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바보’, ‘머리는 똑똑한데 일처리가 어리석은 사람’을 빗대어 인용되는 말이다.

‘현명한 등신’도 있다. 겉보기로는 어리석게 보여도 일을 처리함에 있어 ‘현명한 판단을 하는 사람’으로 이해되고 있다.

지도자의 리더십을 비교할 때 빌어다 쓰는 모순어법(矛盾語法)이다.

‘똑똑한 바보‘나 ’현명한 등신‘은 의미상 양립할 수 없는 단어의 결합이다.

그러나 그 속에는 예리한 익살과 의미심장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최근 빨간불이 들어 온 것으로 이야기되는 ‘원희룡 지사의 도정 관리 능력’과 ‘리더십 위기’를 말하면서 나오는 이야기다.

시중에서 대체적으로 거론되는 지사 리더십의 비유는 ‘똑똑한 바보’다.

‘머리 좋기로는 국보(國寶)급(?)일지는 몰라도 정책 추진 등 최근에 노출되고 있는 도정 관리 능력은 바보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야박한 평가인 셈이다.

이것이 ‘원희룡 리더십 위기’의 실체다. 그렇다면 이 현상은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

‘신뢰의 상실’이 원인이다. ‘무원칙․무소신․무책임’등 이른바 ‘3무(無) 업무 스타일’이 신뢰를 잃어버리게 했다.

여기에다 시민사회단체 등 ‘목소리 큰 쪽의 눈치 보기‘나 ‘조령모개(朝令暮改)식 말 바꾸기’와 ‘영악한 잔머리 굴리기’가 도민 적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어 버렸다.

이로 인해 지사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절망적 상황으로 변해 버렸다.

지도자는 권위를 지키는 것이 아니다.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막스 베버는 ‘직업으로서의 정치’에서 ‘책임과 권위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했었다.

‘권위가 없는 책임이 있을 수 없듯이 책임이 따르지 않은 권위도 있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이런 뜻에서 원지사는 제주도정의 모든 잘․잘못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책임은 지도자의 숙명 같은 것이다.

미국의 33대 대통령이었던 투르먼은 재임 중 책상위에 ‘모든 책임은 여기서 끝난다(The buck stops here)'고 새겨진 팻말을 놓고 근무했다고 한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지겠다’는 것이었다.

지금 제주에는 ‘제2공항문제’, ‘국제병원 개설 갈등’, ‘오라관광단지 개발 문제’ 등 각종 현안이 쌓여 있다. 온갖 난맥상(亂脈相) 흩어져 있다.

지사가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풀어갈 수밖에 없는 ‘책임소재’들인 것이다.

여기서 최근 한 귀화(歸化) 기업인의 ‘제주발전을 위한 제언’이 관심을 끌고 있다.

제주문제에 대한 날카로운 현실 진단과 깊이 있는 처방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5조2000억원 규모의 제주오라관광단지 개발 사업을 주도 했던 박영조 전 JCC 회장이다.

제주외자유치 사상 최대 규모였다.

박 전 회장은 중국 국적(國籍)의 기업인이었다. 2010년 10월 한국 국적을 취득하고 귀화했다. 지금은 제주에 살고 있다.

제주시 오라 2동 지경 357만여 평방미터 부지에 4차 산업과 연계한 친환경적 첨단 융복합 테마파크를 만들고 동북아 최대 최고의 체류 형 고급 리조트 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사실상 법적, 행정적, 제도적 인허가 절차를 마친 상태에서 사업추진이 좌초 상태다.

박전회장의 주장에 근거한다면 ‘원칙도 없고 편향적이며 무책임한 행정지도자의 리더십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기에다 우왕좌왕 갈피를 잡지 못하는 무소신 행정과 우유부단한 리더의 무원칙이 제주 최대 외자 유치사업의 발목을 잡아 버렸다고 했다.

박 전회장은 2019년 1월 8일자 인터넷 신문 ‘제주투데이’와의 특별 인터뷰를 통해 ‘제주 발전을 위한 제언’을 했다.

그는 여기서 ‘신뢰회복이 최우선’이라는 뜻을 밝혔다. ‘신뢰상실’에 대한 리더십 위기의 다른 표현이다.

원희룡 도정 행태에 대한 비판적 평가는 완곡했지만 핵심을 찌르는 날카로움이 있었다.

2018년 제주를 한마디로 ‘대내외 신뢰성 추락으로 외자 유치가 안 되고 자본이 떠나가 버린 시기’라고 평가했다.

사실 한국은행 제주본부의 투자유치 건수 자료에 따르면 2015년 10건에서 2016년 2건, 2017년에는 1건, 2018년에는 전무 했다.

그럼에도 원도정은 유럽 미국 중동지역 자본과 첨단 산업 투자 유치 다변화를 꾀했으나 성과가 없었다.

제주에 들어온 외자는 나 몰라라 홀대를 하면서 발목을 잡아버리고 불확실성의 투자유치 다변화를 노렸지만 실적은 전무했다.

집토끼는 쫓아버리면서 산토기 잡기에만 혈안이 된 꼴이었지만 결과는 빈손이었다.

현실을 외면한 꿈과 망상의 의욕 과잉에 매몰됐다가 ‘게도 구럭도 잃어버린 꼴’이다.

일자리도 경제 발전도 결국은 기업의 투자에서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제주도는 기업투자는 외면하고 세금으로 충당하는 일자리와 복지정책만을 생각하고 있는 모습이다.

국민 혈세에 빨대를 꽂아 빨아먹는 이른바 ‘세금빨대 일자리’는 위험한 사회주의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이는 밑 빠진 독에 물붓기이며 미래세대에 대한 반역이며 착취다.

특히 오라관광단지 자본 검증과 관련하여 ‘자본검증위’가 ‘3373억 원을 도가 지정하는 계좌에 입금하라‘는 것은 세계 어디에도 없는 초법적 조치며 독재적 발상이다.

공론위가 ‘불허 권유’한 녹지그룹 국제병원 개설을 허가하면서 원지사는 ‘국제 신인도 하락과 법 준수 때문’이라고 개설 허가 이유를 밝혔었다.

그래놓고 규모의 면에서 국제신인도 하락에 엄청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오라 관광단지에 대해서는 탈법과 불법적 수준의 자본 검증을 요구하고 있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고리‘식 권력 행사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2중 잣대로 건전한 외자를 유치할 수 있겠는가.

JCC는 이미 ‘자본검증위’의 요구대로 투자 의향서와 자원조달 방안 등을 밝힌 바 있었다.

자기자본 1조원과 차관(외국인 직접투자) 3조3천억 원을 투입한다는 보증 차원의 서류를 제출 했었다.

세계 3대 신용평가 기관인 ‘무디스피처’ ‘스텐더스 앤드 푸어스’가 ‘양호하다’고 인정한 신용등급 평가서도 제시 했었다.

사실상 자본검증을 담보할 수 있는 자료들이었다.

그런데도 ‘자본검증위’는 2017년 12월 출범 후 1년 동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가만히 있다가 지난 12월 27일 ‘오라관광단지 개발 사업 자본 확증 입증이 불충분 하다’는 이유로 올 6월말까지 ‘3373억원을 도 지정 계좌에 입금 할 것’을 요구했다.

그 저의가 의심스럽다.

모든 행정은 법률 절차에 따른 국리민복(國利民福)의 가치 실현 체계다. 그런데도 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원칙을 버리고 월권을 행사한 것이다.

법(法)은 강제가 아닌 순리다. 물처럼 순리대로 흐르게 하는 것이 법의 길이요 법치다.

한자의 법(法)은 물 수(水)와 갈 거(去)의 조합이다. 건전하고 건강한 사회를 유지하기위해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도록 하는 것으로 이해 할 수 있다.

‘자본 검증위’의 행태는 이러한 순리를 거스르고 법치를 거부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이는 ‘원희룡 리더십‘에 흠집을 내는 것이기도 하다. 제주도정의 리더십 위기를 부르는 것일 수도 있다.

리더십은 비전을 현실에 구현하는 능력이다. 말이 아닌 행동인 것이다.

원지사에게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리더십’을 주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오케스트라 지휘자는 말이 없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손짓과 몸짓, 눈빛이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능력이다.

지금 제주에는 신뢰와 책임감을 바탕으로 하여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오케스타라’ 형 리더십이 필요하다.

‘똑똑한 바보’의 리더십이 아니라 ‘현명한 등신’의 리더십이 보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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