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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렬] 제주 여성들이 아프리카에 세운 '최정숙여고'김학렬/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 객원교수
제주투데이 | 승인 2019.01.10 14:54

[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미래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김학렬/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 객원교수

제주 여성들의 힘으로 제주 출신 독립운동가이자 교육자인 고(故) 최정숙 선생의 교육 정신을 기리는 여자고등학교가 아프리카에서 문을 열게 되었다. 연합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그 동안 신성여중고 졸업생들을 중심으로 많은 제주 여성들이 고(故) 최정숙 선생을 기리는 모임을 만들고 모금 운동을 전개한 결과 2억 6천여만 원을 모금하였다.

이 모임에서는 고(故) 최정숙 선생의 교육 정신을 기리기 위해서는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에 여자고등학교를 설립하고 학교 이름에 선생의 성함이 들어가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아래 「한국희망재단」과 협력하여 이 사업을 추진하였다. 그 동안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건축 공사가 완료됨에 따라 2018년 8월 6일 부룬디 현지에서 준공식이 개최되었다. 부룬디 정부도 학교 용지를 제공하고 기숙사를 설립했으며 교사를 지원한다고 한다.

부룬디는 중부 아프리카에 있는 공화국으로 인구는 1천 80여만 명이다. 벨기에 통치를 받다가 1962년에 독립하였으나 1993년부터 2006년까지 이어진 내전으로 30만 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세계에서 1인당 GDP가 가장 낮은 나라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도 1945년 해방 당시 세계 최빈국에 속했으며 6.25 전쟁으로 민족상잔의 비극을 겪었다. 제주 여성들이 부룬디를 학교 설립 대상국가로 선정할 때 이런 안타까운 사정을 고려하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부룬디 수도 부줌부라로부터 35㎞ 떨어진 지역에서 2018년 9월 10일 정식으로 개교할 이 학교는 부룬디 최초의 국립여자고등학교로서 ‘최정숙여자고등학교’라고 명명되었다. 2개 동 6개 교실과 기숙사, 도서관, 식당을 갖춘 이 학교의 정원은 225명이며 선발된 여학생들은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된다.

최정숙 선생(1902∼1977)은 신성여중고 교장과 초대 제주도 교육감을 역임한 교육자이자 3·1 운동에 참여한 독립운동가, 여성 계몽 운동가, 의료인, 종교인으로서 제주 발전을 위해 헌신한 인물이다. 필자도 어린 시절 가까운 동네에서 살았던 연고로 그 분을 먼발치에서 뵈었던 기억이 새롭다. 평생 독신으로 살았는데 늘 온유하고 사랑이 많은 분이었다.

최정숙 선생이 타계한 지 32년이나 지난 2009년에 교육자이며 작가인 박재형 선생이 고인의 전기인 『최정숙』을 저술하여 출간한 바 있다. 이번 소식을 접하고 서가에서 다시 『최정숙』 책을 꺼내어 읽었다. 선생의 어린 시절과 진명여고 진학, 3.1 만세운동 참가와 서대문 형무소 수감은 물론 37세의 늦은 나이에 의과대학에 진학하여 의사 면허를 취득한 이야기, 신성여중고의 설립과 교장 재임, 초대 제주도교육감 취임 등등으로 이어지는 파란만장한 이야기들이 마치 어제 일인 것처럼 너무나 생생하게 잘 정리되어 있었다. 책 내용도 흥미진진하였지만 무엇보다 책을 읽으면서 줄곧 “최정숙 선생이 정말 훌륭한 분이셨구나” 하는 찬탄을 금할 수 없었다.

최정숙 선생은 일찍이 수녀가 될 서원을 세웠다고 한다. 그러나 3.1 독립 만세운동에 참여하는 등 독립운동을 한 죄로 서대문형무소에 8개월 수감되었을 뿐 아니라 재판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던 전과가 문제가 되었다. 사상범으로 형무소에 다녀온 사람은 수도자가 될 수 없도록 규정된 교회법에 따라 수녀가 되는 것을 포기해야만 했다. 그러나 비록 수도자가 되지는 못했지만 수도자처럼 이 세상을 살았다. 학교에서나 병원에서나 거의 무보수로 일을 했고 물려받은 재산까지도 가난한 이웃을 위해 아낌없이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교육감 직을 마치고 퇴임하게 될 무렵 제주성당 주임신부가 최정숙 교육감에게 여쭈어 보았다. “여태까지는 관사에 사셨는데 앞으로 살 집은 어떻게 됩니까?” 최 교육감은 살 집을 이제 구해야 된다고 대답하였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고 교장과 교육감 등을 역임했어도 은퇴 이후 거주할 자기 소유의 집이 없었던 것이다. 제주성당이 마침 비어 있는 주임신부 관사를 내주어 거기에서 여생을 보냈다고 한다. 이토록 청빈한 삶을 살았던 인물이다.

앞으로 아프리카의 어린 여학생 225명이 매년 최정숙 여자고등학교에 입학하여 교육을 받게 된다. 가슴 뿌듯한 일이다. 어린 여학생들은 이 과정에서 학교 이름에 들어가 있는 최정숙 선생의 삶이 어떠했는지에 대해 듣고 배우며 감동하는 기회들을 갖게 될 것이다. 부룬디의 여학생들이 이를 계기로, 과거 최정숙 선생을 포함한 우리 제주 여성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힘들고 척박한 여건에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자기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삶을 살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최정숙여자고등학교 건립이라는 쾌거를 이룩한 제주 여성들에게 다시 한 번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 이 글은 서울제주도민회신문에 게재됐던 내용을 수정보완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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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상훈 2019-01-14 17:01:58

    부룬디 최정숙 고등학교에 다녀왔습니다.
    한국 신문에 떠들석하게 보도 된 것과는 다르게, 학교 운영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았습니다. 부룬디 현지에서 운영하는 기관의 능력과 관심사가 심히 의심이 되었습니다. 현재 40-50명의 학생들만 등록하여 수업을 하고 있고, 총 10여개의 교과목 중 담당 선생님은 딱 2명만 확보된 상태입니다. 그 많은 예산을 들이고 학교 선생님조차도 못 구한 상태에서 개교를 한 현지 운영단체가 이해가 가질 않고, 이를 소홀히 감독한 한국 NGO와 후원자님들도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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