원들이 원혼 제례를 하고 있다.@사진 김관모 기자

이어서 진행된 현장설명회에서는 박근태 제주고고학연구소 조사연구실장이 나서서 유해에 대해 설명했다.

박근태 실장은 "가장 보존상태가 좋은 1호 유해를 살펴본 결과, 몸통에 있는 부분에 다리뼈와 대퇴부가 나란히 놓여있었고, 발가락 뼈를 아래에 한 곳에 모여있어 제주공항에서 발견된 유해를 2차 매장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퇴부 뼈의 발달상태를 보아 성인여성의 유해로 추정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2호 유해에는 두개골과 오른쪽 다리뼈만 놓여있는 상태였다. 박근태 연구실장은 이 유해의 대퇴골을 확인한 결과 성인남성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성인 여성으로 추정되는 1호 유해@사진 김관모 기자
▲성인 남성으로 추정되는 2호 유해@사진 김관모 기자

반면, 3호와 4호는 두개골만 남아있었으며, 두개골 상태도 온전하지 않았다.

3호 유해는 어금니의 발달상황이 10대 초반으로 추정되며, 4호의 경우 영구치가 밖으로 나오지 않은 미성숙 상태여서 2~3세의 영유아로 연구소측은 보고 있다.

4·3연구소 등은 각 유해들이 제주공항 학살터가 아닌 다른 학살터에서 유입됐을 것으로 유추하고 있다. 지난 2007년과 2008년 진행된 유해발굴에서는 성인 유해만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에 아이와 유아의 유해는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

4·3연구소 등은 지난 1973년도 제주공항 확장공사로 편입된 도두동 인근의 '돔박곶홈 학살터'를 염두에 두고 있는 상태. 4·3 추가진상조사단의 조사에 따르면 동박곶홈에서 정부 진압군이 영유아나 아이까지 학살했었다는 증언이 나왔기 때문이다.

▲위에서부터 3호 10대 초반으로 추정되는 유해, 아래는 영유아로 추정되는 4호 유해@사진 김관모 기자

박 실장은 "4구의 유해를 정밀감식을 해봐야 유해의 연대나 당시 형태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오늘 오후 유해를 수습하는대로 동아대학교 김재한 교수 연구팀이 11월 중반부터 감식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DNA 감식의 경우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어 샘플을 확보해도 분석작업은 내년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유해발굴은 4구의 유해만 발견되면서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4·3연구소 등은 지난 7월부터 제주공항 남북활주로 부근을 시작으로 유해발굴을 시작했다. 당시 발굴을 시작할 당시만 해도 조사단에서는 300여구 이상의 유해를 제주공항 내에서 발견할 수 있으리라 예상했다.

하지만 제주공항 내 유해발굴이 사실상 실패로 돌아가면서, 발굴단은 제주공항 외부 지역으로 유해발굴 사업을 변경해야만 했다.

▲박근태 제주고고학연구소 조사연구실장이 도두동에서 발견된 유해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 김관모 기자
▲기자들이 도두동 유해발굴 현장의 모습을 촬영하고 있다.@사진 김관모 기자

오임종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도 "행방불명 희생자가 1만여명이나 되며 공항에 700여명의 희생이 있었을 것이라는 증언이 나오는데 이를 찾지 못해 아쉽다"며 "이곳에 묻히신 분들도 2차 매장을 통해 두번 죽인 것이 아닌가 생각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번 발굴사업이 마무리되는대로 4·3연구소 등은 다른 암매장 추정지의 유해발굴에 나선다. 

현재 남은 곳은 선흘리, 북촌리, 구억리 등 3곳. 4·3연구소와 4·3평화재단 등은 "발굴사업을 내년까지 넘길 수 없는 상황이어서 올해 안에 나머지 추정지의 발굴을 서둘러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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