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낙연 총리는 지난 10월 2일 국무회의에서 ‘가짜 뉴스’를 ‘민주주의 교란범’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긴급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자신의 페이스 북을 통해서는 ‘가짜 뉴스 창궐이 묵과할 수 없는 단계에 다 달았다’고 했다. 그래서 가짜뉴스를 사회의 공적(公敵)으로 규정하고 이를 척결하겠다고 했다.

사실상의 ‘가짜뉴스와의 전쟁 선포’였다.

문재인 대통령도 “허위조작 정보는 보호 받아야 할 영역이 아니”라고 가세했다.

이에 힘입어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검찰에 “가짜 뉴스를 엄단하라”고 지시했다.

방송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경찰청 등 유관부처에서도 가짜뉴스 근절 대책마련에 올 인하고 있다.

여당은 ‘허위조작 정보(가짜뉴스) 대책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관련 법안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그야말로 가짜뉴스와의 전쟁에 총 동원령을 내렸다. 전 방위 적 전면전 선포다.

가짜뉴스는 불신사회를 조장하고 갈등과 분열을 부추겨 사회공동체를 붕괴 시키는 바이러스며 암적 존재다.

최근 대통령에 대한 인신공격성 가짜뉴스가 범람하고 있다. 정부 정책에 대한 확인 안 된 괴담 수준의 황당한 이야기도 가감 없이 유포되고 있다.

‘대통령 치매 설’, ‘이낙연 총리 북한 찬양 설’, ‘북한, 국민연금 200조 요구설’, ‘대통령의 김정은 수석 대변인 또는 김정은 유럽 특사 설’ 등등 어이없는 이야기들이 유 튜브 등 SNS 상에서 춤을 추고 있다.

나라의 국격(國格)과 대통령의 품격을 깎아내리고 희화화(戱畵化)하는 유언비어다.

가짜뉴스의 범람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공영방송에서까지 가짜뉴스를 생산하여 유포하며 국론을 분열시켰던 예는 허다하다

광우병 괴담, 천안함 괴담, 사드 괴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온갖 잡스러운 괴담 등은 공영방송 등에서 악의적으로 조작하여 유포시켰던 가짜뉴스의 본보기다.

따라서 이처럼 불순하고 악랄한 가짜 뉴스 척결은 당연한 일이다. 마땅히 그래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정부․여당의 가짜뉴스와의 전쟁에 우려를 보내는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정부․여당의 의도가 순수하지 못하고 표현의 자유 또는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여겨지지 때문이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 정책이다. 그러나 나라의 경제를 구렁텅이로 밀어 넣고 있다는 역풍이 거세다.

비핵화 진전이 없음에도 남북경제 협력에 매달리는 대통령의 행보나 지난 ‘9,19 평양 군사 합의’에 대해서도 비판적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무장 해제수준의 굴종 적 대북 협상 자세와 퍼주기 식 경제 협력 협상에 대한 우려에서 나오는 비판이다.

이 같은 정부정책이나 정책 추진에 대한 시시비비는 최근 유 튜브 등 1인 미디어가 주도하고 있다. 내용은 날카롭고 표현은 거칠다.

소위 메이저 언론이라 할 수 있는 기득권 미디어의 정부 눈치 보기 보도 행태나 ‘침묵의 카르텔’에 대한 반동으로 읽혀진다.

1인 유 튜브 TV 등에 대한 반응이나 반향은 폭발적이다. 기득권 언론이 위협받을 정도다.

따라서 정부․여당의 ‘가짜뉴스와의 전쟁 선포’는 이처럼 영향력이 점증하는 공격적․비판적 1인 미디어의 목소리를 견제하고 약화시키려는 데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많다.

‘가짜뉴스 척결’을 이유로 “공권력을 동원하여 1인 미디어를 요리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문재인 정부의 교묘한 ‘신종 언론탄압’으로 해석하는 쪽도 없지 않다.

이는 언론자유에 대한 심각하고도 중대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 무도하고 비겁하기 짝이 없다.

‘언론의 자유는 모든 자유를 자유롭게 하는 자유’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핵심적이고도 빛나는 가치인 것이다.

권력이 함부로 주무르거나 재단해서는 아니 될 소중한 기본권이다.

‘신문 없는 정부보다 정부 없는 신문을 택하겠다’던 토마스 제퍼슨의 어록은 아직도 언론의 가치를 관통하는 명언으로 자리 잡고 있다.

따라서 공권력을 동원한 국가 주도의 가짜뉴스 근절 캠페인은 자유민주주의의 빛나는 가치를 무너뜨릴 위험이 있다.

벼룩(가짜뉴스) 한 마리 잡기 위해 집(언론)을 불사르는 것과 같은 어리석은 일이다.

문득 5공 초기 언론인 출신 허문도(1940~2016)가 주도했던 언론인 강제해직, 보도지침, 언론통폐합이 떠오른다.

‘가짜뉴스’ 척결을 주도하는 이 총리도 언론인 출신이기 때문이다.

‘언론을 아는 언론인 출신이 언론에 제갈 물리려 한다“는 고약하고 씁쓸한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가짜뉴스는 신뢰의 상실에서 비롯된다. 투명성 제로의 음습하고 불투명한 사회 현상이 짝을 이룬다.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은 씨앗이고 불투명 정책 추진은 이를 키우는 자양분이다.

사회경제적 차별과 불평등, 사회 심리적 불안감,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한 분노의 배설이 가짜뉴스의 물결을 타고 범람하는 것이다.

여기에다 문제를 덮고 감추려는 정부의 거짓말과 비밀주의가 한 몫을 한다.

20세기 최고의 진보적 독립언론인으로 평가받는 ‘I․F스톤(1907~1989)도 ’모든 정부는 거짓말을 한다‘고 권력이나 정부의 비밀주의를 비판했었다.

최근 북한 리선권의 ‘냉면 목구멍’ 발언의 파장도 불투명하고 비밀스런 정부․여당의 비겁한 해명과 오만한 대응이 키워놓은 것이다. 자승자박(自繩自縛)인 셈이다.

리선권은 평양 남북정상회담 당시, 옥류관 냉면 오찬에서 대통령 특별 수행단으로 참석했던 국내 기업 총수들에게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고 핀잔을 줬던 것으로 알려졌다. 모욕적 힐난이었다.

지난달 29일 통일부 국정감사 자리에서 공개됐다. 조명균통일부 장관은 “비슷한 얘기를 들었다”고 이를 사실상 시인했었다.

그러나 냉면 발언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자 ‘건너 건너 들었을 뿐’이라고 발뺌을 했다.

여당의 홍영표 원내대표는 참석 기업총수들에게 확인 해본 결과 “그런 발언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리선권 방패막을 자임한 것이다.

그렇다면 리선권의 ‘냉면 목구멍 발언’은 가짜뉴스인가, 진짜뉴스인가. 여간 헷갈리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나 통일부 장관이나 여당대표는 사실에 대한 진상규명이나 재발 방지 조치보다는 리선권 감싸기나 진상 감추기에만 급급하고 있는 인상이다.

북의 눈치를 보며 급신거리는 ‘문재인 정부 현상’을 보는 것 같다. 부끄럽기만 하다. 국민적 자존심이 상처를 입었다.

이러한 행태가 바로 가짜뉴스를 생산하고 양산하는 것이다.

가짜뉴스를 척결하겠다는 정부․여당이 되레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원인을 제공하는 꼴이다.

가짜뉴스를 근절하겠다면서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가짜뉴스의 역설’에 쓴 웃음이 나올 뿐이다.

명품과 짝퉁이 구분되지 않고 가짜와 진짜가 뒤엉켜 불신과 갈등을 키우는 사회 현상에 어떻게 대응 할지, 참으로 난감하기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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