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지사가 8일 김경배씨와의 면담을 요구하며 제주도청 현관에서 연좌 시위 중인 시민들을 뚫고 올라가고 있다.(사진=이기철 촬영 영상 캡쳐)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제2공항 반대 시민들과 대화를 하기보다는 자극하고 충돌하는 방법을 선택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8일 오후 4시께 원희룡 지사는 제주도청 앞 현관에서 연좌시위 중인 제2공항 반대 시민들을 뚫고 도청으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마찰이 발생했다. 원 지사의 수행원들이 비어있는 계단 양쪽이 아닌 연좌 시위중인 중앙으로 올라가라고 원희룡 지사를 향해 손짓하자 원 지사는 중앙으로 올라갔다. 수행원들이 시위중인 시민들을 끌어당겼고 일순간 주변이 아수라장이 됐다. 

제2공항에 반대하며 도청 현관 앞에 연좌했던 시민 여러 명이 이 과정에서 부상을 입었다고 호소하고 있다. 여성들은 CCTV 확인을 요구하고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 함께 앉아 있던 한 중학생은 느닷없는 소동에 놀라 울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시민들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원 지사는 이날 오전 도청 출입 시에는 현관에 연좌한 시민들 옆으로 올라가며 시민들과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굳이 충돌이 예상되는 방법을 택한 것. 이에 시민들과 대화를 통해 갈등을 해결하기보다는 시민들을 자극하는 방법으로 충돌을 유도하고 있다는 비판이 따른다.

이 자리에 있던 엄문희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평화적으로 피케팅을 하고 있는데, 원희룡 지사와 수행원들이 밀치며 밟고 올라갔다.”고 말했다. 엄씨는 “이 과정에서 여성들이 떠밀렸다. 원 지사와 공무원들의 행패에 놀랐다”고 밝혔다.

엄문희 씨가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아수라장이 된 제주도청 현관 앞을 가리키고 있다.(사진=김재훈 기자)

이보다 앞선 오후 1시 4분께 제주도청 공보실은 출입 기자들에게 “금일 13시10분 지사님 정문 출입 예정입니다. 현장에서 충돌 우려가 있으니 언론취재시 참고바랍니다”라는 문자를 보낸 바 있다.

시민과 충돌하는 장면을 취재해달라는 요청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 시민을 자극하고 갈등을 증폭시켜 제2공항 반대 시민들이 폭력을 행사하길 기대한 것이냐는 지적이 나온다.

또 제주도는 7일 행정대집행과 관련하여 ‘외부세력’이 개입하고 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제주 중문에서 나고  자랐다는 송기남씨(57)는 “원희룡 도정이 도민들을 이간질 하고 있다.”며 “원 희룡 지사의 행태들이 도민을 무시하고 사업들을 진행하기 때문에 도민들이 들고 일어난 것이 지금 도청앞 시위의 본질.”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송씨는 “그런 식의 관점으로 보면 오히려 국토부가 외부세력”이라며 “제주도는 특별자치도다. 국책사업이든 지방사업이든 모든 사업의 허가권자는 제주도지사다. 국토부가 개입한 내용을 도지사가 도민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그대로 따르고 있는 것이 갈등의 핵심”라고 말했다.

원희룡 지사와의 면담을 요구하며 21일째 단식농성중인 김경배씨는 이번 상황과 관련해 “원희룡 지사의 폭압적인 행태에 전두환이 떠오른다. 대화를 요구하는 제주도민을 개돼지로 여기는 것으로 밖에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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