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도정이 공영주차장 요금 인상을 두고 규정을 바꾸는 절묘한 '꼼수'를 부렸다. 그래서 2천원인 1시간 요금을 1,500원인 것처럼 속였다.ⓒ자료사진 제주투데이

제주특별자치도가 공영주차장 요금 인상을 발표하면서 가당치도 않은 '꼼수'를 부렸다.

도는 26일 보도자료에서 "공영주차장의 1시간 요금을 기존보다 400원 인상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것은 사실이면서, 거짓말이다.

도는 공영주차장 요금 관련 조례를 개정하면서 최초 30분 이후 초과금액 산정을 교묘히 바꿨다.

개정 전에는 '초과 15분마다'를 개정 후 '15분 초과시마다'로 말이다.

여기에 무슨 차이가 있을까. 현실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다. 

'초과 15분마다'는 15분이 되는 순간부터 비용이 오르고, '15분 초과시마다'는 15분 1초부터 비용이 오르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예전에는 1시간 이상 1시간 15분 미만이 1,100원이었다. 1시간이 되는 순간 1,100원이 시작된다는 말이다.

반면, 앞으로는 1시간 초과 1시간 15분 이하가 2천원이다. 1시간 1초부터 2천원이 매겨진다는 것이다. 1시간이 되는 그 순간은 1,500원이다.

▲개정 전과 개정 후의 공영주차장 이용요금 비교표. '이상'과 '초과', '이하'와 '미만'이라는 표현만 바뀌었을 따름이다. 따라서 실제 1시간 요금은 900원 인상이다.

도는 이 맹점을 이용해 2천원이 돼야할 제주도의 1시간 요금을 1,500원이라고 밝혔다. 

현실에서는 1시간 공용주차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2천원을 내야한다. 1초 단위까지 세어가면서 움직이는 사람이 어디있겠나.

도가 이런 작태를 벌인 이유는 하나다. 공영주차장 요금 인상폭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요금 인상이 기존의 2배에 달하거나 그 이상이다. 그래서 여론의 반발을 우려해 이런 '꼼수'를 쓴 것이다.

아니나다를까. 대부분의 언론이 도의 이런 보도자료를 그대로 베껴썼다.

따라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영주차장의 1시간 요금이 400원 오른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실제로 900원 오른 요금을 내야 한다.

도민을 속여서 500원을 더 가로챈 꼴이다. 기자가 이 보도자료를 보면서 분개한 이유다.

공영주차장 요금 현실화가 필요하다면 떳떳하게 밝히고 여론을 설득해야 맞다.

하지만 원희룡 도정은 맞서는 대신 피해가는 전략을 썼다.

원희룡 지사는 지난 제주도의회 임시회에서 "도정은 당장의 편의를 추구하기보다 제주도에 꼭 필요한 정책들을 발굴하고 흔들림 없이 추진해 가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그 말이 불과 일주일도 되지 않아 거짓말이 됐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지난 21일 제주도의회 긴급현안질문에서 주민투표 가능성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렇게 자신없으십니까."

이제는 원 지사에게 묻고 싶다.

공영주차장 요금 인상, 그렇게 자신없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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