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미래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강경필/ 법무법인 이헌 대표변호사

인터넷 보급 초기에는 이메일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수단이었고, 홈페이지가 개인이나 기업을 알릴 수 있는 편리한 수단으로 부각되었다. 편지를 우체국에서 발송하던 것이 간단한 버튼 누르기로 상대방에게 즉시 전달되었고, 인터넷 쇼핑은 상점을 돌아다니지 않아도 집에 앉아서 편히 물건을 구매할 수 있게 하였다. 스마트폰 보급이 확산되면서 소셜서비스는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누구와도 소통이 편리하게 되어 개인이 미디어의 중심으로 부각되었다.

그렇다면 조만간 우리 생활 전반의 큰 변화를 만들어낼 블록체인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기존 인터넷 기반의 중앙화 서비스는 모든 데이터를 중앙에서 관리하며 모든 거래를 관리, 보관하고 이중거래가 발생하지 않도록 운영한다. 이러한 중앙관리를 하는 주체가 중개수수료를 얻는 소위 ‘미들맨’ 역할을 한다. 하지만 블록체인은 일정한 크기의 파일인 블록들이 연결고리를 끊임없이 이어가며 우리 주변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다양한 데이터들을 사용자 모두에게 투명하게 개방하고 획득가능하게 한다.

블록체인은 인터넷으로 거래하며 ‘돈’이 오고 가는 모든 것에 적용이 될 수 있다. 기존 인터넷은 중앙에 진짜 원본 하나만 있고 필요한 경우에는 복사본을 정보 요청자에게 보내고, ‘돈’을 거래하는 경우에는 중앙에서 주는 사람의 돈을 받을 사람에게 전송하고 변경된 수량을 중앙에 기록해서 관리하였다. 따라서 항상 원본 데이터를 변경하여 이득을 취하려는 해커나 내부관리인들의 부정 행위에 노출되어 있다. 또한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 보험, 쇼핑몰 등 ‘미들맨’은 정보 관리, 유지에 소요되는 비용을 포함한 높은 수수료를 가져감으로써 거래 당사자들에게 거래에 따른 높은 비용을 유발시키고 있다.

블록체인은 ‘돈’이 오고 가는 거래를 중앙에서 통제, 관리하지 않아도 송금인이 수신자 암호화폐 지갑주소로 송금액과 수수료를 입력하고 발송하면 즉시 코인이 발송되고, 이러한 발송내역은 블록체인에 기록되고 변경이 불가하다. 즉 원본 데이터가 어딘가에 보관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돈’이 누군가에서 다른 누군가에게 전달되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기록을 인증한 누군가에게는 중앙화 서비스의 미들맨이 가져가는 중개수수료와 비교할 수 없는 매우 적은 금액이 지급된다. 블록체인을 인증하는 참여자가 많을수록 해킹은 더욱 어려워지는 구조라서 사실상 블록체인에서 해킹은 불가하다고 할 수 있다. 해킹에 대한 뉴스가 나오는 것은 대부분 중앙화된 거래소에서 해킹되는 것이다.

블록체인, 가상화폐, 가상통화, 암호화폐, 비트코인, 이더리움은 작년 이맘때만 해도 일반인들이 거의 알지 못했던 용어였지만, 이제는 인터넷 뉴스에 빈번히 노출되며 자주 접하여 익숙하게 되었다. 정부 당국자에 의해 암호화폐에 대한 부정적 언급이 수차례 노출되면서 이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 다수는 ICO를 국내에서 하지 않고 해외로 눈을 돌리게 되었고, 블록체인 기업 및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하지 말아야 할 나쁜 짓을 하는 집단으로 비춰지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다른 나라의 얘기를 들어보면 사뭇 다르다. 에스토니아, 싱가포르, 몰타, 스위스에서는 블록체인, 암호화폐를 장려한다. 정확한 의미로는 어떤 행위를 하는데 있어서 원칙적으로 모든 것을 허용하나 일부 예외사항에서 규제를 만드는 네거티브 규제를 취하고 있다. 제주도에 비해 면적은 1/6, 인구는 2/3에 불과한 지중해 작은 섬나라 몰타. 2018년 수익 1조원이 예상되는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가 홍콩, 일본을 거쳐 몰타로 회사 본점을 옮겼다. 세계 최대의 인터넷 전화서비스 Skype가 스타트업으로 시작했던 인구 130만명의 작은 나라 에스토니아. 1990년대 초부터 전자정부를 추진하였고, 2015년에는 세계 최초로 전자영주권인 이레지던시(e-Residency)를 발행해 누구든지 자유롭게 에스토니아에 회사를 설립하고 금융거래를 할 수 있게 하였다. 행정, 의료, 투표, 토지 등 사회 전반에 e-시민권이 블록체인으로 연결되어 블록체인으로 연결된 진정한 전자정부를 구현한 첫번째 국가가 되었다. 이더리움이 ICO를 한 스위스 주크. 전세계 ICO의 40%가 진행된 ‘크립토밸리’가 자리하고 있다. 2018년 2월 스위스 금융감독원 FINMA에서 규제안을 제시하여 더욱 많은 기업들이 ICO를 하기 위해 찾는 나라가 되었다. 싱가폴 금융당국 MAS는 2017년 11월 코인 판매에 대한 일련의 지침을 발표함으로써 한국, 중국과 같이 정부 규제로 인해 스위스 등 해외에서 ICO를 추진하던 기업들의 싱가폴에서의 기업설립이 늘고 있다

1988년 빠르게 행정전산망 사업을 시작하여 다른 나라의 모범사례가 되었고, 1998년 인터넷 진흥책 실시로 대한민국은 인터넷에서 어느 나라에도 결코 뒤지지 않는 IT 선진국이 되었다. 하지만 글로벌 시대에 대응하기에는 비영어권, 작은 시장규모로 인해 세계를 주도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이 사실이었다. 블록체인의 궁극적 목표는 국경을 허물고 영토나 국민과 같은 물리적인 조건에 얽매이지 않는 국가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 ICO를 진행하는 기업들을 보면, 다양한 국가의 인력들이 팀을 이루어 블록체인 세상을 만들고 있다. 규제가 있는 나라를 피해 세계 여러 나라에서 자유롭게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위한 자금모집이 이루어지고 있고, 프로젝트의 실행도 글로벌하게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렇게 세상은 변하는데 정작 대한민국은 정부의 규제도 없고, 허용도 없는 무법상태로 방치되고 있다. 향후 20-30년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의 큰 변화를 주도할 블록체인에서 우리가 뒤처지게 되면 지난 2000년 전후에서 20년간 그나마 버텨왔던 우리나라의 IT기업 경쟁력이 후퇴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규제도 허용도 없는 무법상태에서 어떤 일이 발생하고 있는가? 다단계 사기, 개발자없이 개념만으로 자금을 모집하는 경우가 빈번한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수많은 사기 피해자가 양산되고 있다. 최소한의 규제 가이드라인이라도 제시해주어야 한다. 새로운 암호화폐가 우리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어느 특정 영역을 블록체인으로 바꾸는 혁신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기존 중앙화된 시스템의 미들맨 역할을 축소하고, 탈중앙화된 구조에서 생태계 참여자들에 의한 새로운 ‘토큰 이코노미’ 설계가 필요하다. 아무튼 이를 실현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블록체인을 잘 아는 크립토펀드 투자 전문가들과 블록체인 기술자들이 제대로 된 새로운 블록체인 사업모델을 제시하고 그것을 실제로 현실화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블록체인 생태계에 대한 신뢰가 쌓일 것이다.

정부에서 블록체인 산업 지원책을 내놓고 관리하는 정책은 절대 지양되어야 한다. 블록체인 산업도 수많은 도전기업들이 등장하여 혁신에 도전하고 성공하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하며 자연스럽게 성공 방정식을 만들어가야 한다. 어설픈 지원책과 관리체계로 인하여 새롭게 맞이할 2020년 블록체인 세상에서 우리 젊은이들이 시간과 기회비용을 소모하지 않고,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성공 신화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장터만 만들어 주고 오히려 관여하지 않는 것이 정부가 하는 최선책일 수도 있음을 말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가 스위스, 싱가폴, 에스토니아, 몰타와 같은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국방, 외교를 제외한 영역에서 자치권을 행사하여 ICO 규제 샌드박스를 실현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다. 투자자를 보호하고, 테러나 자금세탁 목적의 자금 유입을 차단하는 장치를 해줄 수 있다면,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이 해외로 나가 법인을 설립하고 ICO로 자금을 유치하여 그 나라에 세금을 납부하지 않고 제주도로 유능한 젊은이들이 몰릴 것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유능한 인재들이 제주도로 모여들 것이고, 이러한 블록체인 생태계를 테스트하고 실증하는 현장으로 제주도는 전세계 블록체이너들의 로망인 그야말로 ‘크립토 아일랜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2020년 블록체인 세상에서 대한민국이 중심이 되는 날을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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