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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칼럼] 참을 수 없는 사과의 무거움?
김재훈 기자 | 승인 2019.01.11 19:10

11일 첨예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두 개의 협의 테이블이 주목받았다. 하나는 426일 동안 75m 높이의 굴뚝 위에서 농성을 이어온 파인텍 노동자들과 사측 간의 협상. 또 하나는 제주 제2공항 반대 단식농성중인 김경배씨와 원희룡 제주지사와의 면담.

굴뚝 위 노동자들은 파인텍이라는 기업을 대상으로 김경배씨와 제2공항 반대시민들은 원희룡 도정과 현 정부의 국토부와 싸우고 있다. 그러나 굴뚝 위의 노동자와 제주도청 앞 김경배씨는 목숨을 걸고 싸워왔다는 점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이 둘은 이날 각기 다른 결과를 받았다. 파인텍 노동자들은 굴뚝 위에서 내려오게 됐다. 장기간의 고공 농성에 이어 곡기를 끊는 단식 투쟁까지 진행한 끝에 간신히, 그야말로 간신히 잠정합의안을 만들었다. 20시간이 넘는 마라톤협상 끝에 합의안을 도출한 것이다.

김경배씨는 원 지사와의 면담에서 아무런 양보도 받지 못했다. 이날 김경배씨는 무리한 천막 강제 철거로 인해 다리가 부러질 뻔했다고 토로했다. 이에 면담에 배석한 안동우 정무부지사는 공무원들도 다치지 않았느냐고 맞섰다. 그러나 천막 강제 철거로 인한 충돌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오히려 양측이 부상을 입게 될 것이 자명한 강제 철거를 누가 결정하고 공무원들을 동원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공무원이 다쳤다면 충돌 및 부상에 대한 예방적 조치를 하지 않은 그 결정권자의 책임도 따져야 한다.

결국 원 지사는 행정대집행에 대한 사과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오히려 김경배씨에게 천막농성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일개 기업에 불과한 스타플렉스(파인텍 모기업)도 그 장기간의 굴뚝농성에 대한 사과를 공개적으로 요구하지는 않았다. 원 지사는 광화문광장의 천막들도 치워야 한다는 생각인 걸까. 바로 그 천막들이 바다 속의 세월호를 끌어올렸고 박근혜 탄핵의 동력이 됐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원희룡 도정이 일개 사기업보다도 인권감수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닐까 우려된다. 제주도 인권위원회도 천막 농성장 철거는 인권 침해라고 지적하며 재발방지 노력을 주문한 바 있다. 사과해야 할 것은 사과해야 한다. 어디서 뺨 맞고 온 사람에게 '왜 내게 화풀이 하냐'고 맞서기 전에 '일단 상처부터 치료하자'고 말할 줄 아는 제주도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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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훈 기자  humidtex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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