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물영아리오름과 습지를 중심으로 한 제주국가정원 조성 기본계획이 드디어 최종적인 윤곽을 잡아가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사업을 두고 점차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20일 제주연구원 회의실에서 국가정원 조성 기본계획 수립 및 타당성 용역 최종보고회를 개최했다.

용역을 맡은 제주연구원은 물영아리오름과 습지를 기본으로, 제주신화 3개와 수망리 마을목장 등을 정원으로 묶은 기본계획안을 발표했다. 그 안에는 서천꽃밭과 강림차사, 삼승할망 등의 전설이 담겼다.

도는 이번 국가정원 조성으로 1천억원의 생산유발효과가 일어나며, 제주에서는 최대 210억원 이상의 부가가치가 있을 것이라는 장미빛 전망을 내놓았다.

◎"세계적인 람사르습지를 왜 굳이 손대나?"

하지만 이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히 이어졌다.

먼저 이날 용역 최종보고회에서 수망리 마을주민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한 마을주민은 "현재 계획안을 보면 6ha와 8ha 정도의 목축지밖에 없는데 이정도는 수일밖에 버틸 수 없는 규모"라며 "목장정원을 어떻게 조성할 것인지의 구체적인 안도 보이지 않아서 찬성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이 주민은 "현재 조성계획을 두고 찬반 여론이 나뉘고 있는데 성산이나 강정처럼 주민갈등이 일어나면 도가 갈등해결을 할 계획은 있는지 알고 싶다"고 묻기도 했다.

또다른 주민은 "한해 191만명의 관광객을 예측하고 있는데 그럴 경우 하수오수처리 문제가 생길 수 있고, 교통체증의 문제점까지 발생할 수 있다"며 "지금도 주말에는 체증이 일어나는 구간인데 마을이 이 문제를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따져물었다.

▲수망리 마을주민들이 제주국가정원 조성사업과 관련해 의견을 내고 있다.@사진 김관모 기자

또한, "현재 물영아리습지가 람사르습지로 인정받아 보호받고 있는데 정원 조성사업을 추진하면, 람사르습지의 요건에 어긋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자 이날 참석한 김양보 제주특별자치도 환경보전국장은 "정원사업은 개발이 아니라 자연보전을 위한 사업이며, 목장정원은 손을 대자는게 아니라 방목장을 있는 그대로 두고 정원으로만 이름을 바꾸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환경부나 람사르습지 관계자와 논의하면서 정원사업과 람사르습지가 연계됐으면 연계됐지 절대 다른 방향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국가정원사업이 제주만의 독특한 람사르습지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가정원의 필요에 대한 설득력 부족해"

도가 국가정원의 필요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날 용역보고회에서 전문가들은 "도가 국가정원 사업이 왜 중요한지 주민이나 도민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고경찬 전 상효수목원 소장은 "서울시에서 서울수목원을 추진하고 있는데 주민들이 오히려 추진하려고 나선다"며 "수망리에서 반대하는 이유는 도가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거나, 구체성이 부족한 것이 이유"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사업이 정말 필요하다면 충분한 소통과 마을주민의 사업과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대안을 말했다.

허남춘 제주대 교수도 "제주신화역사공원을 보면 마을과 업체 간의 MOU로 하는 일이 청소나 세탁같은 허드렛일이 대부분"이라며 "마차나 기념상품, 목축업 활성화 등 주민들의 이익이 충분히 보장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제주연구원에서 열린 용역 최종보고회의 모습@사진 김관모 기자

"신화를 구겨넣은 작위 자체가 신성 파괴하는 것"

한편, 이 사업이 국가의 예산을 받아내기 위한 무리한 사업이라는 지적도 많다. 억지로 제주신화를 테마화하여 '신화팔이'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이에 대해 신화 전공자인 한진오 씨는 <제주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미 신화를 주제로 하는 사업에는 제주신화역사공원이 있는데 여기를 좀더 보완해야 할 판에 새롭게 신화관련 사업을 벌인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남원의 신화나 수망리의 이야기를 반영한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며 "이미 천혜의 환경 자체가 신성한 것인데 인공적으로 신화를 스토리텔링하겠다는 자체가 신성을 파괴하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물영아리 습지의 모습@사진제공 습지센터

이같은 이유로 제주민예총에서도 "국가정원사업은 제주 신화를 팔아먹는 사업"이라고 힐난하며 반발하고 있다.

제주민예총은 올해 초 성명을 통해 "도가 지역의 자산은 외면한 채 그럴듯한 언어로 포장해 제주 신화를 상업화하려는 시도는 제주의 인문자산을 아전인수"이라며 "지금의 제주도정은 신화를 제주의 자연을 훼손하는 무기쯤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제주민예총은 이번 최종용역과 관련해서도 조만간 비판 논평을 낼 것으로 알려졌으며, 도민 환경단체에서도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제주국가정원을 사업이 과연 개발이냐 환경보전이냐를 두고 또한번의 논란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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