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강정천에서 한 하사관이 큰 비닐을 들고 어슬렁거렸다.
그의 오른손에는 길고 큰 집게가 손에 들려있었다.
처음에는 강정천의 쓰레기를 주으며 환경정화활동을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그는 집게로 비닐 안에서 빈 페트병을 끄집어내더니 강정천 가에 휙 집어던졌다.
그 다음은 빈 캔, 다음은 쓰다가 버린 휴지들...
이 영상을 보면서 절로 쓴웃음이 나왔다.
무슨 콩트를 찍는 줄 알았다. 그러나 실제상황이었다.

▲한 제주 해군 하사관이 쓰레기봉투 안에 담긴 쓰레기(빨간원)를 강청천에 투척하고 있다.@제보영상 박인천 씨

해군 제주기지전대는 지난 2015년 강정항에 주둔하기 시작한 이후, 사실 많은 지역상생활동을 해왔다.
여름에는 태풍 피해 복구, 겨울에는 마을 제설작업, 종종 강정포구나 바닷가를 돌면서 환경정화활동도 한다.
제주해군기지 건설 과정 전후로 주민과 해군의 갈등이 깊었다.
특히 지난해 진행된 대한민국 국제관함식으로 또다시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그래서 해군은 "마을과 상생하겠다는 목표로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고 선전해왔다.

그러나 그들의 상생 정신마저 이제는 의심해야 할 상황이다.
군대에는 흔히 '보여주기'식이라는 관행이 존재한다.
일의 효율성이나 진정성과 관계 없이 '군이니까' 보여줘야 하는 의례 같은 것 말이다.
보여주기 위해서라면 일반인에게는 '비상식'인 행위가 군대에서는 '상식'이 된다.
왜 저 하사관은 쓰레기를 버렸을까.
군대를 다녀온 남자들이라면 하나의 '시나리오'를 머릿 속에 그릴 수 있다.

이날 환경정화활동에는 대장급 간부가 참여하며, 보도자료도 준비하고 있었을 거다.
그래서 미리 그림이 될만한 장소를 물색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쓰레기가 많지 않았던 것이다.
강정천이 지저분하고, 그것을 치우는 군인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야 했다.
그래서 중간중간에 눈에 띄일만한 쓰레기를 강정천에 뿌려둔 것이다.
이것이 군대가 흔히 하는 '보여주기식' 활동이다.

▲지난해 7월 강정포구에서 환경정화활동을 했던 해군 7기동전단의 모습. 해군은 당시 정화활동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하며 지역상생을 강조했다. 이제 이들의 이런 활동을 진심으로 느끼는 사람들이 있을까.@사진제공 해군

아니나다를까. 이 시나리오는 사실로 밝혀졌다.
이는 용서받을 수 없는 행위다.
저 보도자료가 문제없이 그대로 나갔을 경우, 강정마을 사람들이나 관광객이 강정천에 쓰레기를 함부로 버린다는 인식을 줄 수 있었다.
아무 죄도 없는 마을사람들이 환경을 더럽히는 주범이 될 뻔했다. 

물론 해군은 이를 철저히 개인 일탈행위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교육하고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해명을 곧이 곧대로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난 국제관함식에서 일부 외국 군함에서 기름이 유출됐을 때도, 해군은 제때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진정성은 아주 작은 차이에서 나타난다.
남들이 보지 않을 것 같은 순간 어떻게 행동하느냐의 차이 말이다.
해군이 추구하는 '지역상생'이 진정성있게 다가오는가.
아니면 주민을 바보로 만드는 저들의 '추태'가 더 진짜 같은가.
해군의 진심은 어느 쪽이라고 보시는가.
해군이 강정에 주둔한지도 벌써 4년째에 들어선다.
왜 해군은 여전히 강정마을과 제주사회에서 겉돌고 있을까.
그 이유를 다시금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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