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제주도가 녹지국제영리병원 개설 허가 가능성을 내비친 데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러나 정작 혼란을 야기한 당사자인 제주도는 어떠한 해명도 없이 함구중이다. 혼란을 방치하고 있다.

원희룡 지사는 3일 녹지병원을 둘러보고 인근 지역 주민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녹지병원 허가를 원하는 이해당사자들만 만난 것이다. 녹지병원 개설 허가 여부에 대해 최종적인 결론내리기 며칠 앞둔 시점에서 원 지사는 이와 같은 이례적인 행보를 보이며 논란을 자초했다. 숙의민주주의 형식으로 진행한 공론조사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지난 10월 녹지병원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는 도민참여단 180명이 숙의 토론을 진행하고 설문조사한 결과 58.9%(106명)가 '개설을 허가하면 안 된다', '개설을 허가해야 한다'는 38.9%(70명)였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결론을 토대로 공론위는 제주도에 녹지국제영리병원 개설 불허 권고안을 제출했다.

숙의민주주의란 정책 결정에 있어 공론화 과정을 거쳐 시민들의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사회갈등을 해결하는 장치다. 정책 판단에 대한 시민의 역량을 존중하고 민주주의적 가치 실현을 도모한다.

문재인 정부는 신고리 핵발전소 건설 여부를 공론화에 붙이며 숙의민주주의를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론위의 권고안에 따라 자신의 선거 공약이던 신고리 핵발전소 5·6호기 백지화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대선 공약을 공론화에 붙이며 번복한 데 대한 비판도 따랐지만, 결국 공론위의 권고안을 시민들의 목소리로 받아들인 것이다.

영리병원 개설 허가 문제로 사회적 논란이 일자 제주도도 그 해결책으로 숙의민주주의를 선택했다. 도민들의 의견을 묻고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것. 그러나 원 도정은 스스로 선택한 숙의민주주의의 가치를 뒤집을 수 있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원 도정이 공론위의 권고를 무시하고 녹지병원 개설을 허가한다면 숙의형 공론조사는 도민들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포즈에 불과했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조선, 동아 등 중앙 언론 일부는 원 도정이 녹지병원 개설을 허가할 것이라고 단정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원 도정은 사회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원 도정이 지방언론에 제공하지 않은 정보를 입맛에 맞는 중앙의 특정 언론에만 제공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공론위의 녹지병원 개설 불허 권고안을 수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친 원 도정은 도민들의 알권리마저 침해하고 있는 셈이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추구하는 민주주의는 이렇게나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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