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2시부터 제주지법 201호 법정에서 열린 4.3 불법 군사재판 재심 청구사건에 대한 두 번째 공판에서 박내은 할머니 등 4.3수형생존인 10인에 대한 심문이 진행됐다.(사진=김재훈 기자)

26일 오후 2시 제주지법 201호 법정에서 형사2부(제갈창 부장판사) 주재로 진행된 4.3 불법 군사재판 재심 청구 사건의 두 번째 공판에서 박내은(87) 할머니 등 10인을 대상으로 한 피의자 심문과 변론이 이뤄졌다.

70년 전 군법회의에 대한 재심을 청구하며 명예회복에 나선 4.3수형생존인 18인 중 10인에 대한 심문이 진행된 것. 다음날인 27일에는 다른 7인에 대한 심문이 있을 예정이다. 정기성(96) 할아버지는 건강상의 이유로 심문에 불출석키로 했다.

이날 90세 전후인 고령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피고인 신분으로 끔찍했던 시절의 기억을 다시 떠올렸다. 박내은(87) 할머니는 당시 모진 고문으로 손목이 부러지고 허리도 다쳤다고 밝혔다.

이어 “정신을 잃으면 한 겨울인데도 찬물을 끼얹었다”며 “당시 고문 후유증으로 온몸 통증으로 시달리고 있다. 잠을 잘 자지 못한다. 통증이 주사로도 제어가 안 된다”고 말했다. 박 할머니는 “고문의 기억이 잊히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휠체어를 타고 법정에 들어선 현창용(86) 할아버지는 말을 잘 알아듣지 못했다. 검찰이 현 할아버지에게 가까이 다가가 몇 가지 질문을 던졌으나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다.

결국 재판부는 현 할아버지에 대한 심문을 중단하고 검찰 측에 공소사실을 증명할 다른 자료를 확보토록 요구했다. 현 할아버지의 가족에 따르면 최근 급격히 건강이 나빠졌다.

현창용 할아버지는 지난 달 첫 공판 이후 건강이 급격히 나빠져 제대로 의사소통을 하기 어려워졌다. 심문이 끝난 뒤 현 할아버지가 가족과 함께 귀가하고 있는 모습.(사진=김재훈 기자)

4·3수형생존인들의 재심을 추진해 온 양동윤 제주4.3도민연대 대표는 현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한달 전 첫 공판 때만 해도 말씀을 잘 하셨다. 하루하루가 다르다.”며 “현 법정이 성의를 보여준 것 인정하지만 늦어도 너무 늦었다. 피해를 너무 오래 방치했다.”고 안타까워 했다.

최종결심기일은 12월 17일로 정해졌다. 연내 최종선고가 나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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