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미래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김화경/ 제주국제대학교 호텔관광학과 교수

영화 ‘보랩(보헤미안랩소디)’의 국내 반향이 크다.

가히 신드롬이라고 할까? 이번 주 800만명 가까이 관람하면서 국내 최다관객이었던 ‘레 미제라블’의 592만명을 훌쩍 넘어 국내 음악영화 흥행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영화관에서 야광봉에다, 템버린을 흔들고 떼창을 하고, N차 관람객이 줄을 서며 재관람률이 8%에 달하고 있다. 이 영화에 나오는 20여 곡의 그룹 퀸의 노래는 4050세대에게 익숙하건만, 지금은 1020세대의 마음까지 접수하면서 팬덤을 만들고 있다.

영화 보랩의 주인공 프레디 머큐리는 집안이나 이름, 외모로 볼 때 전형적인 영국인은 아니며 인도계 혈통이다. 부친이 페르시안 출신의 인도 태생으로 조로아스터교 집안이다. 영화 속에 보면 아버지가 아들에게 ‘좋은 생각, 좋은 행동, 좋은 말’ 이라고 계속 강조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게 조로아스터교의 교리다. 나중에 부친은 인도에서 아프리카의 잔지바르로 이주를 하고, 프레디는 그 곳에서 1946년에 출생한다.

프레디 머큐리의 첫 번째 발자취는 출생지인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잔지바르다. 잔지바르는 예전 영국의 식민지로 지금은 동아프리카 탄자니아의 자치령이다. 한때는 오만제국의 수도로서 아주 큰 노예무역항이었다. 시내인 ‘스톤타운’은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지정된 매력적인 석조도시다. 미로 같은 골목, 상아빛의 건물, 형형색색 가게들로... 지금도 여전히 관광산업이 주된 수입원이다. 이 곳에서 프레디 머큐리가 태어났고 비교적 부유한 생활을 했다. 스톤타운 시내에 가면 ‘머큐리하우스’ 라고 해변이 보이는 곳에 프레디가 살 던 집과 가족들이 함께 했던 식당 등이 유명관광지가 돼있다.

두 번째는 프레디가 미술학도였던 대학이다. 프레디는 18세에 영국으로는 이주한다. 잔지바르가 영국에서 독립하고, 1964년 혁명이 일어나면서 가족들이 탈출하다시피 영국으로 건너갔다. 영화장면에 나오지만 이 당시 가정형편이 어려워 비행기 화물칸에서 짐 옮기는 일을 하기도 한다. 그 곳에서 프레디는 대학생이 되는데, 영국 런던의 ‘일링 예술대학교’ 라고 세계 미대 순위 Top 10에 드는 유명 미술대학이었다. 어려서 피아노 공부를 했고, 4단 옥타브를 넘나드는 타고난 목소리에다 예술적 재능까지 갖추게 되었고 이 곳서 밴드활동을 시작한다. 일링예술대학은 지금은 ‘웨스트런던대학’으로 이름이 바뀌었는데, 런던에 방문하면 프레디의 예술적 감수성이 만들어진 학창생활을 만나볼 수 있다.

세 번째 발자취는 영국 런던의 생가다. 생가는 런던 켄싱턴의 조용한 주택가 ‘가든로지’ 라는 맨션인데, 프레디가 1991년 사망할 때까지 실제로 살았던 집이다. 사망 이후에는 화장이 됐고, 유해가 뿌려진 곳이 비밀로 붙여지면서 묘비나 무덤도 확인이 안돼 생가만이 프레디 펜들의 성지가 되었다. 이른 아침부터 펜들이 몰려오고, 지금도 벽에는 늘 추모편지와 낙서가 빽빽하다.

끝으로 스위스의 남부도시 몽트뢰다. 레만호수라고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에 위치해 있는 호반도시인데, IOC 본부가 있는 로잔이 인근에 있고, 매년 LPGA 챔피언십이 열리는 프랑스의 에비앙도 호수 건너편인 곳이다. 작지만 아주 매력적인 휴양도시다. 특히 호숫가에 13세기 지어진 고성이 있는데, ‘시옹성’이라고 바이런의 서사시로도 유명하다. 스위스 건축물 중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몽트리는 프레디가 제 2의 고향으로 삼았던 곳이다. 그룹 퀸이 1978년 재즈페스티벌에 참가하면서 인연을 맺었는데, 생을 마감할 때까지 몽트뢰의 스튜디오에서 대부분의 음반 작업을 했다. 프레디가 평소 지인들에게 ‘마음의 평화를 얻으려면 몽트뢰로 가라’ 고 말할 정도로 이곳에 깊은 애정을 갖았다. 레반호수의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프레디 동상을 만날 수 있다. 지금이라도 당장 노래를 부를 듯한 역동적인 자세로 마이크를 잡고 있는 모습인데, 유럽여행을 계획한다면 7월 몽트뢰에서 열리는 재즈페스티벌이나, 9월 프레디 머큐리 추모제에 맞춰 방문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프레디가 몽트뢰와 인연을 맺게 해준 재즈페스티벌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유럽이 재즈의 불모지였지만 몽트뢰가 스위스 최고의 휴양지로 미국에서 방문하는 공연팀이나 유럽서 정통재즈를 즐기려는 관광객들에게는 최적의 장소가 된 것이다. 단순히 스쳐 지나가던 도시가 체류형 관광도시로 바뀌었다. 프레디 머큐리 동상을 세운 아이디어도 같은 맥락이다.

음악은 개인 기억을 담아내는 장치다. 국내에도 음악을 통해 추억을 소환할 수 있는 좋은 여행지가 많이 개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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