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도지사의 제2공항 사전타당성 재조사 용역 검토위원회 '모르쇠' 전략이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김경배 씨와 면담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 김관모 기자

원 지사는 이번 검토위원회 과정에서 "검토위의 과정이나 결과를 전해들은 게 없다"는 견해를 강조해왔다.

하지만 원 지사는 자신의 입장과 반하는 발언을 여러차례 반복했다.

먼저, 원 지사는 지난 12월 26일 JIBS와의 신년 인터뷰 자리에서 "결과적으로 치명적이고 근본적인 결함이 있는게 아니라는 것이 검토위원회의 결론"이라고 발언했다. 

당시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가 검토위원회 회의 결과를 발표하기 전이었으며, 기본계획 수립 용역에도 착수하지 않은 상태였다. 

대부분의 도민들이나 언론도 자세한 내용을 전해듣지 못한 상황에서 원 지사가 검토위의 결론을 '다 알고 있었다'는 듯 밝힌 것이다.

이후 원 지사의 해명은 더욱 이해하기 어려웠다. "1월 5일자 방송에 나갈 것을 대비해 발언한 것이었다"며 "오락가락하는 국토부 때문에 입장만 난처해졌다"고 답한 것.

이 발언은 이런 추측을 가능하게 한다. 국토부로부터 검토위 과정을 전해듣고 있었거나, 도의 관계자가 검토위 회의를 참관했고 이를 원 지사에게 보고했거나. 아니면 둘 다일 수도 있다.

이런 추측은 일부 사실로 드러났다.

11일 오후 김경배 씨와의 면담 자리에서 원 지사는 처음에는 "지난번 단식을 계기로 검토위원회 구성이 되는 과정에서 합의문 작성까지는 우리(제주도)가 국토부에 요청했지만, 이후 진행사정은 아시다시피 실무자 참관도 못했다"며 "보도되는 사항 또는 반대측이 주장하는 내용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해들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이날 강영돈 전 공항확충지원단장이 "도청 주무관 2명이 참관했었다"고 실토한 것.

▲강영돈 전 공항확충지원단장이 면담 자리에 참석해 도청 실무자가 검토위원회에 참관했었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사진 김관모 기자

그러자 원 지사는 "실무자가 참석했지만 보고 받은 적은 없다"고 서둘러 말을 바꾸었다. 

원 지사는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도 12월 28일부터 국토부가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시행한 사실을 몰랐다고 답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행보를 보면, 이 역시 곧이곧대로 듣기 어렵다.

원 지사는 "검토위원회에 제주도정이 배제됐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서운한 감정을 어필했다. "우리가 검토위에 들어갔다면 검토위 2개월 연장도 가능했을 것이다"라고 발언한 것도 이런 맥락 중 하나다.

하지만 원 지사는 스스로의 발언으로 '자가당착(自家撞着)'에 빠졌다.

제주 제2공항 건설은 제주도에서 이뤄지는 사업이다. 도정은 제2공항 사업과 연계해 '제2공항 주변지역 발전계획'도 수립해놓은 상태다. 그런데 검토위원회의 과정을 모르고 있었다면, 이는 도지사로서 자격 미달이다.

만약 이 내용을 모두 실무자로부터 보고 받고 있었다고 한다면, 알고도 모른다고 한 것이니 이 역시 기만행위다.

왜 원 지사는 뻔히 보이는 모순을 반복하는 것일까. 

원 지사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TK지역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이기고 지자체장에 당선된 인물이다. 따라서 정부를 유일하게 견제할 수 있는 인물로 거론돼왔다.

그러나 원 지사는 사실상 정부가 진행하는 사업을 크게 뒤엎은 적이 없다. 영리병원 개원 허가나 청년 일자리 1만개 등도 사실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의 맥락에 있다.

자신의 정치적 입지와 지자체장으로서의 신변을 둔 저울질. 이렇게 원 지사의 행보를 평가하는 목소리가 늘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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