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미래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안철진/ 현) UNITAR 제주국제연수센터 기획예산담당관, 제주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 조직위원회 기획위원, 민주평화통일자문위원회 자문위원, 제주대학교 대학원 정치외교학과 박사과정 수료

지난해 11월 20일 제주시청에서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의 진행으로 부탄 수도 팀푸 시장이 고희범 제주 시장과 토크콘서트를 했다. 킨레이 도르지 팀푸 시장에 따르면, 부탄의 국민행복지수는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한 것”이라고 하였다. 서명숙 이사장은 팀푸 방문 경험을 언급하며, “우리가 가난하다고 생각하던 국가의 사람들이 전혀 가난하게 보이지 않고 행복한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또 지역 축제에 사람들이 스스로 찾아와 질서정연하게 축제를 즐기며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서로 도와주는 자원봉사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물질적 선진이 아닌 정신적 선진”이라 하여 행복의 원천이 정신적인 가치 기반이 우선이라는 점을 환기해 줬다. 고희범 시장은 이에 더해 “가난하면서도 당당한 부탄 사람들의 자존심은 어디에서 나오는가?”라는 질문을 하였다. 여기에 팀푸 시장의 답은 명쾌하다. 선견지명이 있는 왕의 리더십에 대한 전 국민적인 믿음이라는 것이다.

4대 국왕은 부탄 국민들의 삶이 진정으로 행복해지기를 바라기에 행복 국가와 민주주의에 기반하여 국민으로의 권력 이양이 불가피하다고 선언하였다. 그는 ‘나쁜 국왕’의 출현을 언젠가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하면서, 극구 반대한 국민들의 만류에도 권력이양을 감행하고 행복 국가로의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다.

2008년에 5대 현 국왕은 이에 더해 국민행복지수를 반영하고, 국왕의 정년제를 명시한 내각제 정부 헌법을 시행하였다. 결국 ‘좋은 국왕’에 의해 부탄 국민들은 좋은 정치체제로의 전환이 가능하였고, 그 체제 하에서는 국가는 국민의 행복을 책임지려 한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아울러, 대가족으로 살아가는 가족 중심의 가치를 보전하려고 노력함으로써 사회적 네트워크에서 모든 사람들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람에 대한 존중이 이들을 스스로 행복하다는 자부심을 유지시켜 준다고 한다.

고희범 시장은 “우리도 60년대 제주 사람들은 가난하지만 가족과 함께 서로를 챙겨주고 도와주려는 분위기로 행복하다고 느꼈던 것 같다. 누가 서울을 간다고 하면 먼 친척 집에서 머물게 해주며 도와주려는 마음이 가득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일을 찾아보기가 힘든 것 같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그 장면을 잊어버렸다”는 회상을 했다.

부탄의 국왕은 지금도 초라한 집에 머물며, 평범한 국민들의 주거환경과 별 다를 바 없는 곳에서 국민들의 행복을 살피기 위해 국민들과 함께 걷고, 자전거를 타고, 마을을 살피며 다닌다고 한다. 부탄 국민들에게 왕은 군림하는 자가 아니라 국민의 삶을 공감하고 불행을 살피는 진정으로 사랑받는 존재이다.

의료제도는 더욱 놀라게 한다. 당연히 무상의료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국민이 아파서 국내에서 치료를 못 받으면, 해외로 나가서 치료받을 수 있게 해 주는데, 여기에 따르는 항공권을 포함한 모든 비용은 국가가 낸다. 무상교육도 실시한다. 종카어를 사용하지만 학교를 다니면 영어는 당연히 자유롭게 구사하게 된다.

제주로 돌아와 보면, 60년대 이웃이 아프면 이웃끼리 상부상조하여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했다는 것, 공부를 잘하면 웬만하면 고등학교부터는 더 좋은 시내로 나가서 교육시키려 하고 대학을 서울로 보내려 했다는 것, 서울에 간 먼 친척은 고향에서 유학 온 학생들을 돌봐주려 했다는 것... 이러한 장면들이 당시 제주 사람이 행복하다고 느끼던 장면은 아니었을까? 즉, 당시 제주에는 ‘좋은 왕’은 없었지만, 행복을 추구할 수 있도록 도와주던 이웃이 있었던 것 같다.

한국은 고도성장을 하면서 민주화도 이루었다. 제주는 부탄 사람들의 시각으로는 매우 풍요롭게 사는 지역이다. 그들은 제주가 더 개발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낄 정도로 이미 충분히 잘 살고 있다고 본다. 그런데 그들의 눈에 한국은 “오버 투어리즘, 교통 체증, 산림 훼손, 생물 다양성의 파괴, 공동체 정신의 상실, 가족의 해체”와 같은 문제들이 걱정된다고 한다.

부탄사람들은 평일에는 8·8·8 시간 사용 원칙에 대한 존중을 얘기한다. 8시간 일하고, 8시간 가족 또는 이웃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8시간 잔다는 원칙이다. 워라벨에 대한 원칙을 보여준다. 부탄 사람들은 도마(Doma:비틀 너트)라는 열매와 파니(Paney:라임 잎)라는 잎이 있는데 이 도마를 파니에 싸서 늘 씹고 다닌다. 이걸 늘 주머니에 놓고 다니는데, 중요한 건 이걸 만나는 지인들과 주고받으면서 늘 웃는다. 이것이 체온을 올리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부탄 사람들은 이것을 주고받으면서 ‘소확행’을 느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노멀 크러시를 들자면, 팀푸시 시장과 시의원단의 자유일정을 위한 일상 복장은 매우 평범한 동네 아저씨와 아줌마이다. 그런데 이들이 일할 때 입는 전통 복장을 입으면 누구나가 다 부탄을 대표하는 사람이 될 수 있으며, 의복이 갖고 있는 매력은 평범한 부탄사람이 다 누리는 자존감을 표출하게 된다.

제주는 서울에서 워라벨을 고민하던 젊은 이주민들이 터를 잡아가고 있는 곳이 되고 있다. 반면에 제주 사람들은 농사일이 끝난 뒤 집에서 쉬려고 하는데 젊은 이주민들이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관광객들이 시끄럽게 해서 쉬지를 못한다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지역 주민의 워라벨에 대한 존중이 필요한 지점이다. 제주로 여행 온 사람들이 제주 자연을 풍경을 벗 삼으며 올레길을 걸으며 소확행을 만끽하는 순간, 원래 없었던 쓰레기가 나타나게 되어 쾌적한 환경이 쓰레기로 몸살을 앓게 되어 소확행의 권리를 뺐기는 지역 주민들이 생겨난다. 제주 숲길을 걸으며 힐링하는 노멀 크러시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숲길에 난 도로를 넓혀서 자동차의 이동량과 속도를 더 빠르게 해야 한다는 얘기를 하는 사람과 이를 반대하는 사람들 사이에 서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부탄의 행복 에너지를 어떻게 받아들이는 게 좋을까? 관광객과 지역주민들의 워라벨에 대한 상호 존중의 환경을 서로 이해할 수 있도록 소통하는 기회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도마 파니를 주고받는 문화처럼 관광객과 지역 주민 간의 생활 쓰레기 배출과 업싸이클링 또는 리싸이클링 처리에 대한 협력 문화 정착이 필요하다. 클린 올레 운동과 업싸이클링 예술활동이 그러한 방향으로 기여하고 있으나, 아직도 관광객과 지역 주민들의 배출과 처리에 대한 시각차는 큰 것 같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숲속의 모든 생명체들이 터를 잡아온 생명에 대한 존중을 의식하면서 등산복을 입고 숲길을 걸으면 관광객과 지역주민이 다른 사람이 아니라 자연이 주는 힐링 에너지를 즐기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노멀 크러시를 느껴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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